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난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 더러운 인생은 날 데려가요 술을 많이 마시고 횡설수설하기도 해요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쉽지 않나요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에만의 방에서 수거해간 것은 하위 조직에서 파견 된 암살자. 의뢰인은 안토니 B. 그로스만. 과거 로즈밀 가브리엘라 윈터본이 몸담고 있던 조직의 보스를 암살하고 조직원 80여명을 한 건물에 밀어넣어 불태워 죽인 뒤, 113위로 단숨에 치고 올라올 수 있었던 '불의 마녀 화형식'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자 보스 요제프 J. 그로스만의 아들이라 주장하는 인물. 최근 에만에게 로즈밀 가브리엘라 윈터본의 생존 여부를 알아봐달라 의뢰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 아이는 이따금 이유 모를 흉통을 느꼈다. 그것은 아이를 일평생 괴롭혀온 간지럼증과 마찬가지로 예고 없이 찾아와, 갈비뼈는 물론이고 그 밑의 내장까지 옥죄기 일쑤였다. 그러면 아이는 마냥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고, 가슴을 쥐어뜯는 것 외에는 별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기면서도 이것이 진짜 고통이 아님을 자각하고 있었다. 이것은 심리적인 통증이다.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 너는 무력하고 또 무력하다. 아이는 갈비뼈를 뚫고 허파가 도려내지는 감각보다 그 사실이 더 증오스러웠다. 나는 무력하다.
이것은 과거의 이야기이다. 아이는 자라 더 이상 무력하지 않은 인간이 되었다. 하지만 흉통과 달리 간지럼증은 떠나지 않아 사내의 귀에 망령처럼 속삭이곤 했다.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단다. 이미 닳고 닳아 그 사실에 순응한 뒤에도 발작처럼 찾아오는 감각이었다.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질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여 사내가 가장 먼저 배운 감정은 체념이다. 그 뒤에 따라오는 것은 조롱이다.
"저주는 반복되는 실패에서 피어난다. 적어도 꽃은 아름답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간신히 생각하고 간신히 말한다. 하지만 나는 영영 스스로 머리를 땋지는 못할 거야."**
사실 고해할 것이 남아있습니다만은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언젠가 피피의 식은땀을 닦아 주던 이가 분명히 존재했다. 그는 환상이 아닌 실재하는 인물이다. 어린 것이 흉통과 간지럼증에 몸부림칠 때마다 그를 꾹 안아 주던 다정. 제 깔끔하고 좋은 향이 나는 옷이 식은땀으로 흉하게 젖어가는 것을 불사하던 인물이었다. 그는 퍽 인내심이 좋은 편이었으니까.
그 사람은 자신의 인내를 십분 활용하여 멍청한 아이를 사람 구실 하도록;제 입에 음식을 쑤셔넣을 수 있도록 교육시켰다. 인간의 어디에 칼을 쑤셔박아야 쉽게 도려내지는지, 장기가 어디 자리잡았는지 가르쳤다. 세간에선 그걸 해부학이라고도 부른다. 다만 이 수업에는 철저히 자본주의의 논리가 적용되었을 뿐이다. 콩팥의 가치, 심장의 가치. 엄지손가락과 왼쪽 귀의 가격 차이. 또한 그는 화학 약품이 사람 몸에 작용하는 양상을 가르쳤다. 세간에선 그걸 약학이라고도 부른다지.
'피피'는 그 사람의 호의를 마냥 믿지는 않았으나 마냥 불신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목을 조르지 않으니 괜찮다는 식이었다. 그런 마음가짐을 유지한 채로 독립했다.
딱히 숨기지 않는 과거다. 묻는다면 말해줄 것이 분명하다. 묻지 않아도 말해주는 과거다.
그러나 이 것을 새삼스레 다시 곱씹는 것은 오늘 저녁 그 멍청하리만큼 인내심이 좋았던 이가 다시 피피를 만나러 왔기 때문이다. 그 때와 차이가 있다면 그가 죽어서 왔다는 것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시체를 끌고 온 남자는 시체의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채 팔리길 원했다. 그래서 피피는 무던히 얼굴을 뭉갠 뒤 시체를 '처리'했다.
아이는 자라 사내가 되었고 더 이상 흉통을 느끼지 않지만 목은 여전히 간지럽다.
피피는 오늘도 시체를 판 값으로 입 안에 베이컨 줄기를 넣었다. 소금은 짰고 기름은 목구멍을 부드럽게 해주었다. 단지 그 정도의 감상이었다. 달리 무얼 더 느껴야 할지도 희미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