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기억들이 날 비웃어 멈춰서서 뒤돌아보는 나를 가슴 속에 남은 것은 언젠가의 기억 스스로 고르고 버렸을 터인 미래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허. 말 하는 거 봐. 문득 저 입을 벌려 안에 든 혀가 사람의 것인지 뱀의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아니면 그 속에 묵직한 능구렁이가 있진 않은지 보고 싶어졌다. 느물느물 말로 기어가는 모양새라니. 그게 참 얄미운데 밉지가 않았다. 미워할 수가 없는지도 모른다. 이 붉은 도시에 얼마 되지 않은 인연인지라.
곁눈으로 여인을 보는 시선에 똑같이 곁눈으로 마주보며 슬핏 웃었다. 피피가 모르는 여인의 모습은 일부러 보여주지 않은 것들이었다. 친우 사이라고 해서 모든 걸 공유할 이유는 없으니까. 특히 일과 관련된 부분은 그다지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
"하려고 하면 안 되는게 없더라. 내가 그런 쪽으로 타고났나보지. 그리고 예쁘단 말은 몇번을 들어도 충분하지 않거든. 어딜 은근슬쩍 말을 빼."
말은 그렇게 해도 그 속뜻을 어렴풋이 짐작했으니 표정은 웃고 있었다. 서로 익숙하게 농담 치고 맞장구 쳐준다. 이렇게 보면 강박적인 모습들이 거짓말 같은데. 그게 여인 한정이라는 것도 알고 있으니 마냥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러니 그나마 함께 있을 때 만이라도 덜한 것에 만족하기로 하다가도. 저 능청에 아프지 않은 가시가 삐죽 솟았다.
"내가 너냐! 아으으 싫어엇...!"
애써 그것이라고 했더니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는 피피 덕분에 또 몸을 떨었다. 이름에서부터 다리가 스멀스멀 느껴지는 거 같아 몸에 오싹하게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꼬집는 손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을거고. 피피의 엄살은 일정 부분 정당했다.
"이 정도로 팔이 못 쓰게 될 리가 없잖아. 엄살쟁이. 진짜 못 쓰는게 어떤건지 알게 해 줘?"
에잇. 하며 살짝 더 세게 꼬집고 놓아주었다. 힘조절은 확실히 했으니 멍은 들지 않을거다. 아마. 소매자락을 정돈해 길게 늘어뜨리고 다시 몸을 기울여 피피와 어깨를 맞대었다. 나란히 앉아서 저 앞 어딘가에 적당히 시선을 두고 중얼거렸다.
"진 빠져. 정말... 난 언제든 상관 없으니까. 업체 효과 떨어지기 전에 불러줘. 그것이랑 볼키스는 안 해도 인사도 하고 싶지 않으니까."
갔는데 나오면 그 날 대청소를 하던가 할 거라고. 은근히 낮게 깐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 넌지시 덧붙인다. 요즘 뭐 필요한 건 없어? 이불이나 옷이나.
이마를 부여잡으며 앓는 소리를 내자 피식 웃었다. 아파, 이 무정한 녀석아. 라는 말에는 그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무정한 녀석이라니. 정말 무정한게 누구인지 알면서도 저런 소리를 하는 거 아닌가. "자비가 없는건 너지. 난 적어도 친구를 무정하게 죽인다는 소리는 안 해." 라며 농담을 던졌다. 뭐, 사실 자신도 친구를 죽이기는 한다. 해가 되는 경우에만. 그런 것까지 너와 나는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 닮은 면이 있는지 조금 궁금하기도 하고.
"아하하,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는 안 말하지. 네게만 이야기 할 거니까, 당근 요정님~"
말을 하려는데 나오지 않는 걸까. 에만의 모습에 그는 얄밉게 "바니바니~ 당근당근~" 하며 그를 계속해서 놀리듯 속삭였다. 어떻게 알았냐니.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이 베르셰바에 너 말고 누가 있겠어. 그러게 아무나 볼 수 있는 곳에서 그런 귀여운 이름을 쓰면 되나. 그는 말하지는 않고 속으로 그를 타박했다. 이것까지 말해버리면, 정말로 시체 소각장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귀가 빨개지고 앓는 소리를 내자 그는 플라스크를 내밀었다. "한잔 할 거야?" 라며 그를 보는 웃음 속에는 조금 장난기가 깃들어있다.
"정말이야."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느긋했다. 아아, 에만. 넌 나와 같아. 정말로. 조용히 에만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자니, 예전의 생각이 떠오른다. 그 때는 내가 몰려있었다. 그리고, 한 소녀가 내게 말을 걸어주었다. 풍성한 금발머리가 마치 사자의 갈기 같았던 갈색 피부의 소녀. 그 아이는 내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주었다. 난 그제서야 구원받았다. 무력감 속에 빠져있는 것은 똑같아도 움직이는 법을 배웠다. 이리스, 그녀석이 내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다면... 최근에는 무라사키라는 친구에게, 그리고 이번엔, 너에게. 이리스에게 받은 것을 똑같이 선물해주고 싶었다.
아무래도 좋다. 친구, 난 내 마음에 든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나 스스로도 불구덩이에 던져버릴 수 있어. 나는 그 사람들이 없는 고독이 뭔지 잘 알거든. 그건, 죽음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거야. 제롬은 웅크려서 숨죽여 울고 있는 에만을 바라보고는, 상체를 일으켜 다가갔다. 그의 앞에 멈춰서서는 그를 천천히 토닥여주려고 했다.
"난 네 친구야, 에만. 몰래 지켜보다, 네가 힘든 일이 있으면 등 뒤에서 너를 받쳐줄 거야. 네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진심으로 축하해줄 거야. 네가 슬픈 일이 있다면, 나는 널 위해 울어줄 거야. 그리고 네가 죽게 된다면, 무덤 위에 꽃을 놓아줄 거야."
"그러니 혼자 끌어안을 필요는 없어, hommie. 널 아껴주는 사람들을 의존해도 괜찮아." 토닥이며, 작게 속삭였을 것이다. 뭐, 짧게 말하면 그냥 가면 좀 벗고 다녀라. 라고 장난스럽게 말할 수도 있는 거였다만, 그러면 분위기가 없으니까. 그는 조용히 토닥여주며 에만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기다려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