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끝나지 않아, 사이퍼처럼 내가 다스리지 마치 최초로 불을 가져온 원시인처럼 새로워지고 위로 또 나아가, 호된 실수를 하고 판돈을 올려 진공이 없는 이 우주에서는 어차피 모 아니면 도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의뢰를 하고 싶지 않았다. 문을 닫고 종이는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강박적으로 몸을 네 번이나 연달아 씻은 뒤 침대에 누운 지 벌써 2시간째다. ..방금 59분이 지나 다시 0을 향했으니 3시간째다. 분명 어제는 제정신이 아닌 듯 나가 밖에서 아예 살아버릴까 하는 마음을 가졌는데 오늘은 또 나가서 사는 건 글렀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에만은 손을 들어 얼굴을 덮어 가렸다. 돌아오는 길에 있던 일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있었던 일 때문이다.
멍이 늘었다. 손아귀 힘이 어찌나 셌는지 손목과 목이 푸르스름하다.
굳이 비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카페에 갔기 때문에, 내통한 것 같다는 의심 때문이었다. 사생아도 자신 못지않은 의심병이 도졌음은 분명했다. 마음만 먹으면 막을 수야 있었겠지만 그렇다면 의심에 쐐기를 박아 모든 것을 공쳤을 것이다. 하물며, 공교롭게도 용왕이 자신을 배려하기 위해 아끼던 조직원을 보내 주변을 경호하지 않던 찰나에 발생한 일이었다. 겨우 죄가 없음을 입증하고 나서야 에만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고로, 어제는 모든 것이 낯설고 이유 없는 반항심이 솟구치는 날이었다. 사춘기 때도 겪지 못했고, 이 도시에서 드러냈다 어디 가서 총 맞기 딱 좋은. 쉽게 말해 사고 치기 좋은 날이었고, 사고를 쳤더니 벌을 받았다. 에만은 침대 속에서 웅크리고 쓰게 웃었다. 이런 벌을 내릴 거면 차라리 끌고 가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차라리 숨어서 이 상처가 아물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누군가 자신을 구하러 왔을 때, 상태를 보고도 상황이 상황이니 묻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 웅크리던 찰나, 업무용 휴대폰이 울렸다. 에만은 손을 뻗어 핸드폰을 움켜쥔다. 분명 연락을 받지 않으리라 생각했고, 신경질적으로 연락처를 차단하기 위해 화면을 스와이프 했을 뿐이다.
이야기할 것이 있습니다.
웅크렸던 몸을 일으키며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의뢰는 받지 않아. 값어치가 있을 텐데도? 받지 않는다 했어. 앤빌의 바텐더에 대해 긴히 할 말이 있는데, 아쉽네요. 오후 시간, 레이스 호텔 205호 객실.
답장을 보내고 난 뒤, 에만은 의뢰인이 도착할 때까지 이미 닳아 헤진 엄지를 자근자근 깨물었다. 엄지의 손톱은 찾을 수 없을 정도고 살갗도 죄 까져 흉하다. 그럼에도 에만은 멈추지 않았다. 잘근잘근 씹어대며 피가 나도 개의치 않았다. 페로사, 아, 페로사. 하필이면 지금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니,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럼에도 엎질러진 물이었다. 노크 소리에 에만은 가면을 찾아 얼굴에 썼다. 엄지엔 피가 송골 맺혔고 머리는 말리지 못해 부스스 떴다. 옷차림은, 글쎄. 이미 머리를 가득 차지한 잡념에 겨를이 없어 잠옷 차림이었으니 멍자국 훤히 보여 개판이었다. 문에 기대 입을 뗀다. 감정 없는 기계음이 흘렀다.
"도망이 아닌 게 어디야." 사전적 정의로 말하자면 이직이지만, 그녀가 피를 묻혀야 할 다른 업종으로 옮긴 게 아닌 이상, 이직이란 말은 문맥상 당치 않았다. 폭력과 유혈이 당연한 세상. 이 작은 우리 안에서는 그곳에 이골이 난 사람도 당연히 있을테지. "네 마음속에서 이미 '은퇴' 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적확한 표현이겠지." "휴식, 그래. 일을 하면서도 그걸 휴식이라 생각할 정도라면 이미 이골이 났다는 이야기일 터." 과연 이 자는 얼마나 노련할까? 살육과 폭력의 잔치에 얼마나 익숙해져있을까? 그런 것을 궁금해하기에 그는 이미 노쇠해있었다.
"…아니, 진저비어도 맛있어." 그녀의 아리송해하는 태도와 그 실수에 살풋이 웃었다. 아무렴, 인간인 이상 실수는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니까.
"캐묻지 않는군." 그가 이런 엉뚱한 이름을 댔을 때의 반응은 대개 이런 식이었다. 더러는 목숨이 아까워서이기도 했지만, 그녀에게서 나온 것은 그와는 조금 달랐다. 어떤 형용하기 힘든 강자의 여유같은 미묘한 것이,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피차 편한 길이지… 그것도 마음에 들었어." 무리를 통솔하고 가호하는 한 마리의 암사자랄까. 그 풍채로부터 그런 묘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 한두잔 정도는 괜찮겠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그는 코웃음치며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그녀로서는 잘 모르는 사람일텐데도. 제법 연극적이다. 하지만 표면적인 친근함을 가장하기엔 이만한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