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악. 정령사라고 바로 물어보며 훅 들어오는 질문에 사라는 하마터면 차를 흘릴 뻔했다. 여기서 그대로 고개를 자동으로 끄덕이면 굳이 애둘러서 설명한 보람이 없어지겠지. 열심히 잔머리를 돌려가며 대강 아마 놀람과 그 안에 포함된 20%의 의아함을 표현하는 것과 같은 애매모호한 표정을 서둘러 지어보았다. 사라한정 거짓말탐지기 능력이라도 보유한 것 마냥 바로 속셈을 짚어내는 용병단장의 사기능력을 그가 보유하지 않았길 바라면서.
다행히도 가능할 것 같다는 판정이 떨어졌고 마구 솟구쳐 오르는 입매무새를 누르기 힘들어 괜히 입가를 닦는척 손으로 입을 가렸다. 용병단의 대다수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세상에 사라가 내숭을 떨었어! 라며 그녀가 갑자기 미친 개에 물려 불치병에라도 걸리지 않았는지 호들갑을 떨 터였지만 다시 한번 상기하자면 여기에 용병단과 관련된 자라고는 그 골칫덩이 당사자밖에 없었다. 물론 누군가 있었어도 사라는 내 사전에 내숭이란 없다며 웃다가 차가 뿜어져 나오는게 싫었을 뿐이라고 반박했을 것이다. 진심으로 자신은 전혀 조신하게 행동하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며 왜인지는 도통 모르겠으나 스스로에게 변명아닌 변명을 둘러대며 열심히 눈앞에 펼쳐진 진귀한 구경거리를 구경하는데 온 신경을 기울였다.
그리고 조화로운 마나의 흐름을 타며 호령의 차분한 설명이 이어졌던 것도 같기는 한데. 여전히 사라는 얌전히 앉아 수업을 듣는 것에는 소질이 없었고 그건 관심이 있을때도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으러어니까..." 사라는 한번 숨을 띄우고 흐름을 따라가려 애쓰며 말을 이었다. "결국 마나는 자연의 일부분이라 서로 치환이 가능하다는 건가요?" 옆에서 불의 정령이 자신은 물의 정령이 되기는 싫다고 깩깩거리며 강력하게 자기 주장을 하는것을 무시하고서 아주 멍청하게는 보이질 않길 바라며 물었다. 그리고 자연친화력과 자연의 상관관계를 떠올리며 자신의 힘을 그 마나라는 형태의 독립적인 힘으로 바꾸는 것을 상상해 보았으나 잔머리에 모든 기력을 투자한 머리는 백기를 들어올렸을 뿐이었다. 제기랄 이건 내 문제가 아니야 아무리 봐도 작가님이 재능충인거지? 그런거지?
"땅의 정령과 바람의 정령 사이를..." 불의 정령에게 물의 정령과 친하게 지내보라며 말을 건네는 것 보다 나은 선택지 같았다. 호령이 한 말을 다시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집중을 하고 물었다.
"저..죄송한데 분자가 뭐에요?"
이럴 줄 알았다면 그 집에서 만화책 뿐만 아니라 맑고 청순하고 깨끗하던 백과사전이나 과학책을 훔쳐오는 거였는데.
"대충 작은것을 뭉쳐서 덩어리로 만드는 거면 그냥 실습으로 넘어가도 문제 없을지 않을까요. 아마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