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도시에서 25년이야. 마피아들을 죽이는 건 나쁘지 않았지. 기억도 거의 나지 않아. 하지만 마을을 태우고 벌거벗은 사람들이 울부짖는 모습은... 매일 같이 지켜봤지. 이건 PTSD가 아니야. 이건 마약이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기위해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제롬은 과거 여인이 그의 집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했지만. 사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제롬에게 더는 거리낄게 없어졌으니까. 조만간 혹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가보고 싶다고 할 터였다. 여인의 집을 보여줬으니 그의 집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이 사실을 깨닫는 건 조금 나중이 되겠지만.
이 집에 방문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라고 알려주니 제롬은 기쁘다고 했다. 짤막하게 들려준 과거에 대해선 시무룩한 반응을 보였다. 이 도시의 흔한 과거사 중 하나일 뿐인데. 여인은 그 때나 지금이나 자신이 특별히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도시 안이든, 바깥이든, 어딜 가나 불행은 넘쳐났으니.
"너, 조금 전까지 불안해하고 있었으면서. 솔직히 말해 봐. 무서웠지? 평소랑 달라서."
한결 가벼워진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제롬의 응석을 받아주었다. 묻긴 했지만 대답은 얼추 알 것 같았다. 많이 불안 했겠지. 초조했을거다. 여인은 제법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가면을 벗은 여인이 어떤지 몸서리치게 잘 알았다. 그러니 조금 전까지의 여인을 보고 제롬이 어떻게 느꼈을 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다.
쓰다듬고 떨어지려는 손은 그대로 제롬의 손에 잡혔다. 한 손을 내준 여인은 다른 손이 얼굴에 닿는 것도 허락했다. 제롬이 했던 것처럼 고개를 기울여 그 손에 좀 더 닿으려고 했다. 그 와중에 입술이 손을 스쳤을지도. 그 상태로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여인 역시 잔을 내려놓았다. 잡힌 손을 움직여 마주 잡고서 가까이 당겼다. 조금 어설프게 안는 모습을 하고서 대답해주었다.
"너였으니까. 너라서. 제롬 발렌타인이라서."
너무 간단한 대답은 맥이 빠지다 못 해 허탈하기까지 했겠지만. 다행히 대답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여인은 한 손으로 제롬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말을 이어갔다.
"처음엔 네가 그저 옛날의 나를 보는 것 같았어. 이 빌어먹을 도시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아득바득 하는 모습이. 그래서 커넥션과 협업이라는 명목으로 널 키워서 지금의 나와 같이 만들어주고 싶었어. 다른 조직원들처럼. 네 앞길에 보탬이 되는 걸로 자기만족을 느끼려 했던 거야."
그걸 위한 투자였지. 라고 여인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한숨 쉬어갔다.
"시간이란 참 무서워. 아무리 굳게 다짐하고 결심해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느슨해지더라. 빈틈이 생겨버려. 정이 새어나갈 틈이. 그 틈을 눈치 챘을 때는 이미 막을 수 없었어. 절대 꺼내지 않으리라 다짐 했던 애정이 전부 빠져나간 후였으니까. 그리고 그만큼 커버린 네가 있었고."
"그 날 밤은 사실 충동이 맞아. 딱 잘라 선을 긋지 않는 너를 보고 한번만, 이라는 충동으로 저지른 일이었어. 뭐든 한번이 문제지. 뼈아픈 기억도. 애끓는 연심도. 막상 내 감정을 마주하려니 옛일이 생각나 외면하고 거부하려고 했는데. 네가, 선택하라고 말해줬으니까. 그렇게 추한 꼴을 보였는데도. 버리지 않고 내가 선택하는 걸 기다려줬잖아. 또다시 충동으로 널 거부할지도 모르는데."
여인은 고개를 움직여 제롬과 마주보았다. 연한 미소는 부드러웠지만 평소와 달랐다. 더 희고, 더 맑았다.
"내가 너에게 행한 모든 건 네가 너였기 때문이야. 다른 누구도 아니라. 너였기에. 나는 감히 곁에 있어달라 다시 한번 말 할 수 있었어."
대답은 거기까지였다. 여인은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고개를 숙여 제롬의 어깨에 기대었으나. 살짝 닿는 볼이며 귀가 따끈해지는 건 숨길 수 없었을 터였다.
>>274 (끄덕) 예쁜 꽃이라기보다 수국도 은근 도도하고 그런 분위기가 있달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 자리에서 스러져도 절대 타인의 손을 빌리지 않을 거 같은 느낌이야. 음. 하지만 정말로 마음을 연 상대가 나타난다면 기꺼이 그 손에 자신을 맡길 거 같고. 히히 지금은 솔직히 말 할 뿐이야 후레대사 아니다앙 (그륵그륵)
>>275 솔직한 아스주 귀엽네. 정말로. (쓰다듬쓰다듬) 응...브리엘은 그런 이미지지. 애초에 내가 그런 느낌으로 돌리고 있기도 하고. 지옥으로 스스로 걸어들어온 사람이니까. 브리엘은. 누구보다 갸날프고 우아하지만 그 속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고. 마음을 열 상대가 언젠가는 나타나겠지. 아마. 기대는 안하고 있지만.
지금은 그래. 그 모든 역경을 견디고 자신은 살아남았으니까. 다만 모든 상황은 본인의 의도나 생각, 준비된 바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일까. 영원한 건 없어. 죽을 때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있을 뿐. 오히려 지금은 낙관과 비관을 가르는 기준점이 아주 명확해진 상황이니... 어쩌면 사소한 일로 딥한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도 나올지도. 페로사는 확실히 많은 역경을 헤쳐왔지만, 섬세한 감정은 페로사가 거의 겪어본 적 없는 영역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