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질 것 같이 미칠 것 같이 괴로운 밤에는 몰래 안고 아무도 없는 방 네가 없는 방 괴로운 밤에는 그렇게 중얼거렸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잡화점의 내부는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아늑한 조명과 은은한 매화꽃 향이 흐르고. 언제나처럼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같이 소집령을 받았을 조직원도, 한결 같은 모습으로 이리스를 반겨주던 여인도 없이. 그저 조용한 가운데 한 남자만이 안쪽에 걸터앉아서 방금 들어 온 이리스를 보았다.
"이제 오냐. 빌어먹을 꼬맹이."
창백한 피부에 검은 머리와 붉은 눈이 인상적인 그는 이리스도 익히 아는 인물이었다. 벨 포레. 라 베르토의 조직원 일괄을 관리하며 여인을 대신 임무와 지령을 내리는 간부였다. 또한 조직에 들어 온 이리스를 관리 감독하며 지도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앉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이리스에게 가까이 오라는 듯 휙 고갯짓을 했다.
"소집령을 내려야만 볼 수 있는 얼굴이라니. 그새 참 귀하신 몸이 됬구만. 다이애나 이리스. 그래. 호라이즌 블라인더스는 편안하던가?"
시작부터 날 선 말이 앞서는 그의 태도는 상냥한 여인과 달리 거칠고 차가웠다. 또한 그는 마치 그동안의 이리스의 자취를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한 어느 조직의 이름이 그 사실을 증명했다.
"아랫놈들에게 소문이 자자해. 아주. 라 베르토의 팀장 하나가 사석에서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의 관계자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그럴 수 있지. 어. 그럴 수 있어. 사적인 만남까지 우리가 제약할 권리는 없으니까. 그런데 말이다. 그걸 네 입이 아닌 입으로 들어야 하나? 내가, 라 베르토의 보스가?"
그의 시선은 매우 날카로웠다. 이리스의 지난 행동들을 비난하며 몰아세우고 있었다. 거기에 여인을 언급하며 이리스를 자극했다.
"네 행동은 당장 내 권한으로 문책을 내려도 합당하다만. 너도 할 말이 없진 않겠지. 한번 지껄여 봐."
>>59 맛있는 썰이 있어 묻지도 않았는데 덥석 물어보자면, 페로사의 경우에는 (나갈 때 벅을 달러로 환전해주거나, 혹은 나중에 캡틴한테 물어보려 했던 페로사가 몰래 달러화를 꿍쳐놓고 있다는 설정을 캡틴이 허락해준다면) 일단 괜찮은 카메라를 하나 사거나, (그런 거 없이 몸이랑 소지품만 나가야 한다면) 핸드폰을 들고 아름다운 해안도시 같은 데로 가서 배터리가 허락하는 만큼 예쁜 풍경 사진을 실컷 찍을 것 같아. 돌아와서는 에만에게 보여주고 싶어하겠지.
>>97 자주 나왔지만, 가상의 브랜드인 NOSTALGA TROPIC. 뉴 베르셰바 내에서만 유통되는 브랜드로 열대과일 같은 향이 나는 특이한 향담배야. 저타르 버전인 트로픽 페더, 고타르 버전인 트로픽 딥이 있어. 트로픽 딥은 익숙하지 않으면 향이 좀 띵할 정도로 강해서 매니아들만 찾아핀다는 모양. NOSTALGA 시리즈는 트로픽 외에도 사이가, 쇼어, 어반 같은 다양한 라인업이 있다고 해.
여인이라고도, 소년이라고도 하기 어려운 묘한 상인. 하지만 일처리는 확실했다. 그래서 진은 시안을 쓸 만한 거래처로 애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베르셰바의 다른 사업가들도 다르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므로, 진은 시안에게 차별점을 가진 사업주로 남아있고 싶었다. 성의를 표시하려 했다. 뒤의 따까리가 들고 있는 검은 쇼핑백이 그것이다. 그래서 본론부터 전개하는 시안의 이야기가 내심 아쉬웠으나, 내색하지 않고 응했다.
"아, 이런 건 제가 잘 몰라서 말입니다. 여기 적어왔슴다."
표 양식 안에 깨알같이 적힌 합법적인 약물명들. 호르몬을 조절하고 사람의 정신을 바로세우는 약들이었다. 베르셰바에서는 건전하기 짝이 없지만, 그 바깥의 세계에서는 처방전 없이 얻어낼 수 없는 약물이다. 그래서 진은 시안에게 그것을 부탁하는 거다.
"선생께서도 의학도는 아니실 것 같으니 이 편이 좋으시겠지요? 여러 번 검수해왔으니 딱, 그대로만 주문해주심 됩니다."
기타 잡화들은 일주일마다 배달, 그리고 까다로운 약물의 경우는 한달에 한번, 도어 투 도어로. 다시말해 둘은 한 달만에 만나는 셈이었다. 진은 뒤의 따까리에게 불량하게 손짓했다. 그러자 두둑해뵈는 쇼핑백이 탁자 사이에 정중히 놓인다.
"그리고 이건 제 소소한 성의인데~ 별 건 아니고~ 좋은 월병입니다."
월병만으론 나올 수 없는 무게. 그 밑은 달러화로 채워져있다. 안정적이며, 외부세계에도 쓸 수 있는 깨끗한 돈.
아스타로테를 볼거라 생각했던 이리스는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안쪽에 걸터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곤 잠시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아예 생각을 못 했던 건 아니었다. 어쩌면 그사람은 모습도 안 보일거라고 생각을 안 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 사람을 내보낼 줄이야. 무언가 자꾸만 꼬여가는 것을 느끼며 이리스는 천천히 손을 들어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넘긴다.
" ... 딱히 할 말은 없어요. 제가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았던 건 딱히 틀린 말도 아니고. "
붉은 눈동자가 날을 세운 말을 던져대는 남자에게로 향한다. 하긴 벌써 귀에 들어갔으려나. 라 베르토의 정보력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작정하고 알아둔 것 같아서 이리스는 굳이 별다른 말은 덧붙이지 않고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이렇게 된 이상 스텧라와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에 폐를 끼치지 않게 노력하는 것만 생각하자, 라는 목표를 마음 속에 담아두고 덤덤하게 말을 이어간다.
" 무단으로 보고 없이 결근을 한 것은 호라이즌 블라인더스와 연관이 없습니다. 그냥 제가 사소한 인연으로 알게 된 것을 도구 삼아 무단 결근을 할 장소로 그곳을 택한 것일뿐 라 베르토의 사업 같은 정보는 단 하나도 흘리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고, 제가 아는 정보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봐야 밑에 수하 두세명 정도 두고 있는 팀장이 아니던그. 값어치가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을리도 없었고, 혼자서 라 베르토를 어떻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괜히 호라이즌 블라인더스를 엮지 말아달라는 듯한 말이었다.
" 드리려는 말은 .. 그냥 개인의 사소한 일탈이라는거에요.. 물론 일주일이 넘게 자리를 비웠으니 사소하진 않겠지만. "
그냥 제 잘못입니다, 라는 말을 조금은 늘려말한 이리스는 가라앉은 눈으로 벨 포레를 바라보았다. 분명 그 역시 자신에게 실말했으리라 생각하면서. 조직에 들어와서 단 하루도 결근 따위 해본 적 없었다. 심지어 휴일에도 지금 서있는 이곳에 나오곤 했으니까. 그런 과거가 이 일에 호라이즌이 엮이니 않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바램을 품은 체.
" 처벌을 하시려는 것이면 처벌을 받도록 할게요. "
조직에서 쫒겨나려나, 아니면 몸으로 떼워야 하려나. 어느쪽이던 호라이즌에 영향이 가지 않으면 그걸로 족했다. 전자는 조금 마음이 아플지도 몰랐다. 아스를 더이상 못 보게 될 것 같았으니까.
'바깥'의 사람이었다면 분명 캄파넬라를 위로하려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로스페로는 베르셰바에서 나고 자랐다. 삶은 언제나 일정 부분 전쟁터를 닮아 있었고, 총과 칼, 죽음이 온화한 포옹보다 더 가까이 있었다. 그러므로 프로스페로는 동정하는 기능을 일정 부분 상실해버렸다. 이따금 보이는 딱하다는 듯한 표정은 오로지 강박에서부터 유래되었다.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긴 쉽지 않다.
"뭐, 그런 거라면 저기 공터에서 태워버려도 좋을 걸 나한테 가져왔으니까 말이야. 나는 목적이 어떻든, 물건이 내 손에 들어왔으니 책임을 져야 하고."
사과사탕 먹는 것 보며 목을 긁적였다. 오래된 피딱지가 떨어져 나가고, 새 핏방울이 동그랗게 맺혔다. 서랍에서 사탕을 하나 더 던졌다.
제 앞으로 내밀어진 손을 한 3초간 건조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남자. 그는 속 안에 있던 숨을 한꺼번에 내쉬며 그 손을 붙잡았다. 제롬은 자신의 손에 보기보다도 더 커다랗고 단단한 감촉의 손이 맞닿는 것을 느낀다. 역시 단순한 회사원의 느낌은 아니다. 그건 일찍이 몇이나 되는 조직을 홀로 붕괴시켜온 남자의 손이었다.
"...매서커과 과장 '진 해서웨이'다. 저 녀석은 내 밑에서 일하는 '히메라기 요시코'." "그냥 누나라고 불러도 돼~!" "보다시피 제정신이 아니니 주의해라. 책임은 내가 지지 않아."
그는 또 다시 무던한 태도로 다시 그녀를 까내렸고 요시코는 그저 생글생글 웃고있을 뿐이었다. 둘 사이에는 이것이 익숙한 것이겠지. ...아니면 진의 말이 사실이던가. 진은 사족을 붙이는 일 없이 맞잡은 손을 힘주어 한 번 흔드는것 뿐으로 간결하게 악수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필수적인 조언을 하나 하지, 제롬 발렌타인. 살기로 했으면 시궁창 인생이라도 악착같이 살아라. 인간이 뒈져버릴 수 있는 방법은 만가지가 넘어. 하지만 살아가는 방법은 목숨을 유지하는 것 단 하나뿐이다. 넌 언제나 그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명심해라.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붉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살아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사실을 자각해라. 네가 가진 목숨을 쓸데 없는 곳에다 허비하지 말라는... 소리다."
그는 주머니에다 손을 찔러넣으며 그렇게 제롬에게 전한다. 소문의 매서커과. 그 중에서도 리더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이 하는 말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그 얘기는 생명력이 흐르는 내용이었다. 고개를 올려다보면 거기엔 반대로 인상을 찌푸리며 내려다 보고있는 진의 얼굴이 보인다. 그 표정에서 옥상 위에서 보였던 제롬의 모습을 타박하는 것과 동시에, 이게 그저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의지 또한 느껴진다. 이 '보수'를 지불하게 된 이상 그런 일이 두 번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그는 말하고 있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