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죽음을 갖기 위해 사십 년의 생이 필요했다 이 생을 좀 더 정성껏 망치기 위해 나는 몇 마리의 개를 기르고 몇 개의 무덤을 간직하였으며 몇 개의 털뭉치를 버렸다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카두세우스의 약을 판매하기 위한 거래와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여자는 이 곳, 뉴 베르셰바에서 살아가기에 어려운 타입이었다. 성격적이고 정신적인 면이 아닌 그 반대의 것. 신체적인 면에 있어서 어려운 타입이라는 뜻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카두세우스 측에서는 여자에게 늘 사람을 붙혀두고 있었다. 운전을 해주고 스케줄을 관리해주는 매니저이자, 특기가 사격인 주제에 결코 사람의 급소에 총구를 겨누지 못하는 여자의 안전을 지키고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하기 위한 호위라는 명목으로. 아니지. 사실은 누구보다 정신적인 면에 있어서도 약한 사람일지도. 브리엘이 살고 있는 저택 입구에 차를 댄 채로 그녀의 매니저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브리엘과 그가 만난 건 브리엘이 카두세우스에 들어온 직후 이틀째 되는 시기였다. 그만큼 브리엘은 그와 꽤 오래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강하게 보이지만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운 사람이라는 게 브리엘을 향한 그의 평가였다. 그리고 그 위태로움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만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자, 그는 핸드폰으로 브리엘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녀는 늘 시간을 칼같이 지켰으니까. 연결음은 울리지만 받지 않는다. 그렇게 이른 시간도 아니여서 그녀가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을리도 없다. 언뜻 시선을 돌리던 그의 시선이 액정에 떠올라 있는 날짜에 머물렀고 그는 여전히 연결이 되지 않고 있는 핸드폰을 들고 저택의 입구에 여분의 열쇠를 빠르게 끼워넣어 걸쇠를 풀었다.
언젠가, 그녀가 오늘 날짜를 짚으면서 저택의 여분 열쇠를 건네주며 한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몸을 넘어지지 않는 선에서 한껏 뒤로 젖히며 지껄였다. 다만 행동이 느리고 둔한 탓에 손이 허무하게 잡혀버리고 말았다. 아슬란이 저를 애 취급 하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애 취급을 해준다면 애처럼 굴어줘야 균형이 맞겠지. 상당한 궤변이나 정작 자신은 별다른 이상함 느끼지 못했다.
"자기, 자꾸 노크 안 하고 들어오면 진상이라고 블랙리스트에 올려버릴거야."
이것도 그저 투정일 따름이다. 비즈니스 파트너를 블랙리스트에 올린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만 사내는 이런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성정이었다. 입을 비죽이며 아슬란에게 잡혔던 부분을 반대편 손으로 꾹꾹 매만졌다. 별다른 의미 담지 않은 버릇.
"으."
피피는 이 도시에 제 몸을 구겨넣으며 살아온 인간이다. 다시 말해, 저런 류의 쾌활함은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것에 속했다는 의미다. 차라리 아슬란이 짜증내며 우악스럽게 약을 발라댔다면 상대하기 쉬웠을지도 모른다. 아마 상대의 말을 들은 체도 안 하고 연고를 몽땅 다 손에 발라버리는 식의 기행을 저지른 뒤, 어이없어하는 상대를 정중히 문 밖으로 내쫓아버렸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불행히도 아슬란은 그에게 친절했고(맙소사), 공적인 업무로도 얽혀 있는 상대였다. 피피는 공적인 관계, 특히 상대가 갑일 경우에는 한없이 나약해지는 편이었다. 그래서 얌전히 연고를 받아들고 목깃 젖히는 걸 쳐다보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당연히 연고는 하나도 안 발랐지."
대신 주둥이까지 얌전하다고는 장담 못 했다. 퍽 표정이 자랑스럽다.
"엄청 가렵단 말이야, 이거. 스트레스성이라니까."
연고를 들어 냄새를 조금 맡아보았다. 확실히 박하 냄새는 많이 줄긴 했지만..
"자기는 시간하고 정성을 이상한 곳에 쏟아버리는 버릇이 있단 말이야. 그것만 고치면 정말 완벽할텐데."
>>21 이유는 없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난데없는 불시의 습격에 모든 걸 잃게 된 카두세우스 하지만 한 편으론 모든게 날아갔다는 생각에, 브리엘에게 남아있는 일말의 인간성이 '다행'이라는 머리에서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제, 모든 걸 포기하려는 그 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