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강녕하였니, 일기장아! 내 간만에 너를 펼쳐 글을 써본단다. 엄맘마랑 아빱빠도 모르는 내 비밀 일기장. 설마 이리 글을 쓰다 누가 몰래 보는 건 아닐까 가끔 무섭긴 하지만 련이는 두려울 게 없으니까 괜찮아! 음, 그런데 저번 장을 보니 만두 많이먹기 신기록을 세웠다는 걸 들키는 건 무섭긴 하다. 이상한 꿈을 꾼 것도 들키는 게 무서워! 안돼! 지금 보는 사람 내 일기장 덮어! 덮어! 애초에 내 일기장은 속곳 담아두는 곳에 있다고 이 변태야!
아무튼 오늘 너를 펼쳐 글을 쓴 이유는 그간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야! 좋은 소식도 있어. 내 친부를 찾았어! 모두 단주님 덕분이셔. 찍힌 것 같지만. 대주님께도 찍히고 단주님께도 찍혔어! 망했어. 전쟁도 한대! 으아아, 진짜 망했어. 공을 세워야 은혜를 갚을 텐데. 내가 사람은 좀 죽이겠지만 싸움은 싫어하는 걸 온 천하 사람들이 알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으으, 그렇지만 해야만 해. 청해에 오는 건 너무나도 오래 되어 가망이 없을 거라 생각했거든. 나만 복수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헛걸음 하면 어쩌나 싶었어. 그런데 아빱빠가 살아계신대! 사실 그 말에서 너무나도 많은 감정이 오갔어. 살아계신다니 뒤숭숭하다 해야하나. 어, 그렇다고 돌아가셨으면 하길 바랐던 건 아냐! 나 그런 불효녀 아니야. 나 기뻐서 여기 오고 펑펑 울었잖아. 너도 봤지? 아..속곳 있는 곳에 있어서 못 봤다고? 미안.
그런데 일기장아, 본론은 이거야. 내가 하루에도 몇번씩 련이는 소교주님의 뒷방 후궁이 되고 싶다고 했잖아? 정말 많이 그랬지. 권력다툼 안하고 살고싶다~ 사랑은 받으면서. 그러면 다들 파련이가 될 거야~ 하고 맞장구 쳐주고, 나도 나름 노력 했잖아.
그거 이제 그만 하려고.
(먹 자국)
별거 아니야! 그냥,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어.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 했는데 봐버렸지 뭐야. 나는 우물 안 개구리. 개굴개굴..(개구리 그림)
정말 그런 걸. 나는 아빱빠의 딸이지만 아빱빠가 깨어나시기 전 까지는 그저 부유한 상인의 딸일 뿐이라 출신도 불명확하고, 사실 나 우리 아빱빠가 어떤 집안 사람인지도 몰라. 우리 아빠는 맨날 답을 피했거든. 나도 엄마에 대해 궁금하다고 해본 적이 앖고, 아빠 집안이 어떤지도 몰라. 음, 예쁜 건 모르겠다. 그래도 사람에게 취향이란 게 있잖아? 내가 예뻐도 교국 각지에서 예쁜 사람이 올 거니까. 난 정말..마을 안 개구리잖아. 개굴! 그리고 또..나는 예법도 부족하지, 머리도 모자라지, 천운도 없어서 소교주님께서 나를 만날 일이나 좋아하실 일도 없다고 생각해.
이렇게 보니까 너무 자책같다! 나 그런 사람 아닌데. 파련이는 아주 귀엽고 깜찍하고..음. 이하생략..이젠 좀 부끄럽다. 아! 가장 중요한 사실도 있으니까 나한테 화 내면 안 돼? 내가 소교주님의 첩이 되고자 하는 건 아빱빠를 찾기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이야. 우리 아빠가 헤어지기 전에 그랬거든. 살아남아 천마님의 뜻을 전하고 내가 너를 기억할테니 장성하라고. 그러면 아빠가 반드시 찾으러 가겠다고. 그래서 어린 나이에 무작정 생각한게 멋지고 가장 위에 있는 남자 만나면 멀리서도 들어 날 찾아올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우와! 이렇게 보니 나 완전 속된 말로..썅년이잖아! 정작 소교주님 의견도 고려하지 않는 거고! 아닌가? 아무튼!
그리고 사실은 알고 있어. 강호에 사랑이 담겨있어도 언젠가 그게 큰 약점이 되어 무뎌진다는 것도. 내가 직접 보고 상처도 입혔거든. 그래서 포기하기로 했어. 설령 정말, 수만가지의 우연을 뚫고 나와 만나 언젠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면 언젠가 교좌에 오르실 때 내가 약점이 될 거야. 교국을 위해서라도 약점이 되어서는 안 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야. 나를 지키다 죽는다, 나를 위해 강해진다..전부 마찬가지야. 내 자체가 약점이 되는 건 싫어. 아무리 내가 장성해 내 몸은 스스로 간수한다 해도 누군가의 약점이 된다는 자체가. 아무도 날 사랑해선 안 된다고 봐. (먹 자국)
음..그래서 여러 방안도 생각해봤어. 언젠가 교국을 위한 검이 되어서 누군가를 찌를 용도로 사용 되는 것도 각오했고. 그런데, 정말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우리는 동물 하나에도 정을 붙이는데 사람에게 정을 주면 더욱 안 될 거야. 사람은 아무리 악해도, 아무리 선해도 그런 걸.
몰라! 실은 잘 모르겠어. 련이는 나를 정~말 예뻐해주고 아껴주는 사람과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런데 여긴 무림이잖아. 강호에 몸을 던진 이상 죽음을 불사해야 한대. 아니면 아무도 넘보지 못할 만큼 강해지거나. 그런데 나는 예뻐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이 죽을까 두려워서 어떤것도 받지 않고, 그냥 천마님을 위한 검이 되고자 해. 슉, 슈슉! 언젠가 죽는 날까지 난 그 지고한 뜻 받들어야만 하고, 세상은 날 휘두르겠지. 전부 무뎌지고 내 눈앞에서 사람이 죽더라도 그러려니 넘길 날이 올 거야. 련이는 없고 교국의 검만 남는거지. 궁상맞고 끔찍해도 이게 인생이라고 봐. 우리는 난세에 태어났고 강호에 몸 담은 이상 뜻을 위해 무엇이든 못하리..사실 너무너무 무서워. 나는 사람이고 싶어. 나랑 무림이랑 안 맞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난 겁쟁이야.(물이 많이 닿아 지워진 글씨)
그러니까 너도 날 도와줄거라 믿어, 일기장아. 내가 다짐이 무뎌질 때마다 너를 펼쳐봐서 꼭, 언젠가는 교국을 위한 검이 되어야겠어. 약속이야, 절대 찢어지거나 불타지 마.
뇌전. 번개와 같은, 나의 살을 찌르는 것들. 때론 우직하게, 때론 날카롭게 휘두르는 살초와 허초들은 두 눈을 어지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두 팔이 아닌, 한 팔로 견디기에는 이제 너무나도 지쳤을 만큼. 몸이 유독 무겁게 느껴졌다.
아직, 닿지 못한단 말인가. 물론 그에게 절강대협이라는 이름이 있다는 것부터, 승부가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 대단한 남궁세가의 직손 아니신가. 그래. 질 것. 지는 것.
"...하."
지겹도록 싫은 감정의 폭풍이다.
중원은 검을 들어올린다. 하늘 높은 곳에서 자신을 고고히 내려보고 있는 지원을 향해 검을 올린다. 이미 만진창은 반으로 쪼개져 단창으로 쓰기도 어렵게 되었고 고영목은 너덜거려 의수로써의 기능조차 잃어갔다. 분노? 분노할 필요도 없었다. 지는 것이 수가 높았고 내 도박수에 파훼할 수들이 더욱 많았다. 나는 단지 패배의 두려움보다도 이 패배에 만족할, 내가 더 싫었다. 어떻게, 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 도달했는데.
팔 하나를 잃었기에 어리숙한 연기로만 수 년은 사람들을 속였다. 팔 하나를 잃고 경지에 익숙해지기까지 고갤 숙인 채, 우직한 바보로 살았다. 어릴적의 총기를 잃어간단 수근거림에도 참았다. 그러면 때가 올테니까.
"크흐흐흐흐흐..."
중원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온 몸이 들썩거리는 감각은 마치 전투의 환희에 취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그를 오래 지켜본 모용세가의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중원은 한쪽 눈을 꾹 감은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남궁지원. 땅을 내딛은 나와 달리, 저 먼 하늘에서 날 내려보는 그대가 있다.
아직도 때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날개를 펴기에는, 아직 제대로 여물지 않은 날개로 하늘을 날려 했으니. 저 하늘에서 뇌우가 내리쳐 어리석은 뱀을 심판하려 한 듯 했다. 중원은 순순히 대검을 내려두었다. 그리고 지원을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편한, 독기가 모두 사라진 듯한 표정이었다.
"좋소. 아마도 이 대결은. 그대의 승리인 듯 하니."
쾅. 단 한 번의 발돋움으로 땅을 내찍곤, 천천히 손을 내민다.
"내 일념一念. 내...일로一路. 이 모든 것을."
두 손에선 강렬한 옥빛이 춤을 추었다. 지독히 환하고, 지독히 아름답고, 지독히 거친. 그렇기에...믿을 수 없는 빛을 중원은 쏘아내었다.
"받아보시오."
천하일절 청록강옥 백독불 옥안광 광일
청록빛이 반짝이고, 세상을 향한 분노를 토해낸 후. 무너지기 시작하는 몸을 대검으로 짚으며 중원은 속에 쌓인 목소리들을 토해냈다. 기괴하고도, 가라앉은 그 목소리는 서러운 듯 하였으나 또 결심을 다지는 듯 들리기도 했다. 그 마음에, 무엇이라도 남기지 않으려는 듯. 추한 몸을 딛으며 말했다.
"지금은 패배를 인정하리다."
중원은 그 소리를 토해낸 후, 남궁지원을 바라봤다. 앞으로도 너는 수 걸음, 수십 걸음을 나보다 앞서가겠지. 그 걸음의 뒤에서, 한참을 내달릴테니. 언젠가 저 먼 곳에서 만나자.
"허나. 다음은 이리 쉽게 패배하지 않을 것이오."
새로운 생각을 맺어, 새로운 길을 쌓는다. 이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중원도 몰랐으니 말이다. 단지. 승리를 축하하듯. 검을 놓친 채로 바닥에 몸을 늬였다.
도처에 퍼지는 소리들 속. 중원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걸렸다. 처음이었다. 모든 것을 토해내고, 모든 것을 사용하여 진 것은. 나를 보여본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