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대한민국에는 '나례(이칭: 구나, 대나, 나희)'라는 이름의 할로윈 비슷한 명절이 있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나례의 행사를 주도하는 전문 기관까지 생겨났을 정도였다. 음력 섣달 그믐에 궁중에서 묵은 해의 잡귀를 몰아내기 위해 행하던 행사다. 가정에서는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새로 보수하며, 자정에 마당에서 불을 피워, 폭죽을 터뜨리곤 했으며, 궁에서는 커다란 볼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나례(儺禮))]
' 레오파르트 로아나 학생. 날 싫어하는 건 알겠지만 수업을 방해할 거라면, 굳이 나오지 말고 기숙사로 돌아가. 수업 시간에마저 이런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니까. '
그는 레오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그리고..... 내가 계속 말했으나, 네가 듣지 않았는데 다시 제대로 이야기 해주자면, 그 두 마리는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인간 10명만 먹어치우는 걸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아. 주인의 부름도 무시하거든. 그런데, 그 날 어떻게 쉽게 각시에게로 왜 돌아갔는지 잘 생각해 봐. '
레오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이던 그는 다른 학생들에게 새끼 계변을 보여줬습니다.
' 새끼 늑대인간은 여기에 딱 두 마리가 있단다. 뒷발 쪽을 보면, 그 두 마리만 유독 검게 물들어진 걸 볼 수 있어. '
펠리체가 늑대인간을 찾는 걸 발견한 듯 혜향 교수가 말했습니다. 윤은 잠깐 얼이 빠졌다가 ' 왜?! ' 하고 묻는군요.
' 계변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볼까, 계변은 삿 것을 물리치는 능력이 있단다. 곁에 두면, 위험한 생물이나... 존재가 곁에 오지 않게 된단다. '
아성은 그 짐승들을 디스하며 레오와 혜향교수가 투닥거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물론 그도 청룡의 사당에서 청룡에게 쓸모없는 도마뱀 자식이라고 욕하기는 했지만 청룡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존재자체도 믿기 어려웠다. 아성은 본인의 눈 앞에 있는 혜향 교수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레오가 대단해보이기도 했다.
레오는 낮은 목소리로 들려오는 말에 입맛을 다시며 입술을 핥았다. 웃지도, 울지도, 겁을 먹지도, 자신만만하지도 않은 무표정을 지은 레오는 '그래요?' 하고 한 마디를 하며 앞으로 앞서나갔다.
" 그럼요, 고결하신 교수님. 덕분에 수십이 죽을게 열 명으로 줄었네요. 죽어버린 열 명한테는 미안하지만 어쩌겠어요. 살 사람은 살아야지. 그렇죠? 내 친구는 쌍으로 그냥 뒤져버려도 어쩔 수 없었다. 이해합니다. 네. "
그럼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학생은 이만, 레오는 신사들이 인사하듯 허리를 살짝 숙였다. 옆에선 친구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별 일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고 뒤로 나와 적당한 자리를 다시 찾아 앉았다. 전부 속고있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저 가증스러운 위선자가 아직도 저러고 있는 것은 도저히 참지 못할 일이다.
" ...내가 너였다면 차라리 오지 못하게, 내 친구들이, 내가 죽지 않게 미리 알려주기라도 했을거야. "
혜향 교수가 레오에게 다가가는 건 아마 보려고 하면 볼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대화 내용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손으로 강아지를 얼러주면서 시선 끝으로 레오와 혜향 교수를 보았다. 그리고 떠올렸다. 그전날 혜향 교수에게 불같이 화를 내던 레오를.
...그게 그렇게, 화를 낼 만한 일이었나. 그녀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 하겠다고 생각하며 시선을 온전히 귀여운 강아지에게로 향했다.
그녀가 강아지를 살피는 걸 봤는지, 혜향 교수가 새끼 늑대인간은 따로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 말에 오, 하고 눈길을 돌려 확인하고, 그쪽으로 다가가 새끼 늑대인간도 한마리 들어서 품에 안으려 했다. 가능했다면 양 팔에 한마리씩 복실복실한 강아지를 안고 행복해하는 그녀가 되어있었겠지.
"왜긴 왜겠어요. 선배만큼 위험한 사람이 또 어딨다구. 언제 홀랑 잡아먹을지 누가 알아요? 어머 무서워라-"
후후. 하고 웃곤 품 안 가득 복실이들을 안고서 혜향 교수의 설명을 듣는다. 삿 것을 물리치는 능력이라. 최근 성가신 일에 자주 휘둘렸던 그녀로서는 번견으로 제격이긴 했다.
"위험한 생물이나 존재가 곁에 오지 않게 된다고 했는데, 혹시 신에 가까운 것도 막아줄 수 있어요?"
순수히 가능한지 궁금해서 그런 질문을 하곤, 강아지의 보들한 정수리에 볼을 부벼본다. 리치랑은 또다른 촉감이지만 이건 이거대로 좋다... 데려가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고 있었다.
수업 중 들려오는 작은 다툼에 그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곤 강아지에 집중하려 했다. 괜히 신경써 싸우기 싫었다. 수업 시간엔 수업만 하면 어디 좋을까. 죽어버린 열 명에겐 미안하지만, 이라.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강아지 한마리를 품에 안고는 고개를 돌렸다. 인간새끼 처먹든 말든 이젠 신경 쓰기도 싫다. 그 이전에 죽여버리면 되는 일을 가지고. 그는 강아지를 살살 쓰다듬으며 혹시나 싶어 다리를 확인하려 했다. 그의 지팡이에는 루가루, 즉 늑대인간의 털이 들어있기 때문에 만일 늑대인간이라면 좀 뻘쭘하리라. 이 강아지가..내 지팡이의 재료는 아닐까..? 부조화가 오기 직전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조용히 교수를 본다. 그리고 강아지 안은 상태로 천천히 다가와 입술을 벙긋거리며 속삭였다.
"매는 충분히 사랑 받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죄사함 받을 수 없으나 선처의 여지는 남겨둘 수 있도록."
교수님도 동참하시겠습니까? 넌지시 묻곤 그는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더이상의 이야기가 없다면. 계변이라니, 다행이다.
"네가 늑대인간이라면 내 제법 놀랐을 게야."
그는 강아지의 배를 능숙하게 간지럽힌다. 낑낑대며 앞발 버둥대는 모습이 귀여워 그는 한참 바라보다 희미하지만 웃었다. 예전에도 개를 키운 적이 있었다. 물론 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수명이 다해 죽었고, 그때 펑펑 울었던 것 같다. 이젠 울어볼 수 있을까. …안 될 걸 알고있다.
레오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에 손수건을 덮었다. 이대로 그냥 잠들어버리겠다는 생각이었겠지. 푸- 하고 한숨을 내쉬곤 주머니에 손을 꽂고 다리를 살살 떨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아. 속고있는 바보들도, 저 위선자가 여기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 짜증나게 말이야... "
너라면 어떻게 했을까. 버니 너라면, 어떻게 말해주었을까. 레오는 스스로가 어떻게 행동해야하고 생각해야하는지를 잊는 기분이었다. 하나하나 알려준다면 좋을텐데. 레오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옆에서 괜찮아? 하고 묻는 물음에 레오는 '신경꺼' 하고 조금 차갑게 답했다. 그러지 않아도 될텐데, 그냥 이 상황이 너무도 맘에 들지 않아서.
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싶습니다. 그리곤 멀찍이 서 있다가 레오에게로 다가갔습니다.
' 안녕? 원래, 이 수업 좋아하지 않았어? ' 여우가 궁금한 것처럼 눈을 빛내던 그가 레오에게 속삭였습니다. 간계를 짜낼 때는 ' 혹시, 혜향 교수님... 싫어해? 나도 의심을 품는 중인데... ' 수단과방법이존재하지않습니다 그가 거기까지 속삭였을 때 쯤, 혜향 교수의 시선을 느끼곤 슬그머니 자리에서 멀어졌습니다.
' 나보다는, 할미탈에게 요청하렴. 나보단 도움이 더 될테니. '
혜향 교수가 입술을 작게 달싹였습니다. 그리곤 회중시계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 수업을 종료할테니, 계변과 늑대인간은 다시 바구니에 담거라! 그리고 과제는.... 각각 감상문을 양피지 2장에 채워오렴. '
레오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정말 말하기 귀찮다는듯 목소리에선 힘이 쭉쭉 빠졌다. 그리곤 느릿느릿 손을 들어 손사래를 쳤다. 갑자기 왠 친한척이람. 레오는 천천히 잠들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잠든다면 꽤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스쳤다. 평소라면 넌 뭐냐면서 주먹이 나갈수도 있었고 멱살을 잡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왜냐면 레오에게는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었으니까.
할미탈에게 요청하렴.
레오는 '탈'이라는 말이 귓전을 스치자 사냥감을 덮치는 표범처럼 일어났다. 화들짝 놀란듯 일어난 레오는 눈을 덮던 손수건을 집어던졌다. 적어도 자신이 아는 한 학원 내에서 탈과 커넥션이 있는 것은 둘이었다. 하나는 저 위선자. 말할 필요도 없는 확실한 커넥션이다. 스스로 탈을 들고 얼굴에 쓰고 그들과 같은 '주인'을 모시는 사람이었다. 다른 하나는 레오 자기 자신. 버니와 계속해서 밀회를 가졌고 저주까지도 배웠다. 그런데 방금 들린 말은.
" 야, 잠깐만. 너 지금 뭐라고.. "
잠깐 멍해져 있던 탓에 멀어지기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 뜬금없이 할미탈에게 물어보라 했을까. 레오는 붙잡으려 했으나 이미 군중 속으로 사라진 이를 찾을 수는 없었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온다. 레오는 잠시동안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그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군중 속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