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삭스는 나의 완벽한 절대영역이지 침을 질질 흘리는 멍청한 오타쿠들 눈에 불꽃을 담았다고 모두가 호랑이 인건 아니야 원한다면 와서 꿈꿔 봐 이 빌어먹을 쫄보들아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깨어날까. 아닐까. 그대로이길 바랄까. 변하길 원할까. 각기 다른 천칭이 균형을 잡지 못 하고 기우뚱 기우뚱 흔들린다. 희미한 부름에 답이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사이 천칭은 샐 수 없이 흔들렸다. 이윽고 여인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답을 정하지 못 한 천칭이 멈추었다.
깼어? 라고 말하려고 했다. 제롬은 정말 죽은 듯이 깊이 잠들어 있었으니까. 그걸 여인의 부주의가 깨운 듯 해서 더 자라고 해주려고 했다. 그러나 여인의 입술 사이로 흘러 나온 건 말이 아닌 소리였다. 다분히 의도적인 손길이 연주한 음색이 가늘고도 선명히 어둠을 울렸다.
급히 입을 다문 여인은 새삼스레 얼굴이 홧홧해졌다. 그 위로 닿는 손의 열이 더해져 더욱 붉어졌다. 지금이 어두워서 다행이었다. 적어도 보이진 않을테니까. 아니었으면 조금 후회할 만한 행동을 했을지도 모르고. 다시금 이 방의 어둠에 감사하며 살짝 고개를 들었다.
"...좀,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 입 밖으로 나가기 직전까지는 평소처럼 굴려고 했다. 평소처럼 능청스럽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잠이나 더 자라고 하려고 했는데. 정작 나온 말은 전혀 달랐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평소 같지 않은 말투. 여인 스스로도 충분히 느껴지는 다름이었다. 여인은 어둠 속에서 눈을 깜빡였다. 돌이키기에는 늦었음을 알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서. 이 밤에만 머물러 있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
느릿느릿 이어지는 말처럼 천천히 올라온 여인의 손이 제롬의 손 위로 덮였다. 비슷한 열을 띈 손이 겹쳐지니 마치 한 덩어리 같다. 몸과 몸을 맞대어도 그런 기분이 들까. 알고 싶다 생각하면서도 여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손만 쥔 채 꺼질 듯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좁아도 상관없어, 내 손발마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좁지만 않다면 오히려 좁은 게 좋아... 좀더 쉽게 이것이 내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테니까. 내가 필요한 건 단 하나야." 사람이 자신의 삶에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에는 한계가 있다. 불의 마녀의 전설을 전설보다 좀더 깊은 의미로 자신의 삶에 들이기에는 페로사의 삶에 너무 많은 질문들이 실려 있었다. "너한테 길들여져도 좋으리라는 확신." 그녀는 투기장에서 살아남았다. 죽이지 못하면 자신이 죽는 가혹한 양자택일에서 그녀는 자신을 남겨놓기 위해 투쟁했다. 도살자의 서커스를 벗어나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검은 황금의 관을 타고 내려온 신들이 안겨준 풍요로운 삶은 페로사를 이 지옥의 죄수에서 간수로까지 끌어올려 주었으나, 그것은 완전한 구원이 아니었으며 그녀는 충분한 대가 이상을 치러야 했다. 삶의 방식을 놓고 저울질하며 그녀 스스로가 그녀의 이야기를 써나갔다. 그녀는 이 지옥 가운데서 스스로 일어선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옥의 높은 곳을 날며 지옥을 내려다보는 순수한 이에게는 그 한 마리 사자의 모습이 비탄의 도시를 배회하는 다른 이들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길들이면 네가 원할 때면 내가 옆에 있어줄 수 있어. 모험을 떠날 때면 함께할 수 있을 거야... 난 험한 길을 헤매는 데에 아주 익숙하거든. 네가 무언가를 바꾸고 싶은데 네 힘으로는 안되겠다면 나를 불러. 우리는 더 멀리까지 갈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그러나 만일 언젠가 높은 하늘을 헤매이던 천사가 땅으로 내려와야 하는 일이 있거나, 탐욕스러운 손아귀에 그 날개가 잡아채일 때, 땅으로 끌려내려와 한 명의 아이가 될 때에는 땅 위의 사자가 아이를 위하여 달려올 수 있으리라. 무리에서 떠난 사자가 조그만 연옥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에 내포되어 있는 기회. 그 동안 자신이 헤쳐나온 이야기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것. 가슴에 품을 무언가. 참으로 어리석고 가소롭게도, 그것은 그저 함께 별을 헬 수 있는 누군가였기에. "나를 길들여줘."
나직한 부탁에 대답 대신 돌아온 이름을 페로사는 한 번 다시 입으로 되뇌어보았다. "미카엘." 그리곤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던 탐욕이 수줍게 고개를 들어 입을 맞추는 소리만이 났을 뿐이다.
보통 세 잔에서 네 잔쯤을 넘어가면 바텐더는 슬슬 손님 걱정을 한다. 괜찮냐고 물어보거나, 정중하게 오늘은 여기까지 마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손님에게 권유한다. 물론 바텐더의 충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계까지 부어라 마셔라 하는 주정뱅이도 있지만, 오늘은 페로사가 에만에게 여기까지 마셔도 좋다고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나누어 마신 데킬라의 취기 때문인가 페로사가 잔을 하나 정도 덜 헤아린 데다가, 그 '2주의 법칙'을 어긴 망나니 이야기에 너도 단호하게 걔한테 불이익을 줘서 경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수임료를 50% 올려버리라고 역정을 내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에만이 바에 부드럽게 엎드려 있는 자세였기에 고개를 꾸벅거리거나 하는 전조증상이 없이 그대로 픽 잠들어버린 탓도 있었다. 코코볼로 원목을 퍼즐처럼 짜맞춰서 만든 바는, 딱딱했음에도 따뜻하고 상냥했다. 은은한 난색의 조명에 에어 컨디셔너가 만들어낸 따뜻하고 노곤한 공기까지. 모든 것이 에만에게 이제 괜찮을 거라고 안심시켜 주는 듯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에만." 에만의 어깨를 부드럽게 흔드는 손길이 있었다. 거칠지 않고 상냥했다. 상냥해서 잠을 깨우는 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에만이 깰 때까지 손길은 집요하게 에만의 어깨를 흔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깨에 딱 봐도 누구 건지 알 만한 시꺼먼 무스탕 안감의 가죽 항공자켓이 어깨에 덮여있었다. "폐장 시간이야, 꼬맹이 손님. 집에 가야지. 데려다줄게." 시선을 들어보면 앞치마만 사라진 청바지에 셔츠 그 차림 그대로 어깨에 블루종 셔츠만 딱 걸치고 있는 페로사가 여전히 그 고슬고슬한 금발을 늘어뜨린 채로 에만을 내려다보고 있다. 건물 내부의 불은 거의 다 꺼졌고, 이젠 바와 직원용 통로로 나가는 출구에 켜진 불만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