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 내 안에서 끓어 오르는게 느껴져 난 네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방황하고 있어 내 껍데기 안에서 난 피를 흘리며 기다리지 그리고 곧 너도 그렇게 될 거야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어차피 지금은 우리 둘뿐인걸. 특수청소업체가 청소 끝마치기 전에는 한동안 우리 둘뿐일 거야." 바텐더의 바와 셰프가 요리하는 비스트로는 같은 점포 내에 있긴 하지만 섹션이 딱 떨어져 분리되어 있으니, 비스트로 섹션에 바텐더와 손님이 조곤조곤 나누는 환담이 들릴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널 구길지 아닐지는 너한테 달려있으니 걱정 말고." 페로사는 섬뜩한 농담을 하며 쾌활하게 웃었다. 그래도 구깃구깃 구겨지는 사람 모습에 그 개자식을 이입해보면 한결 덜 섬뜩하게 느껴질지도?
하이볼 글라스와 마티니 글라스가 찰캉 하고 부딪혔다. 이 바텐더가 알 필요 없는 사실은 바텐더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바텐더는 그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페로사가 걱정한 것은 그저 에만이 아프거나 불편한 데는 없는지 하는, 갑자기 표정이 굳으며 얼굴이 창백해진 사람에게 건네어지는 당연하고 1차원적인 그런 걱정. 그뿐이었다. 순전한데다 순진하기까지 하다. 그나마도 에만의 표정이 조금 풀려 가라앉고 그런 걱정도 해소되자 페로사는 또 장난스레 웃었다. "다른 사람도 없겠다 계속 그렇게 불러줄까? 꼬맹아. 오늘은 전세낸 것처럼 마셔도 될 텐데."
그러고서 페로사는, 에만처럼 더티 마티니를 몇 모금 들이켰다. 고고했어야 할 향에 찝찌름한 기름기가 덧붙여져 오히려 쉽게 넘어갔다. 배달부가 남겨둔 유류품은 에만이 가져가기로 했고, 습격자들이 남겨둔 불쾌함은 탁 풀리는 알코올 기운에 씻겨나가기 시작했다. A-13구역의 대학살 사건. 그때 페로사는 그 현장과는 거리가 먼 곳에 있었고, 이후로도 그 사건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았기에 그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것은 확실히 페로사 자신의 시대에 일어난 일이었다.
"응,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듣긴 했어. 그게 벌써 13년 전 일이구나? 13년 전이면... 지하투기장에서 보낸 마지막 해였네."
페로사의 인생역정의 파편이 문득 흘러나왔다. 에만은 에만대로, 페로사는 페로사대로 살아온 인생의 궤적이 있었다. 그 궤적이 접점을 그린다. 그로스만 패밀리는 다른 몇몇 조직과 함께 지하투기장 '도살자의 서커스'의 운영에 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었다. 특유의 독특한 입지로 도살자의 서커스 운영의 균형을 조율하고 있던 그로스만 패밀리가 하루아침에 분쇄당하자, 가장 욕심 많은 조직과 가장 규모가 큰 조직이 도살자의 서커스의 이권을 놓고 정면 충돌했고, 조직간의 항쟁에 서커스 단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거긴 원래 개판이었지만, 그즈음 해서 더 개판이 됐지." 일부는 누군가의 한끼 식사나 새로운 장기가 되었고, 누군가는 어딘가의 노예가 되었다... 누군가는 뉴 베르셰바의 수많은 부랑자들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뛰어났던 단원들은 영광스러운 선택에 선발되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페로사의 삶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지만, 마치 골드버그 장치처럼 페로사의 삶에 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었다.
에만이 안경을 들어서 쓰고 약간 어지러워하는 모습에, 페로사는 에만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잘 어울리네, 그거. 그렇지만 안경을 쓰고 싶으면 널 위한 렌즈를 새로 맞추는 게 좋을 거야."
이것 봐. 어지러워하고 있잖아. 페로사는 에만의 얼굴로 두 손을 뻗어서 안경을 조심스레 벗겨 에만의 앞에 내려놓아주었다. 그리곤 마티니를 마시려다 말고, 빨간 액체가 남아있는 에만의 하이볼 글라스에 눈독을 들였다. "한 입씩 바꿔 마실래?"
아무튼 이제 와서 이야기긴 하다만 페로사의 선관이 아직도 열려있다는 놀라운 사실!! 임시스레 가기 귀찮다고? "단골" 딱 두 글자로 정리할 수 있는 선관이 있다?! 뿌슝빠슝 (물론 단골에 또다른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거나 다른 선관이 맺고 싶다고 한다면 상담도 받는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