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죠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나 아끼던 두려움들은 돌아선 당신의 귓가에 계속해서 맴돌죠
※ 본 스레는 17금 수위를 기준으로 합니다. ※ 수위가 과하다고 생각 될 시 1회 경고 후 시트가 즉각 내려질 수 있습니다. ※ AT필드(따돌림)를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 서로 서로 인사합시다. ※ 아리송한 부분이 생기면 캡틴에게 질문합시다. 물지 않아요!
에만은 후드의 옷깃을 손으로 쥐어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리고 페퍼의 뒤를 따랐다. 느릿한 발걸음 뒤로 보인 것은 투박하나 그 멋이 살아있는 차량이었다. 에만에게 있어 페퍼가 잠시 부러웠다. 그 이유라 할 것이 첫째, 에만은 운전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요, 둘째, 딱히 사물이나 인간에게 심미적인 시선을 가지지 않았음이요, 셋째, 차를 운전하는 일은 에만의 ■■년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가지고 도전하며, 할 줄 아는 사람은 타인에게 작은 부러움을 사는 법이다. "좋아." 하고 짧게 답한 에만은 잠깐 그를 바라보다 차에 타 문을 닫기 전, 다리를 쭉 뻗고 발끝을 서로 가볍게 툭툭 두들겨 밖으로 흙먼지를 털었다. 단순한 버릇이었다. 아직도 나올 줄은 몰랐을 버릇.
에만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가만히 앉아 고개를 숙였다. 안전벨트 따위는 하지도 않는다. 창밖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저 그렇게 가만히 앉아 이따금씩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알리듯 깍지를 끼고 배 위에 얌전히 올려둔 손가락만 한 번씩 까딱일 뿐이었다. 그런 에만이 고개를 든 건 후면 주차를 하고 차가 완전히 멈췄을 때다. 에만의 고개가 천천히 올라가 드디어 앞 유리 너머의 가게를 본다. 허름한 가게에도 별 불만을 가지지도 않았다.
"응. 나는.."
잠깐 에만은 혀가 딱딱하게 굳기라도 한 양 말을 멈췄다. 그리고 쥐 죽은 듯 작은 소리로 웅얼거렸다. "난.. 여기.. 늘 가만히 있을 거야."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문이 닫혔을 때, 에만은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며 페퍼가 가게를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허리를 온전히 숙였다. 손으로 가면을 덮어 가리며 자조적인 헛웃음을 흘렸다. 머리카락이 앞으로 쏟아졌지만 더 이상 예전처럼 무게를 이기지 못해 더 기울지는 않았다. 그렇게 에만은 기다렸다. 도망치는 일 없이 얌전히.
문이 열렸을 때 에만은 허리를 세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봉투에서 나는 향은 보통 것이 아니라 고체는 제대로 삼키지도 못하는 에만이라도 회가 동하는 느낌이었다. 살짝 봉투를 벌려봤다. 투명한 플라스틱 캡, 갈색 종이로 된 포 장용기에 담긴 양 갈비 스테이크와 식사빵. 그리고 수프는 종이로 된 컵에 담겨있다. 에만은 봉투 속에 손을 넣어보았다. 그리고 손가락을 하나 집어 들었다. 반지가 끼워진 손가락. 에만은 그 손가락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구경하듯 하다 잠시 페퍼를 쳐다봤다. 이건 대체 어디서 가져왔냐는 시선이 가면을 벗지 않아도 뻔히 보였다.
"……먹어도 돼..?"
에만이 잠시 머뭇거리다 물었다.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적어도 에만은 그렇게 자랐다. 차 안에 아무것도 흘리지 말고 껌이나 씹으라며 던져준 것은 껌도 아니라 고무로 된 비타민이었다. 이건 껌이 아니라고 항의를 하고 나서야 누군가 제대로 된 껌을 던져주곤 했다. 그런 기억밖에 없기 때문인지 생경한 듯 질문한다. 이후 에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먹을래." 하고는 오늘은 속이 제발 받쳐주길 바랐다. 손가락을 후드티의 넓게 퍼진 자락 위에 내려놓고 에만은 도와주듯 조심스럽게 봉투 속에서 이것저것 꺼내 올려두었다. 느릿한 몸짓이지만 제법 오늘은 의욕 있는 태도였다. 그리고 손을 가지런히 모아 기다렸다. 먼저 먹으라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