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영웅들과 우상 다 모자란 인간일 뿐 현실은 개같아, 계속 가긴 너무 큰 공포 하지만 지고 싶진 않지, 그렇지? 싫을걸 건 게 많고 아직 성장 중, 바로 그 열정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길게 한숨을 내뱉어보니 자신이 암살시도로 준비된 극약을 마신게 아닌 건 맞다. 술을 극약으로 느끼다니. 브리엘은 자신의 빈속을 한대 세게 후려친 술이 담겨 있는 잔을, 얼굴을 반쯤 싸쥐듯 감싸고 있는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눈매를 가늘게 뜨고 노려보고 있었다.
"진짜로 그 이유가 맞아요?"
바텐더의 말에 브리엘은 잔을 노려보던 시선을 비스듬히 기울여서 바텐더에게 옮기며 단조롭게 중얼거렸다. 어조나 말투는 여전히 담담하지만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손이 넥타이 근처를 잠깐 헤매다가 테이블 위에 올려지는 게 무의식적으로 답답함이 느껴져서 넥타이를 풀려다가 멈춘 모양새였다. 대신 길게 한번 더 한숨을 내쉬는 걸로 답답함을 해소하며 브리엘은 미네랄 워터를 완전히 비워내는 걸로 가라앉힐 수 있었다. 아직 속이 뜨끈하기는 하지만 못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근데 이것보다 더한 술이 세가지나 더 있다고. 그걸 마시는 술꾼들은 진짜 미친놈들이 아닐까. 아니면 간이 기계로 되어 있던가. 질린다는 기색이 브리엘의 구리색 눈동자에 스쳐지나갔다.
왠지 잠깐 놀림을 당한 기분이 들어서 바텐더를 보던 시선을 굴렸다. 어떻게 보면 제롬 발렌타인보다 더 짜증나는 타입일지도 모르겠어. 자세를 바꿔내면서 브리엘은 얼음이 크리스탈 잔에 부딪히는 맑은 소리를 내며 천천히 잔을 흔들고 이번에는 확실히 줄어든 기세로 디아볼로를 한모금 마셨다. 그래도 바텐더의 충고를 들어먹은 모양새다. 그래, 악마는 맞다. 감성적이기 짝이 없는 표현을 할 수는 없더라도 브리엘은 그 이름이 붙혀진 것에 대해 반박할 수 없었다.
"스트레이트로 못마실 줄 알고 일부러 준거는 아닐테죠. 이거. 그런거면 분하지만 정답이네요. 꼼짝없이 이거 마실때까지는 못나가겠네요."
다른 것보다, 정신이 안차려질 정도로 짙은 향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 증거로 술로 인해 둔해진 신경 때문에 두통을 잊을 수 있었으니까. 카랑- 카랑- 하는 맑은 소리를 내면서 온더락 잔 안에서 얼음공이 잘 구를 수 있도록 손목을 까딱이며 브리엘은 엎어뒀던 핸드폰을 잡고 문자를 확인했다. 언제쯤 출발해야하는지 묻는 문자에, 다시 엎어둔다.
"근데 바텐더가 말하는 위스키광들이 왜 스트레이트로 마시는지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고."
건배를 받고는 바로 잔을 비운다. "술은 해악이지. 그러니 모두 마셔서 없애버리자." …그런 시답잖은 농담이나 던지면서.
강아지란 말이지. 나 강아지 좋아한다고 했던가. 아, 했었지. 종종 그는 매 순간마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잊곤 한다. "강아지는… 글쎄, 말했잖아. 인간의 친구라고." "뭘 하든 맹목적으로 날 좋아하게 설계된 존재… 그럼에도 그 녀석이 날 따라주는 걸 목도할 때에는, 또 감회가 새롭지 아니할까." 언제나 날 위해 웃어주고, 언제나 나를 반기는. 그런 존재. 어느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 가끔은 그런 존재마저도 자신의 작은 움직임에 겁을 먹고, 몸을 잔뜩 움츠리며 벌벌 떠는 것을 보면, 과연 자신은 어떤 끔찍한 괴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럼에도 대개의 개체들은 여전히 반기고 따른다. 몇 차례고 배신당한 이후에도. "참 멍청하지. 녀석들은 말이야." 어리석고 멍청한 그들은, 우습게도, 어쩌면 지복의 조건을 타고난건지도 모른다. "그러는 너는… 싫어하나?" 페퍼는 질문을 돌려준다.
WA~ 새판~ 다들 미안해~ 영 안좋은 꼴을 보여버렸네. :( 이번 건도 있지만 혹여나라도 내가 말하는 부분에서 어떤점이 맘에 안들거나 한다면 꼭 말해주기야. 솔직히 나도 다른 참치들 따라서 쉬핑하거나 가스라이팅 하거나 하는 부분이야 있다보니 스스로 생각하기에 선넘었나? 싶어서 걱정하는 글들도 종종 있었으니까,
어젯밤 돼지가 죽었다. 짐승 죽는 날은 많지만 직접 먹여 키우던 놈이라 정이 많아 밤새 울었다. 울지 말라고 달래주는 사람도 없으니 외로운 날이었던 것 같다. 짐승 죽으면 전염병 때문에 태워야 한다지만 차마 태울 수 없어 묻어주기로 했다. 이런 짓을 왜 하냐며 질타하는 목소리가 있긴 했지만 이제 조용하다. 아무렴 돼지를 사람 묻는 곳에 묻는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내 말 듣지 않는 게 더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묻어주고 돌아오는 길에 돼지라고 부르는 것들을 지나치며 구석자리 빈 우리 보고 마음이 무겁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조금 더 상처를 봐줄 걸 그랬다. 다른 돼지 때문에 상처가 났더니만, 기어이 어젯밤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 짐승 싸움 흔하다지만 녀석은 여렸다. 밤 동안 아버지, 아버지, 하고 울었을 걸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핑 돈다.
빈 우리를 빤히 바라보자니 처음 만난 날이 떠오른다. 그땐 여전히 눈 내리는 날이고 돼지 끌고 오는 주제에 검은 양복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사내들이 사정을 했다. 이놈이 저희 조직에서 가장 어리고 실한 놈 입지요, 그러니 제발 빚 갚는 셈 쳐주십시오. 눈 데룩데룩 굴리며 불안한지 주변에서 겁에 질린 다른 돼지 보는 녀석은 제법 체구 큰 것이 귀여웠다. 나이 안 찬 동물들은 하는 행동 귀여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어찌 알았는지, 눈치 빠른 녀석들이라 기특하기도 해서 적당히 값 쳐주었다. 홀로 남았을 때 안절부절못하던 것에게 뒷짐 지고 빤히 쳐다보다 얘, 아버지라 불러라. 하고 피 묻은 손 뻗자 냉큼 머리 비비던 것이 아직도 손에 익어 사라지지 않는데.
자식이 아버지 잃으면 천붕天崩이라는데 아비가 아들 잃으면 무어라 불러야 할지. 기실 우리에 새 녀석이 들어올 생각을 하니 흥미가 떨어졌으니, 가늠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용왕은 뒷짐을 졌다. 새 녀석은 보다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에만은 사진을 찾아보다 눈 찌르는 시늉 해보이고는 또 헛구역질 몇 번 해댔다. 돼지 돼지 하더니만 사람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먹여 살찌운 것을 아들 삼고 3달을 그렇게 키웠다니 도저히 믿기 어렵다. 그로스만의 개 한 마리를 이곳으로 보내는 것이 죄책감이 들 정도였다. 내가 헛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