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 아니요. 해도 괜찮아요! 다만 이게 연우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웹박수로 조금 말이 들어오다보니. 그리고 저는 상황극은 캐릭터와 캐릭터의 교류가 기본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사실 초기에 저러는 것은 별 상관없는데 앞으로도 쭉 그러면.. 고립될 확률이 너무 높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렇기에 그냥 확인겸 묻는 것으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최소한의 교류는 가능한 느낌이어야..상황극이 성립이 될테니까요.
익스파 검출은 없었다. 시간이 지난 후라 포착이 안 된다고 해도 그렇게 말끔하게 하는게 가능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도 애써보면 치토스에서 쓰이는 옥수수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농장이니 당연할법도 하지만 그 주변에 벌레가 얼마나 많은지 알고 싶지 않았다.
"프로파일링 기법 중에 자주 쓰이는 건데요. 마땅한 단서가 없는 지금은 무엇, 왜, 누가. 이 세가지로 간략하게 사건의 중요 단서라고 바로 믿어버리지 않되 가능성만 추측하는 수밖에 없대요. 무엇이 발생했나, 왜 그런 식으로 발생했나, 그러면 누가 그와 같은 이유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순의 추측이요."
그는 쿠크다스 남은 반조각을 홀랑 입에 넣고는 물로 입가심을 했다. 라타토스크는 사람을 현혹해 범죄를 저지른다. 소라 씨의 추측대로라면 익스퍼와 비익스퍼의 대립을 위한 것이다. 그런 걸 해낼 사람은 어떤 욕망을 품거나 익스퍼에 대한 차별을 느껴본적이 있기 때문인가? 아직 무언가에 대한 정보가 없어 확실치는 않지만 이 '누가'에 집중해야할 것 같았다. "저도 대부님께 배운거긴 한데, 진짜배기인 대부님과는 달리 경험도 별로 없는 야매라서 잘 추리하진 못하지만요." 하고는 살짝 그녀를 바라봤다.
"아참. 그런데요, 나리 학생이 했던 말이 있어요. 나는 이름없는 수리와 니드호그의 움직임을 지배하는 라타토스크의 나이트. 스스로의 존재 가치도 모르는 너희. 아버지의 오랜 염원. 아버지를 배신한 그 놈들 중 하나도 죽였는데."
그는 전부 기억한다. 호흡도, 떨리던 목소리의 높낮이도, 두려워하던 눈치도. 그날의 시간, 날씨, 기온. 모든것을 기억하기에 할 수 있던 말이었다.
"이거요, 원래는 보고서에 써서 올렸어야 하는데요..지금 말씀 드린거랑 소라 씨라면 추측할 수 있을거라 봐서 그냥 말해봤어요.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난 야매인 걸. 나중에 제대로 시간별로 정리해서 드릴게요. 우리 소라 씨는 천재니까 할 수 있을 거야." 하고는 다시 천장을 봤다. 답답하다. 그는 종이컵을 자근자근 물어뜯었다.
"저도 아니었으면 해요. 걔네도 컨셉질을 한다면 짜증날 거고, 청해시는 정말 인해마경일게 분명하잖아요. 적은 하나로 족하다는데."
그리고는 정체에 대한 얘기를 듣고 피휴,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그 사람도 라타토스크일 거예요. 저희도 그랬거든요. 종이가 몇장 떨어지더니 연막과 함께 어떤 남자가 나타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나이트가 폰이라고 말했으니 아마 체스 말대로..면. 적은 몇명이고 더 있을 거라고 봐요. 퀸, 비숍, 나이트, 룩, 킹..막막하죠."
어느새 끄트머리가 쫙 펴진 종이컵을 아무렇게나 구겨 쓰레기통을 향해 던졌다. 정확히 골인이다.
"그렇지만 경찰이 해야 할 일이니까요.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이정도 막막함은 감수해야겠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렵긴 해도요."
아, 그거? 별 일 아니었어. 뭘 그런 걸 가지고! ―라고 웃어넘기기에는, 유감스럽게도 제법 큰 일이었다. 그야, 명백히 죽을 뻔했으니까. 만약 그때 뭔가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꼼짝없이 그 공원에서 생을 마감하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부상을 입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명백했다. 실제로도 엄청나게 아팠고 말이지. 꼼짝없이 전기 통구이가 되어 버리는 줄 알았다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내일의 태양은 뜨고, 내일의 업무는 돌아오는 법이었다. 그녀를 포함한 동료들은 다시 정상적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평범하게 부산스러운 서 안을 돌아보자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누가 죽을 고비 한두 번쯤 넘겼다 해도 세상은 이전에 비해 크게 바뀌지 않는 것이다. 그녀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똑같은 출근 시간과 똑같은 업무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똑같은 점심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의 점심 시간은 조금 특별했다. 식사를 함께할 사람으로 점찍어둔 상대가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가 다른 사람과 점심 식사를 함께하는 게 어디 드문 일이겠냐마는, 놀랍게도 이 사람과는 아직 한 번도 겸상을 해본 전적이 없었다. 물론 여기에 가만 있을 그녀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겨 나갈 때가 되자 그녀 역시 하던 일을 대강 마무리지었다. 곧 목표를 향해 직진하고는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