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기억들이 날 비웃어 멈춰서서 뒤돌아보는 나를 가슴 속에 남은 것은 언젠가의 기억 스스로 고르고 버렸을 터인 미래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1. 본 스레는 놀려고 오는 거다 공부는 필요 없다. 2. 일상 중 불편하게 느낄 것 같은 사항이 있다면 사전 조율한다. 3. 본인이 뭐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웹박으로 쏘거나 넌지시 그리고 확실하게 상대에게 전달한다.
심지어 더블오는 3음절이지 않은가, 일단 멋있으니 상관없다는듯 명칭을 정해버린 로미였지만 애초에 멀쩡한 이름을 달고다니는 것도 첩보엔 딱히 맞지 않으니 고개를 끄덕여보이는 것으로 응수하는 그녀였다. 애초에 흔히 떠오르는 만화의 스파이 속성 모 여성히어로 캐릭터도 이름보다 더 긴 코드네임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쪽은 3(4)음절에서 5음절이 된거라지만,
"어째 그 더블오라는 콜사인이 로미씨가 승리했다는 의미로 느껴지는데, 기분탓이려나요~"
고작 1일이라는 단어가 이정도까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니, 게다가 그중 절반이 그녀의 입장에선 다소 황당하면서도 로미의 은밀한 계략에 엮이는거 같아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비록 능구렁이 같은 성격일지라도 썩 나쁜 사람... 아니, 나쁜사람같이 보이진 않았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까? 확실히 그녀가 생각이 옳았다 볼수 있었다.
세계평화라느니 하면서 작전은 전혀 세워져있지 않고, 그렇다고 준비가 아얘 안된건 또 아니었으며,
찾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디있는지도 알지 못하지만, 찾기만 하면 뭐든지 해결할 수 있고,
아무리 봐도 구름을 넘어간 소를 잡겠다는 어린날 소녀의 꿈처럼 허무맹랑하면서도 한 여인의 광기어린 야망 이 서려있는, 아담한 노란색 상자에 하얀 종잇조각들을 수북하게 쌓아 아주 정성스럽게 포장해 겉에는 검은 도트무늬의 분홍색 리본으로 수놓은 핵폭탄 그것이 로미 카나운트에 대한 그녀의 평가였다.
"한마디로 출퇴근시간 지키기와 출장때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게... 절 보호한다는 의미로 봐야한다는 거네요~ 후후후... 필요하다면 범죄자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정신나간 발상을 하는건 아마 베르셰바에서 당신밖에 없을거라 생각해요~"
어쩌면 세간에서 말하는 '제법 깨끗한 손'이 있다면 필시 저 기름때로 얼룩진 손이리라.
"저 역시 잘부탁드려요~ 음~ 무슨 명칭을 붙여야 하더라~ 그래도 역시 '보스'가 낫지 않을까요?"
사진을 넘기는 피피의 옆에서 종알대며 체리를 집어왔다. 이번엔 꼭지를 따서 알만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휙휙 넘어가던 사진이 끝에 다다르자 핸드폰을 주길래 받아서 근처에 덮어두었다. 어느새 과육은 다 먹고 씨만 남았길래 손등에 툭 뱉어 소반에 올려놓았다. 피피가 밀어내지 않으니 어깨에 턱 걸친 채로 제법 진지한 감상을 들었다.
"생각보다 그렇게 불편하진 않아. 저거 비슷한 거 입고 춤도 췄었거든."
그러고보니 그 옷도 어딘가에 있을 터였다. 조만간 옷방 다른 곳도 정리해야겠다. 여인은 손을 뻗어 체리를 집을 듯 하다 말았다. 손끝으로 하나 슬쩍 건들고 손을 도로 물리다가 슥 들어서 검지로 피피의 뺨을 꾹 누르려 했다. 아프지 않게. 하지만 쏙 들어가게.
"옷만 예뻐? 칭찬 좀 순순히 해주면 뭐 덧나냐. 이 삐뚜름이야."
킥킥. 어깨를 가늘게 들썩이며 웃었다가 이어진 헛소리에 흠칫 떨었다. 너 그게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냐는 표정이 어느새 여인의 만면을 장악했다. 크게 뜬 눈. 떨리는 동공. 힘없이 벌어진 입술. 걸치고 있던 턱을 떼고 두 팔로 몸을 싹 감싸더니 다시금 몸서리를 쳤다. 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널 청소부로 들였다가 그, 그거랑 볼키스 하고 싶지 않거든! 그리고 내가 너보다는 청소 잘 해!"
피피의 방 상태는 물론 알았고 최근 트톡에서 했던 말들을 보고 여전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청소부로 고용 운운하는 소리에 그 내용들이 일렬로 머릿속을 스쳐가고 동시에 드는 몹쓸 상상에 그만 가는 비명을 흘렸다. 히이이익. 그거랑 볼키스라니. 그거가 살 정도의 집이라니. 다시금 고개를 세차게 젓고 눈을 옆으로 흘기며 피피를 보았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러고 사는 거야. 음식물만 제때 버려도 벌레 안 꼬인다고 내가 몇번을 얘기해줬잖아. 아니면 주기적으로 업체 불러. 내가 불러줘? 정기 계약 끊어줄까?"
여인도 청소를 직접 하거나 잘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피피보다는 나았다. 최소한은. 다다다 잔소리를 하고 피피의 팔을 살짝 꼬집으려 했다. 이번엔 조금 찌릿할 정도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