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등 위로 무너져 내리는 도시 다들 아무것도 몰라 그저 걸어야 해 거리를 가득 매운 너희들, 아주 볼만해 너흰 벗어나지 못해, 구속돼 자유로우니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시안은 쉽게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 판만 더 해본다고 했지만, 또 진다면 진짜 마지막으로 더 해본다며 이길 때까지 계속 코인을 넣게 될 것이다. 온 정신을 화면에 집중하던 시안은 당신의 시선이 바로 앞 모니터가 아닌, 자신에게 향해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다. 그리고 개발자를 향한 분노가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던 건지, 고전하던 시안은 AI와 치열한 접전 끝에, AI를 꺾어내고서 이내 떠오르는 우승 문구를 본다. 승리가 주는 기쁨에 가슴속 내려앉았던 답답함을 치워내고, 핸들에서 손을 떼어 양팔을 넓게 벌리며 기지개를 켠다. 희열감이 그 자리를 채우고,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올라가는 엔딩 문구들을 보던 시안은 박수 소리에 고갤 돌려 당신을 빤히 바라본다. 손에 들린 경품을 보자 웃음을 터트린다. 작고 둥근 웃음소리다. 그런 웃음은 금세 잦아들고, 시안은 건넨 박하사탕 통을 받아든다. 스치면 시안에게선 달짝지근 향이 난다.
"원래부터 있던 이벤트에요, 아니면 방금 전에 막 만들어낸 이벤트에요?"
바로 박하사탕 통을 열어내며 시안은 당신에게 묻는다. 그리고서 사탕 하나를 꺼내 바로 입으로 가져간다.
시안은 얼음같이 차갑던 누구와는 다른 것이다. 불쾌했던 기분도 금세 휘발되어 날아간다. 요즘 날이 차다는 말에는 그 추위를 느낀 것처럼, 시안은 가볍게 몸을 떨며 질색하는 소리를 낸다. 포크를 가져와 앞자리에 앉아, 그라탕을 덮은 랩을 벗겨면 "당신이 만든 거면 더 좋았을 텐데." 하며 아쉽다는 목소리로 답한다. 그리고서 포크로 그라탕을 떠낸다. 오븐에서 나온 지 시간이 지나 온기는 없어도, 괜찮을까. 치즈의 소금기 어린 맛을 음미하던 시안은 당신이 건넨 종이를 새삼스레 들여다본다. 적힌 약품의 리스트와 그 양들을 읽어나가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현재 물류창고에 재고가 있는 것, 있다 해도 그 재고가 종이에 적힌 양보다 부족한 것, 아예 그 재고가 없는 것. 머릿속에서 가볍게 정리를 하고서 별것 아니라는 얼굴로 다시 그라탕을 떠먹는다. 삼켜 넘기고서, 포크를 내려놓으며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당신, 갑자기 일이 늘어서 골치 아프겠네요."
입매를 당겨 미소 짓고서, 테이블에 받은 그 종이를 잘 보이게 펼쳐 두며 강산성인 한 약품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톡톡 손가락으로 두드려 보라며 주의를 끌고, 다시 포크로 그라탕을 떠내며 말한다.
"그래도 운 하나는 좋네요. 마침 물건들이 들어올 때라서. 이거. 이거 빼고는 다 충분해요."
사람들은 밀실을 흔히 추리, 혹은 공포 장르의 창작물에서 많이 다루고는 한다. 다른 사람들은 들어갈 수 없고, 오직 안의 사람들에게만 사건이 전개된다는 밀실의 특성상, 독자의 시점이 대개 외부에 있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다루는 추리 소설에선 살인의 트릭을 쉽게 감추고, 더 다채롭게 꾸밀 수 있고, 공포 영화 등지에선 갇힌 희생자의 무력감, 압도적인 공포적인 존재의 위압감을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으나 결국 요지는 이거다. 밀실의 특징은 폐쇄적인 공간 그 자체라는 것을. 은밀하고, 어떤 사람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그렇기에 밀실이란 창작물 뿐만이 아니라, 예로부터 고문을 하는 것에 최적인 장소였기도 했다.
"끄으...윽..."
제롬은 깊은 신음을 토해내며 땅을 내려다보았다. 땅에는 피가 흥건했다. 누구의 피인지는 말할 것도 없다. 자신의 피였다. 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거지? 얼마나 오랫동안 이러고 있었지? 시간 감각따위는 밀실과 머릿속을 흐리는 고통 앞에선 무의미할 뿐이었다. 제롬은 입에 고인 피를 바닥에 뱉어내며, 눈 앞에 있을 고문자를 노려본다.
"...사람을...다짜고짜 끌고와서...고문부터 하는 건...너무한데..."
온 몸이 상처투성이에 이미 고문으로 인한 고통이 끔찍할 정도다. 제롬은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났으면 했다. 하지만 목적도, 질문도 없이, 한참동안이나(체감상) 고문을 한 이들에게선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싶었을까.
자신은 늘 제자리에 있는다. 찾아오는 것은 손님들이고, 그 손님들의 발길을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 아닐까. 꽃도 독도 둘 다 판매를 하는 것에 있어서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다들 잘 하는 것이 있고 못 하는 것이 있는 거죠. 페퍼 씨는 저보다 더 나이프를 잘 쓰시잖아요?”
페퍼의 차를 타고 하웰은 지나가는 밤거리를 바라본다. 매번 사건 사고가 터지는 점은 늘 한결같은 베르셰바이다. 도로를 지나가면서 한 남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으나 하웰이든 페퍼든 낯 모르는 사람의 불행에 관심을 가지는 부류가 아니었다. 낯 모르는 쓰러진 사람을 구하는 사람들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단지 그것이 자신은 아닐 뿐이었다. 어쩌다보니 이 도시에 물들어 자신의 선 안에 있는 사람만 소중히 여기게 되는 그런 삶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페퍼를 따라 들어간 구역에서 하웰은 앤빌로 들어섰다. 처음 오는 공간이었는데, 식사도 가능하고 바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가능한 모양이었다. 하웰은 술에 대해 그렇게 박식한 편은 아니었으나 바텐더와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로망이 있는 편이었다.
“술이요? 남들 만큼은 먹는다고 생각해요.”
하웰이 어깨를 으쓱했다. 남들처럼 술을 마시면 감정이 올라가는 편이고 취할 때까지 마시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반주로 같이 드시죠. 그런데 제가 술은 잘 몰라서 식사와 어떤 종류가 잘 어울릴지 모르겠네요.”
하웰은 미각에 그렇게 예민한 사람은 아니었다. 쓴 것도 곧잘 먹는 편이다. 가리는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음, 하나 가리는 것이 있다면 화한 향이 나는 민트 계열의 음식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정도일까. 또, 향이 있는 것들을 좋아한다는 점. 예를 들면 홍차같은 것들일까.
하웰은 페퍼가 음식을 시키는 것에 대해 불만이 없어, 페퍼가 시키는 것에 따를 요량인 것 같다.
/사실 페퍼주의 음식묘사 멋지다고 생각해. 페이지를 아끼지 않아도 괜찮음을 알립니다. 페로사주와 선관을 맺은 적이 없어서(머리깸) 처음 방문한 것으로 레스를 적었다. 이번 기회에 앤빌을 알게 되었으니 다음엔 자연스럽게 바에 방문할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