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상 가능할수도 있겠지만 프로키온이 여러분들의 캐릭터를 그렇게 진지하게 대하거나 상대하진 않을 거예요. 철저하게 카페 직원(겸 오너)과 손님의 관계로만 상대하기 때문에 관계를 쌓는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도 좋아요. 프로키온은 관계쌓기가 불가능한 캐릭터에요. 말 그대로 그냥 익스퍼와 익스파에 대해서 탐색을 할 때 쓰라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모처럼의 휴일이었다. 아무리 익스레이버를 이끌고 있는 지휘자라고 해도 최소한의 휴일은 주어지는 법이었다. 평소라면 사격장에 가거나 히어로 영화가 있으면 당장 그것을 보러 갔겠지만 오늘은 유유자적, 한적하게 휴식을 쉬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서가 있는 카페 1층으로 향했다.
딸랑딸랑. 문이 열리자 방울소리가 작게 울렸고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직원이자 이 카페의 오너인 그녀는 소라를 바라보며 반갑게 맞이했다. 이어 소라는 무엇을 주문할지를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오늘은 스무디가 끌렸는지 딸기 스무디를 주문하며 가볍게 결제를 끝냈다. 잠시 기다리자 얼핏 봐도 상당히 달콤해보이는 딸기 스무디가 나왔고 그녀는 미소지어 스무디를 챙겨 카운터에서 멀어졌다.
그럼 어디에 와서 먹을까? 그렇게 고민을 하는 도중, 그녀의 눈에 들어온 낯익은 이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서 다 보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화연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휴일인데 여기서 다 보네요. 익숙한 카페에 쉬러 왔어요? 아무튼 안녕하세요. 화연 씨."
싱긋 웃어보이며 그녀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그를 바라보면 허락을 구하듯이 이야기했다.
"합석해도 괜찮아요? 따로 앉아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기왕 만났으니까 허락해주면 합석하고 싶은데. 어때요?"
"아무리 저라도 휴일까지 근무하진 않아요. 이래보여도 연차에 휴일은 다 챙기고 있거든요. 경찰이 현 시대의 히어로라고 하더라도 쉴 땐 쉬어야 또 다음 근무때 힘내지 않겠어요? 일단 화연 씨는 휴일에 출근을 할 정도로 열정적인 모양이네요. 참.고.할.게.요."
적어도 자신은 그렇다는 듯이 그녀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이어 그녀는 역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짓는 미소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느정도 짐작을 할 수 있었기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으나 특히 더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의 입장에선 그 미소가 어떻게 비쳤을까? 그런 호기심을 작게 가지면서 그녀는 곧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오너와요? 친해요? 수영이랑? 아. 여기 오너 말하는 거예요."
카페에서 일하고 있을 그녀라면 절대로 손님과 수다를 떨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정말 의아한듯이 그를 바라봤다. 아무튼 2인용 테이블로 옮기자는 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근처에 있는 2인용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어 스무디를 한 입 먹으면서 시원한 표정을 지으면서 웃어보였다.
"역시 카페에 오면 추워도 괜히 시원한 것을 찾게 된다니까요. 아무튼 휴일에는 보통 뭐해요? 휴일마다 여기 와서 잡담하고 그러진 않을 것 같은데. 아. 저는 보통 오락실이나 그런 곳에 많이 가요. 혹은 영화보러 간다던가. 오늘은 왠지 모르겠지만 카페에서 쉬고 싶어서 이렇게 왔지만요."
"기본적인 대화나 접대는 하겠지만 딱 그뿐일걸요? 말을 계속 받아주면 다른 손님들도 다 받아줘야해서 피곤하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기도 하니까 너무 귀찮게 하면 안돼요. 아. 그래도 인사를 해주면 좋아하긴 할 거예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인사해주는 거 정말 좋아하거든요."
아주 살짝 팁 아닌 팁을 주면서 소라는 카운터에서 일하고 있는 수영을 바라봤다. 여전히 손님을 받는다고 꽤 바빠보이지만 그래도 영업용 미소를 잃지 않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열심히 하죠? 그렇게 동의를 구하듯 그에게 물은 후, 그녀는 딸기 스무디를 다시 쪼옥 빨아들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새롭게 친구를 사귀면 되잖아요. 익스레이버 위그드라실 팀이라던가. 위그드라실 팀이라던가. 위그드라실 팀이라던가. 정 심심하면 저를 불러도 괜찮고요. 물론 제가 안 바쁘다는 가정하에."
혼자만 비번일 때 그렇게 말하면 화낼 거라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을 마친 그녀는 그의 물음에 빠르게 대답했다.
"히어로 영화요! 펑펑 터지는 그런 영웅 영화를 좋아해요.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쭉 말이에요. 그러는 화연 씨는 어떤데요?"
자신에게 물었으니 자신 역시 답을 들어야겠다는 듯, 그녀는 빠르게 파고들면서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물론 질문에 답을 할지는 어디까지나 화연의 몫이었다.
"그래요? 사장님이 알바를 쓰시거나 한건 못봤는 데 다른 부업이나 가게를 따로 하시나봐요?"
화연은 카페 사장이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녀가 다른 가게나 부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부업'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럼 인사만 자주 드려야겠군요."
미세 꿀팁을 받은 화연은 소라와 함께 수영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밀려 온 손님들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잃지 않으며 철저하게 일을 잘하는 수영을 보며 정말 열심히 하신다며 답하며 버블티를 마셨다.
"그렇다면 여기서 새롭게 친구를 사귀면 되잖아요. 익스레이버 위그드라실 팀이라던가. 위그드라실 팀이라던가. 위그드라실 팀이라던가. 정 심심하면 저를 불러도 괜찮고요. 물론 제가 안 바쁘다는 가정하에."
"새롭게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죠. 우리팀 사람들도 좋은 사람 많아요. 하지만 만난지 얼마 안되서 친해질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워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친해지겠지 생각하며 빨대로 버블티를 저었다.
"멜로, 가족, 감동, 공포 등을 제외한 나머지 영화들 중 재밌는 영화는 다 좋아해요."
엽문 같은 화려한 액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 조커 같은 범죄 영화도 좋아하고 극한직업 같은 코미디 영화나 무한열차같은 애니매이션 영화도 좋아한다. 물론 히어로 영화도 좋아한다. 단, 멜로, 가족, 감동 영화는 자극적인 것이 없어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공포는 단순히 무서워서 싫어하고.
적어도 자신을 말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소라는 자신의 오른손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살짝 갖다대면서 웃음소리를 냈다. 물론 그녀는 이 카페를 운영하는 수영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었으나 굳이 이야기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녀의 비밀은 자신도 지켜주고 싶었고 그녀가 곤란한 일에 처하게 하는 것은 자신도 피하고 싶었으니까.
아무튼 시간이 부족해서 아쉽다는 그 말에 소라는 고개를 괜히 갸웃했지만 일단은 별 말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는지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하기사 시간이 지나면 차차 해결되는 것들이 있었으니까. 아마 그에게 있어선 친구 문제가 그렇지 않을까 혼자 추측만 할 뿐이었다.
그 와중 그의 영화 취향을 들으면서 그녀는 나름대로 분석했고 한가지 결론을 내렸다. 멜로, 가족, 감동, 공포. 그것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니. 적어도 하나는 제외한다고 친다면...
"평탄한 분위기의 영화는 싫어하나봐요? 예성이와는 취향이 반대네요. 예성이는 오히려 그런 것들을 좋아하거든요. 음. 그럼 히어로 영화는 좋아하는거죠? 다음에 히어로 영화 좋아하는 이들끼리 모여서 신작 히어로 영화 나오면 보러 가는 것도 좋겠어요. 지휘자 권한으로 별 일이 없으면 그 날은 모두 비번이라던가!"
물론 실제로 그렇게 했다간 바로 상사에게 끌려가서 이런저런 소리를 들테니 불가능한 것을 알기에 싱글벙글 웃던 소라는 곧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우리 팀은 분명히 익스파 전담 팀인데 이것저것 해야하는 일이 은근히 많다니까요. 물론 경찰이니까 할 것은 하는게 맞는데 뭔가 이러니까 우리 팀이 다른 곳보다 좀 더 일이 많다는 느낌이 가끔 들때가 있는데 기분 탓은 아니겠죠?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