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죽음을 갖기 위해 사십 년의 생이 필요했다 이 생을 좀 더 정성껏 망치기 위해 나는 몇 마리의 개를 기르고 몇 개의 무덤을 간직하였으며 몇 개의 털뭉치를 버렸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아이는 언랭커가 모인 구룡성채에 살았다. 저 드높고 빛이 환한 도시는 일찍이 포기한지 오래다. 그렇다고 아이의 삶도 끝장인 것은 아니었다. 아이는 언랭커 밀집 구역에 살고 있었지만, 조직에 속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는 아버지가 있었다. 도시의 외부에서 잃어버린 기술에 대한 풍문을 듣고 온 무모한 아버지가. 아버지는 이 도시에서 나갈 수 없게 됐고, 지금 아이를 조수로 두고 함께 2인 조직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이가 기억하건대, 아버지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주는 일을 했다. 누군가 비밀번호를 까먹었다 찾아오면 비밀번호를 풀어주었고, usb를 들고 오며 이 안의 파일이 잠겼다 하면 또 풀어주었다. 그 안에 든 정보가 무엇인지, 물품에 튄 것이 누구의 피인지는 절대 묻지 않았다. 아이는 그런 아버지 곁에서 많은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아이는 아버지를 닮은 편이었다. 아버지가 돈을 계산하는 아주 간단한 사칙연산, 정확한 발음, 쓰는 법과 읽는 법을 가르쳤다 한들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아이에게 있어 가장 재밌는 것은 곁에서 아버지의 일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비밀번호 푸는 법을 알려줬을 때, 아이는 엉거주춤 똑같이 따라 하고 12번의 시도 끝에 잠긴 파일을 푸는 것에 성공하자 재밌다는 듯 맑게 웃곤 했다. 아이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했고, 배우기를 바랐다. 그렇기에 아버지 옆에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가 자신의 몫의, 자신이 양 팔로 간신히 안아야 들 수 있던 노트북을 얻던 날엔 너무 좋다며 펑펑 울기도 했다. 아이가 이것저것 조언을 구하며 자신의 첫 노트북으로 만든 것은 파일의 확장자를 변경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파일 이름을 일괄로 바꾸는 프로그램이지만, 그마저도 아이의 나이에서는 대단한 일이었다. 아이는 흥미를 가졌고, 재능이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에게서 가능성을 느꼈고, 프로그래밍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아이가 배운 지 1년이 되던 해, 아이가 바깥의 cctv에 침투해 안에서도 밖을 볼 수 있는 첩보 시스템을 개발한 것을 보고 아버지는 아이를 말없이 품에 안았다.
그렇게 아이는 아버지의 조수가 되었다. 아버지가 복잡한 시스템을 해킹하다 이따금씩 아이가 자신의 옆에서 꼬일 대로 코드를 풀며 놀 때면, 아버지는 당부하듯 말했다. 나의 작은 로즈밀, 다 좋지만 저 밖은 총을 든 늑대가 모여 산단다. 그 늑대는 늘 굶주려있고, 아가리에 박힌 날카로운 송곳니는 피에 젖지 않는 날이 없지. 혀는 날카로운 강철로 되어있고, 칼처럼 휘둘러 누군가를 상처 입힌단다. 그리고 네게도 발톱을 휘두를 거야. 그러니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하렴. 바깥을 너무 깊게 파고들지 말렴. 우중충한 세상이라도, 네게 아름다운 것만 보여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미안하단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이를 품에 안았다. 아버지의 옅고 탁한 금발이 뺨을 간지럽힐 때면 아이는 간지러운지 몸을 움츠리다 높게 웃으며 답했다. 아빠도 참, 그 말만 이번 주에 벌써 열두 번째에요!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의 자그마한 방 안에서 이따금씩 들려오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가득 찰 때면 아버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몸을 잘게 떨며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삼켰다.
아이는 아버지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 닳은 색연필로 낡은 스케치북에 공상을 그리기도 했다. 노란색 덩어리는 아버지고, 붉은색 덩어리는 자신이다. 그리고 뒤에 있는 커다란 회색 네모는 아버지와 자신이 살 수 있는 건물이다. 언젠가 이곳을 나가 멋진 가게를 차리고, 총을 든 늑대는 없다. 상상 친구가 아닌 진짜 친구가 생길 것이고, 그렇게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것이라 믿었다. 언제라도 함께 할 수 있고, 평화롭기를 바랐다.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매미가 울어대던 여름이었다. 아버지는 책상 대신 쓰던 나무로 된 화물 상자 안에 아이를 밀어 넣었다. 아이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을 둥글게 떴다. 완충재로 들어있는 종잇조각에 몸이 파묻혔을 때, 아이의 아버지가 당부했다. 나의 작은 로즈밀, 아빠가 다시 열 때까지는 나오지 말고, 어떤 소리도 내지 말거라! 그러고는 뚜껑을 닫고 걸쇠를 딱 소리가 나게 닫았다. 아이는 화물 상자의 작은 틈새로 아버지의 뒷모습을 봤다. 아버지는 문을 열었고,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 우르르 밀려 들어왔다.
"오.. 여긴 어쩐 일이죠..? 의뢰를 위해 오셨나요?" "아, 로이드. 오랜만이군. 듣자 하니 자네가 조직을 세웠다길래." "아, 살기 위해서지요.. 기본적인 복지는 받아야 할 것 아닙니까."
그리고 총성이 울렸다. 처음 듣는 굉음을 뒤로 아버지가 배를 부여잡더니, 뒤로 기우뚱하며 그대로 쓰러졌다. 아이는 아버지의 배가 붉게 물드는 걸 바라보면서도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처음 보는 공포가 엄습했고, 본능이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며 아이의 목을 턱 막아버렸다. 정장을 입은 남성이 주변을 둘러봤다. 아버지는 아이의 꿈을 존중했고, 아이가 그렸던 꿈을 벽에 붙여두곤 했다. 그 수많은 꿈에 시선을 내리꽂던 남성은 분노가 치밀었는지 배를 부여잡고 웅크려 짐승이 앓듯 끙끙대는 아버지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탕, 탕, 탕! 총성이 여러 번 울리며 아버지의 몸이 그만큼 꿈틀대더니, 이내 움직이지 않았다. 남성은 다른 조직원에게 손짓했다.
"아이의 흔적이 있다. 찾아서 데려간다. 돼지 먹이로 던져주면서 영상도 몇 개 찍는 게 좋겠군."
아이는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조직원들이 이 좁은 방 안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작은 문을 열어보고, 그 안의 옷장도 하나하나 뒤지기 시작했다. 다른 조직원이 아이가 있는 화물 상자로 다가왔다. 걸쇠를 열기 위해 손을 뻗자 덜그럭대는 소리가 났다. 이제 화물 상자를 여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아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 총성이 여러 발 울렸다. 이후 처음 듣는 소리가 귀를 가득 채웠다. 여성의 찢어질듯한 고함과 총성, 살갗이 찢어지는 소리와 피거품 무는 소리……. 그리고 마침내 정적이 일었다. 죽기 직전 숨이 꺼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울리던 중 처음 듣는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 로이드. 내가 왔어요. 제발 눈 좀 떠봐요……. 로이드, 아! 그로스만, 이 개 같은 새끼들이..!"
아이는 목소리의 주인을 찾기 위해 눈을 가늘게 떴다. 틈새로 보인 것은 새빨간 피로 가득한 방이었다. 여인이 그 사이에 주저앉아 아버지를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아이가 살아생전 처음 보는 예쁘고 고급 진 원단의 긴 스커트가 피에 젖어도 아랑곳 앉고 아버지를 흔들었다. 아버지는 여인의 품에서 축 늘어져 움직임 대로 살랑댈 뿐이었다. 여인은 목놓아 울었다. 아버지의 몸에 얼굴을 파묻고 찢어질 듯 울었다. 아이는 천천히 시선을 떼다, 눈을 부릅 뜨고 늘어진 시체와 마주쳤다. 놀라 힉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나자 완충재였던 종잇조각이 바스락 소리를 냈다. 여성이 울다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물 상자로 다가왔다. 들켰다! 아이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걸쇠가 딱하는 소리와 함께 풀리고 여인이 상자를 열었을 때, 아이는 화물 상자에 등을 딱 붙인 채 몸을 웅크리고 벌벌 떨고 있었다. 아이는 입을 틀어막던 손을 떼며 두려움에 젖은 눈으로 여성을 흘끔 쳐다봤다. 여성이 아이에게 질문했다.
"아가, 왜 여기 있니?" "아, 아빠가.. 여기 숨으라고 해서.." "로이드가 네 아빠니?" "네……." "..네 이름이 뭐니?"
여인의 눈을 마주치자 등골이 싸늘했다. 여인은 아이를 냉혹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치고 올라온 얼음조각이 목을 꽉 메는 것 같았다. 아이는 얼어붙은 혀를 더듬거리며 뗐다. 목소리가 눌려 잘 나오지 않아 고개를 들고 새된 목소리로 답했다. 모기만큼 작은 소리가 목구멍 안에서 삐져나왔다.
"ㄴ, ㄴ, 나의 작은 로즈밀.. 아빠는 그렇게 불렀어요. 가끔 작고 사랑스러운 로즈밀 윈터본, 이라고도, 했어요."
여인은 매서운 눈으로 아이를 내려다보다 눈이 마주치자 입을 작게 벌렸다. 그리고 유리알 같던 눈동자를 크게 떴다. 잔뜩 긴장했는지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를 상자 밖으로 꺼내오며 아이를 품에 가득 안았다. 여인이 덜덜 떨며 눈물을 지었다. 아이는 불안한 듯 주변을 둘러보다 이내 시체를 마주 보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여인의 등을 엉거주춤 마주 안았다. 방 안으로 여성을 따르는 것 같은 다른 조직원이 두어 명 들어왔다. 여인은 아랑곳 앉고 아이의 머리를 쓸어주며 눈물을 쏟았다.
"그래, 로즈밀, 로즈밀이구나. 아, 로이드, 잊지 않았군요. 작은 부엉아, 아.. 미안해요, 아가, 미안해.. 조금만 더 일찍 올걸. 이제 다 괜찮아, 평생 지켜줄게. 평생.. 다시는 잃지 않을게, 로즈밀. 나의 소중한 윈터본.."
에만은 가면 속 눈을 느릿하게 떴다. 상념에서 벗어나니 노트북 화면에 뜬 뉴스 기사의 제목이 보였다. 언랭커 밀집 구역에서 벌어진 도살 사건, 괴물을 건드린 그로스만 패밀리의 용감한 최후? 자극적인 기사의 제목 밑 적혀있는 내용은 노골적인 내용으로 쓰여있다. 괴물에 의해 시체가 어떻게 잘려나갔는지, 누가 죽었는지, 낭자한 피로 가득한 방의 사진, 마지막으로 해당 타임스의 기자가 '용감하게 취재에 나서 전리품'을 얻어왔으며 결론은 그걸 소장 용품으로 100만 벅에 팔아치우겠다는 문장으로 끝났다. 뉴스를 빙자한 허튼소리의 밑으로는 후속 기사 링크가 달려있다. 에만은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가면 속 눈을 흘겼다. 에만이 눈을 뜬 이유는 저 청년 때문이다. 언제 다가왔는지 모르겠지만 입에 물린 담배를 자연스럽게 뺏는 모습이 거슬렸다. 청년은 어느새 에만의 뒤로 다가와 장난스럽게 틀어진 가면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에만은 손목을 꺾었다. 신경질적으로 손등을 튕겨 손을 쳐내자 청년은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튕기긴!" "정당방위야.. 네가 내 담배를 뺏었으니까.." "그렇지만 네가 아무리 독재자라도 연달아 세 개비를 피는 건 네 가신이 용서하지 못한다는 사실, 알고 있어?" "의뢰인 주제에 개지랄 떨고 있네. 손 치워." "오! 말본새 봐. 그러지 말고. 뭘 그렇게 열심히 봐?"
청년은 장난스럽게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에만은 불쾌하다는 듯 손을 들어 손등을 찰싹 때렸지만 청년은 화면 속의 뉴스 기사를 흥미롭게 쳐다볼 뿐이었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철면피를 깐 모습에 에만이 다시금 손등을 내리쳤다. 그제야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청년이 시선을 떼고 연초를 입으로 가져다 대며 사람 좋게 웃었다. 회색 눈동자가 장난기에 번들거리자 에만은 가면 속 눈을 찡그렸다.
"웁스..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보기보다 끝장나는 취미야. 그런데 어쩌지? 난 내 가문 찾는 스토커는 싫어하는데.." "나도 네가 보낸 선물은.. 마음에 안 들었거든."
청년의 시선이 정확하게 내리 꽂혔다. 에만은 받아치듯 가면 속 눈동자를 흘겼다. 당연히 보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발을 꼼지락 대거나, 몸을 웅크리지 않았으니 분위기로 봐서 에만이 그를 흘겨보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청년은 다시금 연초를 입에 물었다. 에만이 생각했다. 저거 내 담밴데. 심심한 저 타르 담배 연기를 폐부 깊숙한 곳까지 빨아들이고 짙은 연기를 뱉고 나서야 정적이 깨졌다.
"내 선물이 마음에 안 들었나 봐." "그렇게 좋은 선물이 아니었거든.." "이봐, 에만이라고 했지? 머리카락 끝내주는데?" "말 돌리지 않는 게 좋을 건데.." "아, 그러지 말고. 네 머리카락이 정말 예뻐서 하는 말이야. 멀리서 보니까 분홍색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드문드문 붉은 머리가 섞여있구나? 그래서 분홍빛으로 감도는 거였고. 세상에 완벽한 금발은 없다지만 이런 경우도 있구나.. 혹시 염색이야? 뭐더라? 브릿.. 지?" "네 좋을 대로 생각하시지, 가짜 안토니."
에만은 창을 닫고 모니터에 신상정보를 띄워 본다. 어제 에만의 손에 명을 달리한 자다. 청년은 에만을 가만히 바라보다 어깨에 올렸던 손을 뻗어 목 가를 둘러 안더니 뺨 위에 손을 얹었다.
"벌써 거기까지 알았어? 상으로 다음엔 더 좋은 걸로 준비할게. 개 같은 아버지. 하대하며 신경도 안 쓰던 사생아가 진짜 그로스만을 먹어치웠으니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겠네! 뭐, 어때. 새로운 부흥을 위해서라면 네가 꼭 필요하니까 죽지는 말아." "이 손 치우지 않으면.. 다음은 네가 될 텐데." "우! 무섭긴! 그러니까 도와줄 거지? 그 미친 로즈밀을 찾아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살면서 진실만 말한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되기도 하지... 과도한 진실은 사람들이 되려 꺼리는 법이니."
결국 그 사이에서 눈치껏 줄을 타야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라는게 정론이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쥬는 상당히 잘 하고 있는 걸지도.
"뭐야, 깨어있으면 바로 달려와주는 거야?" "사람과의 관계는 중요하지. 이 도시에선 소홀했다간 뒷통수에 칼 맞을 수도 있으니까."
타인과의 관계가 너무 좋으면 호구로 본다. 너무 소홀했다가는 뒷통수에 칼찌를 놓는다. 결국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그게 가장 어려운 거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잠시 머뭇거리던 쥬가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이 보였을까. "입금했으니 이따 확인해봐." 라며 가볍게 덧붙였다.
"차라리 웃어줘... 아니, 그 반응도 싫다는건 아니지만..."
작게 미소짓는 모습에 이상하게 마음이 더 아팠다. 그럴 의도는 없었겠지만, 제롬같이 윙크에 소질이 없는 불쌍한 아이를 위해 마음씨 따뜻한 쥬가 애써 웃어주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제롬의 순전한 착각이다. 스스로도 그걸 자각하고 있었으니 덧붙인 거겠지.
"...부럽네... 그래도 조금이나마 세상에 믿음을 가진 것 같아서...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네."
확실하게 웃어보이는 그녀를 향해 희미하지만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세상에 너무나 실망한 그라도, 언젠간 그녀처럼 세상에 희망을 갖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걸까. 모를 일이었다.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녀의 모습이 재미있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가, "아무것도 아니야." 라며 얼버무리곤 했던가.
곧이어 그녀가 다 그렸다는 소리가 나오자 그는 기다리기 힘들다는 듯 바로 달려가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들을 보았다. 실사적인 그림... 흥미로웠다. 그리고, 잘 그렸다는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그것은 실사에 가까웠다.
"...! 응. 마음에 들어. 가져가서 벽에 걸어둬야겠어."
조금 수수한 색의 액자에 걸어둔다면 그림이 더 눈에 띄고 좋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실사적인 그림이니까. 사실, 멀리서 보면 그림이 맞는지조차 의문일 정도로 실사적이었지만.
>>424 페로사는... 그게... 이미 영화 한 편의 엔딩이 지난 뒤에 엔딩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영화주인공이라는 느낌으로 세팅해놔서 말야 옛날 이야기는 많지만, 다 완결된 이야기라서, 그 이야기에 또 뭔가 엮어서 서사를 끌어내는 게 아니라면 페로사의 과거사가 비중있는 사건으로 나올 껀덕지는 없을 것 같다구..!! 그러니까 페로사는 지금부터의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만든 캐릭터라는 뜻입니다 쭈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