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당신의 정신을 훔쳤다면 어떻게 알아챌 것인가? 당신의 정신이라도 기억을 주입당했다면 어떻게 알아챌 것인가? 누군가가 당신의 정신을 훔쳤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의 잊을 수 없는 경험에 대비하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에만은 모니터를 한참 뚫어져라 쳐다보다 몸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 눈이 아픈지 손바닥으로 눈 주변을 꾹꾹 눌렀다. 용왕의 의뢰대로 정보에 락을 걸어뒀다. 이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타 정보와 혼선을 시키고, 생판 처음 보는 조직과도 연결시켰다. 정보를 잘못 건드렸다간 한 조직의 계좌를 털어내려 했다는 누명을 쓰게 될 것이다. 뒷배가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어지간한 어중이떠중이들은 이 정보에 손대지 못할 것이다. 에만은 책상을 더듬어 인공눈물을 찾아 뚜껑을 열었다. 능숙하게 손등 위에 한 방울을 떨어트린 뒤, 건조해진 눈에 눈물을 몇 방울 떨구고 눈을 몇 번 깜빡이자 투명한 식염수가 뺨을 타고 흘렀다. 한결 낫다. 에만은 이걸로 자유를 얻었다. 오늘 할 일을 끝마쳤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일은 조만간 용궁에 찾아가 의뢰를 완수했다고 전하고, 그로스만의 사생아에게 신뢰를 더 얻는 일 정도겠다. 전자는 최근 매주 계단을 오르내린 탓에 체력이 버틸만하지만 후자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게 흠이지만.
에만은 손을 들어 아직 희미하게 멍 자국이 남아있는 명치 부근을 눌렀다. 여전히 아프다. 저번에 포석을 깔기 위해 기꺼이 한 몸 희생했던 흔적이다. 이 상처 때문에 앤빌에 가지도 못하고,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이틀 내지 사흘만 더 쉬면 사라지지 않을까? 그때는 꼭 가야겠다. 지금 이 상처를 들켰다간 큰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로스만 패밀리의 안위를 걱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언젠가는 꼭 말해주겠지만, 이 상처에 대해서 얘기해 상처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소중한 것이 생기면, 아주 작은 흠이라도 날 때 무너지게 된다. 그 틈을 노리고 누군가 공격할까 걱정이 됐다. 아무리 강하다 해도, 아무리 노련하다 해도. 이 무시무시한 셰바에서 그 작은 틈은 큰 상처로 이어진다. 다시는 누군가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사생아가 페로사의 주먹에 박살 날 걸 생각하니 차라리 속 시원하게 말해버리고 손을 뗄까, 하는 충동도 불쑥 치밀곤 했다.
"Ah- Fuck."
물론 그랬다간 용왕을 중재해야 하니 일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어쩌면 어머니의 맹약도 깨부수고 자신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에만은 앓는 소리를 내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산 넘어 산이다. 어째서인지 용왕은 앤빌의 바텐더 페로사를 아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전에 찾아갔을 때, "주인 제대로 지키지도 못한 늙은 사자는 잘 지낸다니?" 하고 물었다. "..늙은 사자?" 하고 되물었을 때 용왕이 했던 말이 아직도 귓전을 때리는 것 같았다.
"저런, 조직 팔아먹으려 들었던 짐승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나보구나? 그럴 법도 하지.. 우리의 목숨이 위험할 지도 모르는데." "무슨 뜻이야, 그거?" "글쎄.. 아무리 선처를 받았다 한들 깨진 신뢰를 복구하긴 어려운 법. 짐승이 사람 겉가죽 뒤집어쓴다고 사람이 되는 줄 알지. 어차피 같은 밑바닥에서 사람 죽이고 굴렀으면 짐승새끼인 것을."
노래하듯 나긋나긋하고 부드럽게 말했지만 그 웃음에 어린 쾌락과 조롱을 에만이 모를 리가 없었다. 둘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자신의 독단적인 선택으로 일이 틀어져 버리면 그 성질머리를 돌이킬 수 없을 것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용왕이 개새끼인 것도 있지만, 아무리 가족 같은 사이라도 서로 받아들이는 점이 같으면서도 달랐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같은 꿈을 추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입하는 사람과 결과에 대해 받아들이는 시선이 달랐다. 미카엘 윈터본이 온정을 받고 도움을 요청하는 쪽이지만 용왕은 온정을 내치고 휘두르는 쪽이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가장 먼저 용왕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이어지는 욕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제롬의 경우에는 돼지를 헌상하는 조건이 붙어 용납하는 거지만, 페로사는 어떻게 해야하지? 언젠가 말해야 하는데, 이 태도를 고수하면 용왕이 절대 윤허치 않을 것이다.
"개 같네."
물론 용왕의 마음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에만은 마른 세수를 했다. 손톱을 세워 얼굴을 죽 그어내며 몇 번이고 더 욕을 뇌까렸다. 그로스만은 공통의 적이다. 미카엘에겐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시티 헌트 전쟁 당시 살해당해 얼굴도 모르는 외숙부의 원수였고, 용왕에겐.. 에만은 얼굴을 감싸 쥔 손에 힘을 풀고 모니터를 흘끔 바라보았다. 오늘 잠근 정보는 용왕의 과거와 본명, 그리고.. 손을 뻗어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잠시 에만의 눈에 동정심이 스쳤다. 이런 정보를 지금껏 어떻게 숨겨온 건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아마 어머니 덕분이겠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자신이 어머니 밑에 있을 적 부탁을 받고 숨겨야 했던 정보 중에 끼어있을 가능성도 있다. 착잡했다.
이런 과거가 있으니 사람을 꺼리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해와 동의는 다르다. 에만은 용왕을 이해하고 이 셰바에서 과분한 동정의 시선을 내비쳤지만 고립되는 것과 강경한 태도는 동의할 수 없었다. 이 망할 오라비의 혼자 해결하려는 태도를 어떻게 고쳐야 할까. 용왕은 성격만 꼬인 줄 알았더니 자신보다 더 마음을 꽁꽁 닫아버린 사람이었다. 그런 용왕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앞길이 막막했다.
에만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다시금 인공눈물을 넣게 위해 고개를 올렸다. 눈이 뭘 해도 계속 뻑뻑한 느낌이었다. 안구에 닿는 축축한 감촉에 눈을 감으며 오늘 봤던 사진 한 장을 기억에서 지우려 무진 노력했다.
1. 『이제야 말해주는구나』 》"언제쯤 말해주실까 기다리고 있었다구요~ 당신, 정말 눈치라곤 하나도 없으시네요~ ...뭐, 상관 없어요. 어차피 언제 말해주시든 전 계속 기다리고 있었겠지만요...?"
2. 『천국으로 가길』 》"어머나~ 아직도 그걸 기억하고 계신 건가요~? 후후후... 그땐 참 좋았죠~ 당신도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건지 처음 알았으니까요. 아뇨~ 놀리는건 아니랍니다~ 그저, 당신이 그정도로 제게 진심이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서 말이죠... 그때를 기억하면서 오늘도 기분 좋게 잠드시는 거랍니다~ 그리고... 부디 다음 생에선 절 기억하지 말아주세요... 전 흐르는 시간의 앞에선 그저 당신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죄인이니까...
3. 『못 믿겠어』 》"정말 그게 당신의 진심인가요? 알고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게...? 만약 농담이나 장난치시는 거라면 두말 할 것 없이 거절하고 싶네요. 인간은 늘 그런식으로 다른 누군가를 속이는 건가요? ...오늘은 장난을 받아넘길 기분이 아니니 돌아가주세요."
>>748 멍든 부분이 페로사한테 들켜도, 에만이 그냥 넘어진 거야, 라던가 의뢰인과 사소한 마찰이 있어서. 다 끝난 일이니까. 하고 둘러대면 그래 그렇구나 하고 넘기겠지만 페로사가 에만의 냄새를 주도면밀하게 맡는 걸 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며칠 뒤 A-13구역의 어느 한적한 곳을 지나가는 그로스만 패밀리의 옆을 스쳐지나가던 페로사와 어깨가 툭 부딪히게 되고... '사람을 치고 갔으면 사과를 해야 할 거 아냐' 하고 시비를 걸어오는 수상하게 키가 큰 여자가... 그리고 잠시 뒤 골목에는 전치 4주에서 8주의 부상을 입은 그로스만 패거리들만이 널부러져 있는데.
'쟤가 날 봤어' 이거 하나로도 일단 신나는 CNC 공작선반 실습 시간은 확정인데, 쟤가 날 때렸다니까 추가되면... (절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