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대한민국에는 '나례(이칭: 구나, 대나, 나희)'라는 이름의 할로윈 비슷한 명절이 있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나례의 행사를 주도하는 전문 기관까지 생겨났을 정도였다. 음력 섣달 그믐에 궁중에서 묵은 해의 잡귀를 몰아내기 위해 행하던 행사다. 가정에서는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새로 보수하며, 자정에 마당에서 불을 피워, 폭죽을 터뜨리곤 했으며, 궁에서는 커다란 볼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나례(儺禮))]
마법으로 싸우고, 주먹으로 싸운다. 모의전을 치르던 시비가 걸려오던 레오는 싸운다. 최근들어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고 친구들은 이야기했고 레오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직,간접적인 이유들이 있을 터였다. 직접적인 이유라면 퀴디치 이후로 시비가 걸리는 일이 잦아졌고 수업중이던 그렇지 않던 튀는 일이 잦아졌으며 그리고 레오가 자기 자신의 감정에 대해 '지나치게' 솔직해졌다는 이유였다. 간접적인 이유라면 생각할 것이 너무도 많아 머리가 아파지려고 하고 있었고 땀을 빼고 감정을 표출하면 그게 조금은 나아진다는 이유였다.
레오가 다른 사람을 눕혀놓고 얼굴에 주먹을 꽂은 데에는 그러한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까닭이었다는 이야기다.
" 주궁한테 개기지 말라고!! "
레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때린 만큼 맞는다. 칼을 쓴다면 칼에 맞고 죽을 각오를 해야하고 총을 쏜다면 총에 맞고 죽을 각오를 해야한다. 마법을 쓴다면 그 마법에 자신이 쓰러질 각오를 해야하고 주먹을 쓴다면 주먹으로 맞을 각오를 해야한다. 감정을 표출하고 땀을 빼고 주먹을 쓰면 기분이 조금 풀렸으나 역설적이게도 레오는 자신이 주먹을 쓰고 마법을 쓰면 자신도 거기에 맞고 쓰러지고 피를 흘려야만 한다는 그 사실마저도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마법으로 시작한 모의전이었다. 그게 어쩌다 주먹질로 번졌는지는 이제와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 레오는 대충 자리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섰다. 바람이라도 쐬자는 심산이었다. 그리고 발길이 닿는대로 정처없이 걸었다. 숲은 좋다. 조용하면서도 잔잔한 새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거기에 스치는 나무와 풀의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공기가 촉촉하고 붕 떠 있는 가벼운 느낌이다. 레오는 적당한 자리를 찾았다. 항상 앉아있거나 누워 시간을 보내는 넓직하고 평평한 바위는 귀곡탑 문 바로 앞에 위치해 있었다.
" 하아아아.. 죽이는구만.. "
레오는 바위 위에 누웠다. 대판 싸우고 나온터라 옷도 지저분했고 손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마법에 맞고 나뒹굴고 주먹에 맞아 상처가 나서 입가에서, 눈가에서 피가 조금 나고 있었고 볼이 조금 빨개져 있었다. 레오는 눈을 감았다. 바람이 시원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뭘 해야할지도 모를때는 그냥 있는 감정에 충실해질것. 그럼 기분이 좋아지고, 속이 조금은 편해진다. 그리고 지금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레오는 벌떡 일어섰다. 만나고 싶던 사람을 만났다는듯이 벌떡 일어섰다. 방금막 한 판을 하고 온터라 자기 모습은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군데군데 옷이 찢어진 곳도 있고 지저분해보이는데다가 입가에 눈가에는 상처가나서 피가 나기까지. 그럼에도 레오는 환하게 웃었다.
이리 오라는 말에 레오는 웃으면서 자세를 고쳐앉았다. 물어볼 것이라면 많이 있다. 할미탈에 대한것, 매구에 관한것, 그리고 버니와 아즈카반에 대한것. 하지만 그 모든것을 제쳐두고라도 레오는 일단 위안과 안심을 얻고 싶었다. 머리를 기댈 수 있는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레오는 제 옆자리에 앉으라는듯이 톡톡 쳤다.
" 기분이 좋아져서. 생각이 많아서 머리가 아팠는데 조금 개운해졌거든. 감정에 충실했어. 네가 알려준대로. 그랬더니 머리가 조금 맑아지고 하늘이 높아졌어. "
헤헤, 하고 웃은 레오는 아무 생각이 없어진듯했다. 생각을 하기 싫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