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볼을 잡아당기자 어안이 벙벙한 듯싶었다. 이럴 줄은 몰랐다는 양, 쭈욱 늘어나는 볼에 으, 소리를 내더니 손을 놓자 아랫입술을 비죽 내민다. "짓궂기로는 공자께서도 만만치 아니하시어요." 하고는 술 따른다. 천천히 술 주둥이 세우고 나면 헛기침하는 모습이 보인다. 계집 다루듯이 발언한 것이 제 벗의 마음에 들진 않았던 건지, 그래도 정정할 생각은 없는지 부드러운 미소 짓는다.
함께 취하고 싶다 하였는가. 아무렴 당연한 말이다. 누군가와 함께 양껏 마시고, 취하고, 흐린 정신으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주제에 마음속에 제대로 담지도 않을 간드러진 웃음을 흘려내며 의미 없을 하루를 지새우고, 단 하루간의 정을 채우고. 그래놓고 또 외롭다고 누군가에게 손 뻗고. 그게 당연한 삶 아닌가. 다만 의미를 새기라면 새길 것이요, 하루로 만족지 못한다면 이틀을 내어줄 것이 재하였을 테다. 자신은 없고 남을 위한 삶이 배어있는, 가장 위에 있으면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자.
"정말이지.. 아직 마나님 얼굴도 못 뵈었는데 벌써부터 미움받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고 있사와요."
눈을 천천히 휜다. 수심 젖은 미소는 날 적 가지고 태어났다는 양 자연스럽다. 다소곳이, 어딘가 수줍게 답하는 것이 돌려 말하긴 하였으나 동의의 뜻임은 확실하다. 아내 될 사람이 화낼 걱정을 할 정도면 제법 도발적인 답 아니겠는가. 잔끼리 맞닿을 적엔 맑은 소리 난다. 그제야 재하 기녀 내려놓는다. 소마, 7년 전에는 필히 붙이지 않던 것이거늘 현재엔 이리도 자연스레 붙이던 칭호도. 달도 숨죽여 모를 것이요, 밤새 마시며 풀 이야기는 많다. 서로 달라졌음을 시인할 시간이란 뜻이겠다.
"네에, 쌓인 이야기가 참으로 많았지요. 밤은 한참 남았으며, 그만치 소마의 소개가 늦었지요. 들은 소식은 있으시겠다마는……."
재하 제 벗이 잔을 마시길 기다리며 잔을 조용히 매만진다. 마신다 한들 재하 즉각 마시지 않고 엄지로 잔의 가장자리를 매만지다 천천히 입가로 잔 들어 올린다. 흔들릴 적 잔 속의 술 튀는 일 없고 번지는 파장 일정하다. 잠시 잔 속의 내용물 쳐다보니, 색다른 눈이 확실하게 잔에 담긴다.
"소마의 이름은 재하라 하옵나이다. 마를 재, 물 하 써 물이 마르다는 뜻이지요. 성씨는 물론이요 마땅한 문파조차 없는 한낱 평민에 불과하오나 정파의 사람들은 7년 전 전쟁에서 비구니의 진법에 무모하게 뛰쳐들어 기어이 목을 친 교국의 악마요, 간악한 마두라 부르기도 하며, 교국 내부에서는 노괴의 눈엣가시요, 영물이라고도 불리오나 정적들은 부모 잡아먹은 귀태라 부르옵기도 합니다. 참으로 이상하옵지요. 제대로 된 사실 알지도 못하는 자들이 단순히 머리 색 눈 색 타인과 다르다는 이유요, 부모 없고 마땅한 성씨 없는 평민이기에 제멋대로 추측하여 그리 부릅니다."
재하 잔을 쭉 목뒤로 넘긴다. 쓰거나 달다는 기색 하나 없이 물 마시듯 평온하다. 한 번에 털어 넣은 잔을 소리 없이 내려놓는다. 평온하다. 지나치게 평온하고, 여전히 얼굴엔 수심 깊으나 잔잔한 미소 그려져있다. 마두임을 밝히는 것은 제법 담담하다. 어쩌면 더 많은 사실을 속에 담고 앓고 있기에 이 정도는 별거 아닌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제 벗에게 굳이 이 이야기를 상기시키는 이유는 오늘 밤 할 이야기가 많음도 있으나, 제 이야기 알려주어 벗이 수수께끼의 인물과 계약하듯 한 일방적인 약조에 한 가지 이점을 주는 것이겠다.
"정작 소마가 잡아먹은 것이 어미인지도 아비인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재하 자연스레 석류로 시선이 간다. 베어 문 석류는 알맹이를 따로 털어먹지 않았기에 자못 짐승이 깨물었듯 베어 문 자국 그대로다. 흔하고도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렴 그런 삶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