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어, 영화보러 왔더니 한 사람은 잠들어있고 다른 한 사람은 잠든 사람 구경이나 하고 있었다니 옆자리에 사람 있었으면 이 사람들은 대체 영화관에 뭐하러 온걸까, 하고 궁금해했을거다. 연우씨가 말만 안해주는거지 사실 내가 침을 흘린건 아닐까하고 걱정이 가득해진다. 그래도 봐주고 있었다니 뭔가 기분이 좋은것 같기도 하고 ...
" 연우씨가 그렇다면 그런거죠 뭐. "
방긋방긋 웃으면서 안겨있는 당신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준다. 남들이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이렇게 안아주는 정도야 길거리에서 흔하게 보이는거니까.
" 카레 좋네요. 아마 이 근처에 카레집이 있었던것 같은데 ... 인도식으로 파는 곳이었던 것 같아요. "
카레 좋지. 사실 뭘 먹어도 지금은 좋기 때문에 그녀가 말하는걸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 멋쩍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의 말대로 내가 먹고싶은 것보단 그녀가 먹고싶은걸 우선시할테니까. 애초에 뭐든 잘 먹는 편이라서 평소에도 눈에 띄는걸 바로 먹으러 가니까.
" 그럼 저녁 먹으러 가볼까요? "
웃으면서 안고있던 그녀의 손을 잡고서 영화관을 나온다. 시간이 더 지나서 아까보다 더 추워졌기에 가디건만 입고있는 연우씨가 추워할까봐 약간 끌어당겨서 거의 붙다시피해서 걷는다.
>>73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닛?! 그렇다면 했다고 가정하고 달라지는 것을 서술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솔로가 문제라면 그렇게 하면 되는 거라구요! 그 와중에 어른의 놀이..(동공지진) 그리고 흑색 폰이라. 하지만 뭔가 분위기가 어마무시할 것 같아요. 그 폰에는 혹시 가위가 들려져있지 않나요?!
아니 애초에 스크린을 보지 않았으니 기억의 범주가 아닌것도 같았지만. 어차피 영화를 보는것보다. 당신의 얼굴을 보는게 그녀에게는 더 보람찬 시간이었을테니 큰 문제는 아닐겁니다. 이해하기 힘든 영화보다야 말이죠.
"인도식이라, 기대해볼게요."
그녀도 딱히 뭘 가리는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ㅡ 물론 이런 경우 오히려 더 결정장애가 될 수 있지만 ㅡ 편한 마음가짐으로 움직였습니다. 편식은 좋지 않은거라고 어머니에게 배우기도 했고요. 그녀는 착한 아이입니다. 그녀는 당신을 따라 영화관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영화관의 모습을 눈에 담았습니다.
네.. 객관적으로 봐서 그냥 돈 낭비하고 온거 같지만 모른척할까요.
"저 안 추워요."
그리고 곧 그녀는 자신을 당겨서 안고있는 당신을 보며 그렇게 대꾸했습니다. 뭐 붙어있는건 싫지 않았으므로 말은 그렇게해도 떨어질 기색도 없이 당신에게 기대듯이 걷고 있었지만요.
잠에 들어버릴거라고 생각은 못했으니까 ... 라고 말하기엔 계속 피곤해했으니까. 괜히 영화관을 갔나싶었지만 영화관을 가서 이렇게 고백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뭐,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니까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하자.
" 난을 판다고 하더라구요. 딱 한번 가봤는데 그땐 밥을 시켰지만 오늘은 난을 먹어볼까봐요. "
그래도 인도식 카레니까 난이랑도 먹어보는게 좋지 않을까. 손을 써야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비닐장갑도 챙겨주니까 나름대로 먹을만하지 않을까. 평점도 좋은 식당이고 점심이나 저녁시간엔 사람들이 꽤 많이 차있는 곳이었다. 가끔은 웨이팅도 걸리는지 앞에 줄이 짧게 서있던데.
" 제가 추우니까 안고 있을래요. "
사실 그렇게까지 춥지는 않지만. 겉으로 보기엔 얇아보여도 보온성이 좋은 외투다. 작년 겨울엔 강원도에 있어서 큰맘 먹고 비싸게 구입한건데 한겨울에 입어도 잠깐 집 앞에 나가는 정도로는 별로 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장난스런 미소로 그녀의 손을 꼭 잡은채로 천천히 거리를 걸어간다. 들어갈때보다 나갈때의 거리가 더 가깝다.
" 매운맛을 선호하기는 하는데 매운걸 잘 먹는편은 아니라서 중간맛이 있다면 중간맛을 먹는 편이에요. "
맵찔이까지는 아니지만 너무 매운건 견디지 못하니까 ... 매콤한걸 좋아하는거지 매워 죽을 것 같은건 좋아하지 않는다. 퇴근시간이 다 되었는지 거리엔 직장인들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네에, 저의 색이 상서롭다니 그런 말 많이 들어요. 그렇지만 홍과 백의 조합이 드문 것도 또 아닌걸요. 예, 가령 지금 지나가신 분 또한 머리는 붉은색에 눈은 달같이 하야니 그를 본 저는 오늘 하루는 재수 좋은 일만 있겠습니다. 하물며 그의 친인은 매일같이 재수가 좋겠군요. 심한 말 한다 여기지 마세요,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조금 일러드리는 거랍니다. 그러니 자, 길 가던 시민 상서롭다는 이유로 잡아들일 생각까지 할 만큼 당신이 무슨 일에 몰렸는지는 알 수 없을 일이지만 이제 돌아가도록 해요? 아니면 저도 정말 난처하기 그지없어서, 이걸,정말 맨땅바닥에 메다칠 수도 없고...
"...라고는 분명 말한 적 있지만 홍백을 딱히 무시하는 기조로 말한 건 아니에요, 네에... 저 홍백 좋아하고, 옛 옷 입어도 홍백 찾고, 홍백 상서롭단 말 괜히 나온 것 아닌 거 꽤 잘 알고 있고... (신의 붉은 동자가 애원하듯 떼굴 굴렀다.) 믿어주셨으면 좋겠는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