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끝나지 않아, 사이퍼처럼 내가 다스리지 마치 최초로 불을 가져온 원시인처럼 새로워지고 위로 또 나아가, 호된 실수를 하고 판돈을 올려 진공이 없는 이 우주에서는 어차피 모 아니면 도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자신은 꽤 목숨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다. 아, 정말로? 음…. 글쎄.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을 보면 그닥 아닐지도 모른다고, 속으로 조금 자조했다.
탕ㅡ
총 소리가 울리고 하웰은 한 사람을 쓰러뜨렸다. 밤의 골목길을 달리면서 이미 호출한 경호원이 이쪽으로 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유인당하고 있던 것일까. 앞에서 한 사람이, 또 뒤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하웰은 앞에 있는 사람을 권총으로 쏘아 맞췄지만 뒷 사람까지는 역부족이었는지, 총소리가 울리고….
“윽….”
하웰은 옆구리를 감쌌다. 스쳐 맞아 찢어진 듯한 통증에 잠시 벽에 기대었고, 또 울리는 총소리. 하웰은 눈을 질끈 감았지만 다행히 자신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총을 쏜 남자가 쓰러졌다. 경호원인가? 확인할 새도 없이 하웰은 주머니에서 비상용 진통제를 씹어 삼키고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이들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왼손으로는 환부를 감싸고 오른손으로는 눈 앞에 나타난 이들에게 총을 쏘며 그들에게 벗어나고자 했다.
그리고, 경호원들이 속속들이 나타났지만 정말 작정하고 자신을 죽이러 온 것들인지 살길은 커녕 죽을 길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던 중 눈 앞에 보이는 건….
“수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느낌으로 하웰은 수로로 뛰어들었다. 물살을 타고 최대한 멀리로 갈 수 있기를 바라며.
***
“으, 하윽….”
철퍽 소리를 내며 가까스로 물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이미 출혈도 극심했고 체온도 떨어져 어질어질한 상태였다. 다행인 점은 날씨가 차갑지 않았던 것일까. 그럼에도 몸은 덜덜 떨렸다. 이를 악물고 하웰은 수로 밖으로 나와 거리로 나왔다.
한 밤 중이었다. 돌아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었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야 당연했다. 하웰도 그랬으니. 그래도 물과 피를 뚝뚝 흘리며 하웰은 조금 안도했던가. 그 거리가 아는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브리엘, 카두세우스의 간부. 그녀의 집은 종종 손님들이 방문하는 장소 중 하나였고, 이전의 만남 이후 하웰도 알게 된 곳이었다. 그야 당연하지 않는가. 같은 업계 사람이니 알게 되는 수밖에 없다. 아니, 그건 변명이고 사실 단순한 호기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바깥에서 들어온 그녀가 잘 살고 있는가 하는 궁금증. 물론 잘 살고 있었더랬다.
아니, 지금 누구를 걱정할 때인가. 하웰은 통증을 이겨내고자 노력하며 이를 악물고 걸음을 옮겼다. 휴대폰도 호출기도 없는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구할 곳이 하나라도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것이었다.
하웰은 그녀의 집 앞에서 벨을 눌렀다. 벨을 누르고 그 벽에 머리를 기대고는 숨을 골랐다. 만약 그녀가 인터폰을 받는 소리가 들린다면 하웰은 가까스로 최대한 태연한 목소리를 꾸며내려 할 것이었다.
“저 좀, 도와주세요. 선생님. 윽, 밤 늦게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그 노력은 헛되게도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다 죽어가는 환자의 그것이었다. 제 꼴이 말이 아니라는 사실에 하웰은 그 와중에도 픽 실소가 나왔다.
/꽤 긴데 앞 부분은 상황 설명이니 그러려니 해줘ㅓ. 토끼 하웰이 아니라 생쥐 하웰이 되어버렸네.
프로스페로는 투덜대며 의사 가운에 숨겨진 벨트에서 권총을 꺼냈다. 베르셰바에서 살면서 총 안 가지고 다니는 인간도 드물다. 미치광이거나, 거짓말쟁이거나, 둘 다겠지. 피피는 작게 혀를 찼다. 불룩 튀어나온 부분을 겨누고 총을 쐈다. 캐리어 안에서 막힌 듯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단말마가 아닌, 길게 이어지는 비명이다.
"이거 머리 아니잖아!"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권총을 벨트 안에 넣고, 서랍에서 나이프를 꺼냈다. 나이프 파이팅에 쓰는 그것이다.
가끔은 그런 날이 있었더랬다. 베르셰바의 하늘이 유난히 붉고 펼쳐놓은 책 속의 문장들이 머릿속에 박히지 않아서 평소 읽는 책을 읽는 속도보다 몇배는 더딘 날이 말이다. 그리고 평소와 다르게 나이트 웨어도, 정장도 아닌 평상복을 입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날. 브리엘은 오늘이 그런 날이라고 생각하며 읽던 페이지에 책갈피를 껴서 서재에 있는 작은 티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얼음과 함께 반쯤 위스키가 채워져 있는 크리스탈 잔을 들고 한모금 입에 머금었다. 체격보다 품이 큰, 굵은 올로 짜여진 얇은 니트 한장은 어깨 한쪽이 드러날 정도로 오버핏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브리엘은 걸음을 옮겼다. 인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카두세우스의 간부인 자신의 집으로 직접 찾아오는 사람이라고는 약거래를 원하는 거래자가 대부분이었고, 불청객이 찾아올 일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그야 브리엘의 집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곳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딘지 불안한 느낌에 브리엘은 왼손이 아닌 오른손으로 권총을 찾아서 쥐었다. 차가운 금속이 손바닥에 가득 들어차는 게 소름이 끼친다. 서재를 나와서 계단을 막 끝까지 내려갔을 때 들리는 벨소리는, 자신이 쥔 권총을 내려놓기에는 충분했다. 일단은 불청객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기가 무섭게 들려오는 인터폰 너머의 목소리는,
"연락도 없이 멋대로 찾아오는 거 매너없는 짓이라는 건 알아요?"
브리엘이 아는 목소리였다. 무감하고 무심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대문을 열려고 하던 브리엘은 잠깐 멈칫했다.
이런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모를리가 없고, 잊을리도 없는 목소리. 뇌리에 박혀 있는 것. 죽을 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상응되도록 다친 사람의 호흡. 브리엘은 대문을 열었다.
의뢰인 내지 정보상이 몸을 몸을 멈췄을 때, 에만은 그저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생각한 모습과 달라서 그렇겠거니 하고 으레 넘겼다. 누군가 자신을 착각하는 건 오래 겪어왔으니까. 그렇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문이 부서져라 닫히더니 팔뚝을 더럭 움켜잡혔다. "지금 씨발 뭐 하자는.." 거실로 향하지 못하게 막는 걸 보니 바텐더의 정보로 사람을 낚아보려는 쭉정이인가 보다. 내가 겨를이 없어 이딴 새끼도 몰라봤다니, 짜증이 훅 치밀어 올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늘 N.D를 불러야 할 일까지 생긴 건가? 에만이 팔을 뿌리치려 했을 때,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들어 고개를 뒤로 천천히 돌렸다. 아프지 않게 상냥하게 잡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순 머리가 새하얘졌다. 가늘게 떨리는 손과 함께 제발 아니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페, 페로사……?"
가면 너머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잡한 토끼 가면이 벗겨졌을 때, 에만은 자신이 소망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하고야 말았다. 난생처음 보는 당신의 모습이다. 비에 젖은 당신도 처음이지만, 일그러진 표정은 사고를 멈추기 충분했다. 왜 그런 표정이야? 당신이 그래서는 안 되는데. 당신만큼은 이런 표정을 짓지 말았어야 하는데. 왜 내게 그런 표정을 지어.
"네가, 왜.. 여기에.."
애초에 당신이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데. 늘 달콤한 모습, 달콤한 말, 사랑스러운 미소로 당신을 맞이해야 하는데, 삽시간에 머리가 각종 생각으로 가득 들어찬다. 미워하면 어쩌지? 이 상황에서도 강박적으로, 참 추하게 그런 생각이나 해버린 것이다.
"아파. 페, 페로사. 아파.."
낚아챈 손목을 비틀어올리자 한껏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윽고, 이 와중에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처음엔 상냥하게 경고했다. "페로사, 놔줘." 손목을 놓았을 때, 당신을 보며 움츠러들까 싶었다. 삽시간에 멱살을 틀어잡혔을 때는 놀라 몸을 떨었다. 한 팔로 들렸을 때 가면 속에 가려진 눈이 점점 커졌다. 당신이 이래서는 안 돼. 내게 이러지 말아, 차마 뱉을 수 없는 속내를 삼키며 더듬더듬 말을 뱉었다. "페로사, 놓아줘. 제발." 발을 동동 구르며 멱살을 움켜쥔 손을 달달 떨리는 손으로 잡아 쥔다. "제발.." 제발 날 더 자극하지 마. 외면하고 싶었던 것이 불쑥 고개를 들고 치밀기 시작했다. 마침내 소파에 메다 꽂혔을 때, 미카엘의 세상은 더 이상 레이스 호텔이 아닌 지하 2층이 되었다. 7살의 아이는 지금 딱딱한 우리 바닥에 강제로 잡혀 누워있다. 자신에게 집착하는 저 커다란 그리핀이 흐려졌다. 세상이 빙글 돌았다. 미카엘은 현실이 왜곡되는 것을 느꼈다. 페로사의 모습이 아른아른 바뀌기 시작했다. 시야가 어지럽게 점멸했다.
불의 마녀가 단신으로 그로스만을 무너뜨린 직후에는, 모든 것이 동화 속 이야기처럼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자유를 찾은 아이들을 어떻게든 돕는다 하여도 지하 2층에 남아있는 존재는 아무도 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자식을 되찾아 윤리적인 감정이 다시금 고개를 치밀던 로즈밀은 그 존재를 쉽게 처분할 수 없었고, 잠시 구제할 방법을 찾기 위해 남겨두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공교롭게도 로즈밀의 최측근인 척 모리슨은 아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도망치는 아이에게 가혹함을 알면서도 형벌을 위해 지하 2층에 가뒀다. 아마 어른의 시답잖은 질투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이는 어두운 곳에 있다.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인간이었던 무언가는 늘 아이를 짓눌러 한참을 바라보곤 했다.
─ 나도 한때는 이랬어. 누구보다 아름다웠지. 비록 지금은 살이 찌고 코를 잃었으며 개의 가죽과 늑대의 이빨을 이식당했다 해도 희망이 있다 믿었지. 너는 고운 옷을 입었구나. 고운 피부를 지녔구나, 흉터 한 점 없고 어리구나. 보는 것으로도 내게 충분한 위안이지만, 나는 욕심이 많아.. 내가 가지고 싶어.
그로스만의 잔재는 손 뻗는다. 척 모리슨이 처형되고, 용왕이 지하에 남은 돼지가 갖고 싶다 로즈밀에게 떼를 써 전부 데려가기 전까지 아이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당신에게 자못 익숙한 비명이었다. 사람의 소리가 아닌 것이 울렸다. 목 물린 짐승을 방불케 하는 찢어질듯한 비명이 객실 내부를 쟁쟁하게 울렸다. 갈라진 가면 틈으로 높고 갈라진, 새된 비명과 함께 발작하듯 허공으로 손을 뻗으며 날선 손톱으로 가면을 움켜쥔 손아귀를 뜯어낼 듯 붙잡았다. 다리를 동동 구르며 울부짖었다. 언젠가 한 번은 원치 않아도 알아야 할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리 덜컥 알려줄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어린 짐승은 최악의 약점을 드러냈다. 공포에 질리다 못해 이미 고통받았던 그 비명소리는 보안을 자랑하는 객실에 막혀 아무도 듣지 못했다. 가면이 완전히 부서졌을 때, 고장 난 사람처럼 비명을 뚝 그치며 손아귀의 힘이 툭 풀렸다.
조용히 있으면 착한 아이가 된다.
비명 질러도 구해줄 사람 없다.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어차피 다 똑같다. 애정 한다며? 더없이 소중하다며. 한데 아무도 날 구해주지 않는데 대체 난 무얼 바란 것인가. 아이는 포기를 가장 먼저 배웠고, 지금도 그랬다. 아무도 날 신경 쓰지 않는데 내가 뭐 하러 비명 지르며 발작해야 하는가. 어차피 다 똑같은데.. 어차피 모두 내 착각일 뿐인데.
깨진 가면 너머의 겨울 색 눈동자가 페로사를 똑바로 응시했다. 나긋나긋하고, 힘이라곤 일절 없으며, 갈라진 목소리는 달콤함을 흉내 낸다.
"네 마음대로 해."
우습게도, 당신이 내게 손 뻗는다 한들 당신에겐 끝까지 사랑받고 싶었다. 입매가 바들거리다 기어이 호선을 긋는다. 여전히 순수하고 말갛게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