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일이라곤 할 수 없지만 거들었던 기억은 없어 자유를 비싸게 산 것도 같지만 영혼까지 싸게 팔았던 기억도 없어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밝게 웃는 쥬를 향해, 제롬 역시 희미하게 웃어보이며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후원 대상들을 봤을 때와 같은 느낌이,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것을 보면... 굉장히 특별할 것 같은데. 흐음. 특별한지 아닌지 판단은 대화를 나눠봐야 아는 것이니만큼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을까.
"나라면 차라리 캔바스에 그릴텐데. 벽은 너무 크기도 하고, 그리던 와중에 옷이 더러워지기도 하잖아?"
쥬의 몸을 가리키며 제롬은 벽을 한번 흘긋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잘 그렸다. 보통 이렇게 큰 벽에 그림을 그리는 건 캔바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어려울텐데... 그것도 혼자서 그리다니. 흐음.
나름 그림에 조예가 있는 걸까. 어쩌면, 그림을 업으로 삼는 조직의 일원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냥 산책하다가 들른 것 뿐이야. 이 구역은 자주 들리긴 하지만."
제롬은 쥬를 향해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쥬에게는 다행히도, 그는 벽을 관리하는 관리자는 아니였다. 그러니 별로 신경쓰지 않고 그림을 계속 그려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재미있는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치긴 싫었는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는 한가지 제안하기로 한다.
"혹시, 너 그림을 그리는 조직에 속해있어? 벽 그림 대신, 내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의뢰를 네게 하고싶은데."
>>520 그런 애들 내가 다 상어아가미에 넣었으니 안심하라고 그렇다면! 에만이가 '그 사건'을 계획한 뒤 미리 리아나를 호출했고, 뛰어오면서 차에 탄 이후로 신뢰를 쌓았다든지? 에만이가 가끔 현장에 나갈 때마다 리아나를 호출한다든가. 그리고 돌아올 때 볶음국수 같은 누들을 먹는다든지..?
"그런가요~ 어쩌면... 저희는 어딘가에서 만났을 법 하면서도, 금방 엇갈려버린 사람이었나보네요~"
상대방 역시 이곳을 자주 돌아다니지만 자신과 마주친 것은 처음이라 하자 그녀 역시 살짝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살가운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마치 무언가 생각하는듯 하면서도 벽에 그려진 그림에 눈길을 주는 모습은 조금 의아할수도 있었을까,
그도 그럴게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건 이렇게까지 길게 서있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그녀에게 해코지를 하려는 사람 말곤 없기 때문이었다.
정말 아주 가끔은 지나가듯 평범하게 감상하는 이도 있긴 했지만, 그리 자주 겪는 일은 아니었으니까.
"후후후~ 큰 그림은 또 그만한 매력이 있는 법이니까요~ 더 넖고 더 많은 세상을 그려나갈 수 있다면, 벽이건 천장이건 바닥이건 중요하지 않죠~"
그가 손으로 자신의 몸을 가르키고나서야 그녀는 안료가 덕지덕지 묻어난 자신의 상체를 보고선 조금 우스웠는지 작게 웃으면서도 이내 팔을 벌려 그 이상의 더 커다란 무언가를 상상하듯 시선을 위로 향했다.
"이 세상에 또 다른 세상을 담아낼 수 있다면, 완성되었을 때의 만족감으로만 따져도 육체의 피로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랍니다~"
그러고 난 뒤 어깨를 으쓱이며 그저 산책하다가 들르게 되었음을 피력하는 이에게 그녀는 나름 이해 했다는 펴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서 다시 붓을 고쳐잡아 아직 비어있는 곳에 노을빛 색을 한줄 더 그어나가던 때, 마치 무언가 제안을 하듯 그림 의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그를 보며 살짝 휘둥그레진 표정으로 눈을 깜박이며 초점을 맞춰가던 그녀는 '조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살짝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늘렸다.
"으음~ 애석하게도... 저는 그저 길거리에 있는 흔한 떠돌이 그림쟁이일 뿐이니까요~ 물론 가끔 몇몇분들의 의뢰는 들어드리긴 하니 말씀하신 초상화에 대한건 전혀 문제 없지만~ 만약 '검증받은 작품'을 원하신다면 제가 도와드리긴 조금 힘들겠네요..."
솔직히 말해 뉴 베르셰바의 조직에 대해서, 모를 리가 없는 그녀였던만큼 자신이 '논외의 인물'이라는 것을 입 밖으로 꺼내긴 조심스러웠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조금 머뭇거리긴 해도 진실을 말할 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단말기가 울리자 제롬은 자다 깼는지 벌떡 일어나 주변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업무용 단말기는 자신의 머리맡에 있었다. 그럼 저건 개인용이라는 소리인데. 무라사키와 만난지 얼마 안 된 참이라 마음이 급해졌다. 무라사키가 연락한 거면 어떡하지? 이럴 땐 평소에 불을 꺼두고 지내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앞이 안 보이니, 뭘 할 수가 있어야지.
쾅.
"아악!"
기어코 새끼발가락이 뭔지 모를 물건의 모서리에 찍혔다. 제롬은 짧은 비명소리를 내고는 아랫입술을 깨문다. 드...럽게 아프네... 단말기만 아니었어도 지금쯤 난리를 피우며 한껏 고통을 표출할테지만, 지금은 단말기를 찾는게 먼저였다.
결국 신호가 끊기기 직전에서야 감촉으로 단말기를 찾은 제롬은 연락한 사람이 누군지부터 확인했다.
[ 레스터 ]
.... 실망감이 몰려왔다.
"뭐야. 너냐. 난 또 무라사키인줄 알았네..." -어어? 누구 때문에 지금 생고생을 하고 왔는데 첫마디부터 꼴받게 만드네?? 너 진짜 내가 찾아가서 한번 칼찌 놔줘??
귀찮다는 듯 단말기를 소파 위로 휙 던진 제롬은 그대로 소파 위에 쓰러지듯 누웠다. 방금까지 누워있던 자리라 그런지 이번엔 굉장히 안정적으로 누울 수 있었다. 물론, 단말기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이 시야 확보에 도움을 준 탓도 있지만.
"시끄럽고 돈 받았으면 정보나 빨리 뱉어. 무라사키라는 이름이 애초에 본명이 맞아?"
쯧. 하는 소리가 단말기 너머에서 들려온다. 혀를 찬 소리의 주인은 슬슬 체념했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말을 이어나간다.
-본명은 맞아. 르메인 패밀리고... 특이사항으론 밖에서 왔나본데? 특정 시점 이전의 기록이 깨끗해. "그.. 매서커인지 하는 부서에 대한 건? 알아봤어?" -글쎄다... 자세한 건 이렇게 단시간 안에 캐내기는 어려워서 얕게. 괜찮아? "상관없으니까 읊어봐."
단말기 너머에서 종이가 팔락거리는 소리가 잠시 들리다가, 말이 이어진다.
-르메인 배틀리언의 부서중 하나... 상당한 엘리트 집단이고, 한명 한명이 대인전에 아주 능해. 특히 단신으로도 일방적인 대학살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고. 원 맨 아미(One Man Army)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려나? "누가 있는지는 모르고?" -응. 몇명이나 있는지, 누가 소속되어 있는지는 몰라. 그 무라사키란 꼬마가 정말로 소속되어 있는지조차. -하지만 분명히 마지막에 '가족'이라고 했지? 아마 그녀석은 정말로 소속되어있을 확률이 높네. 애초에 이 도시에서 누가 자신이 르메인 소속이라며 사칭을 하고 다니겠어? 그러다 어느날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텐데.
그렇다면 이 명함은 진짜라는 걸까. 머리가 아프다. 그 작은 꼬맹이가 이런 엄청난 곳에 소속되어 있을 줄은... ...게다가 그 사람 한 명도 제대로 못 죽일 것 같은 움직임으로,,,
"그땐 실력을 숨긴 건가..." -응? 뭐라고? "아냐 됐어. 이만 꺼져라." -야! 그리고 너 이런 애들좀 그만 만나라니까?? 너 진짜 그러다 죽-
삑.
단말기의 통신이 종료되자 어두운 집안에는 다시 적막만이 남아버렸다. 생각이 복잡하다. 그녀석이 정말 매서커 과에 소속되어 있는, 원맨아미나 다름없는 존재라면...
"위험해..."
그 꼬마를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제롬은 눈을 감았다.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머리가 아파왔다.
>>521 음음 좋아 아주아주 좋아 딱 그런걸 생각하고 있었어 역시 에만주 5년전이면 리아나도 19살 정도고 총에 맞은 채 차에 들이닥치는 손님을 보는 리아나는 솔직히 조금 벙찌면서도 그냥 내버려 둘 순 없었을거고 말이야 제 시간에 제대로 도착하는 대리운전이 뉴 베르셰바에 얼마나 있을지를 생각하면 그런 리아나가 에만에게는 구세주처럼 느껴졌을테고 그 뒤로도 신경쓰여서 리아나쪽에서 드문드문 찾아가면서 챙겨주다가 성실하고 입도 무거운 리아나에게 신뢰를 주는 에만 그렇게 둘은 단순한 고객과 손님관계에서 틱틱거리는 친구사이로 발전하다는 그런 느낌!!!!
>>530 우와아앗 이거야 이거!! 벙찐 리아나한테 "차 청소 비용까지 내가 다 대줄 테니까 도와줘요! 난- 아직 죽기 싫어!" 하면서 외쳤을 거야. 에만이한텐 정말 구세주구나~ 리아나쪽에서 찾아오면 에만이 그래도 무기력에서 기력을 약간 찾으면서 "어서.. 와.." 하는 거지.. 좋아좋아 너무 좋아~!!!!! 캡틴 최고야~~😘😘😘😘😘😘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면서도 벽에 눈길을 주는 모습에, 제롬 역시 벽 쪽으로 시선이 향했을까. 뭘 보고 있는 걸까... 저 그림?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고민하는 중인 걸까?
해코지는 커녕 그럴 능력조차 없는 제롬에게, 쥬의 모습은 그저 그림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만 보였을 것이다..
"그렇지. 그림은 크면, 클수록 그 웅장함도 더해지는 법이니까. 큰 그림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저 안료가 묻은 몸을 보면, 그 과정이 굉장히 고생스러울 것 같단 말이지. 작게 웃는 쥬를 빤히 바라보던 그는 시선을 위로 향하는 그녀의 모습에, 흥미롭다는 듯 흐응. 하고 감탄을 내뱉었다.
"그림을 또다른 세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 나쁜 말은 아니고. 흥미롭네."
이 도시에서 그림이란 대개 뻔한 것들 뿐이다. 자신의 모습을 남기기 위한 초상화나, 아니면 사람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춘화 같은 것들. 진정 예술이라고 볼 만한 것은 보통 바깥으로부터 들여오는 법이었다. 이 비탄의 도시에서 예술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또 그걸 업으로 삼을 만큼 여유로운 사람은 많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제롬에게 있어 쥬는 굉장히 특이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나는 상관 없어. '검증된 작품'인지, 아닌지는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하는 성격이라서." "애초에 내 일이 검증된 사람,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다 모아서 직접 검증하는 일이거든."
논외의 인물이라는 것을 들었음에도, 그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태도였다. 그에게 있어 그런 '사소한' 문제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것은, 눈 앞에 있는 그녀가 어떤 형태로든 자신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