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 그렇게 생각해볼수도 있겠군요! 그럼, 부작용은 엑시트에 침식되는 것이려나요 결과적으로 똑같은 엑시트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지요 거기에 수많은 엑시트를 거쳤으므로 매우 강력한 엑시트가 될지도 모릅니다. 재앙을 거두려다 스스로가 그 재앙이 되고마는 심연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나 힘을 받은 마법소녀라는 존재는 항상 선하지도 않습니다. 아가씨는 제가 신세를 진 가문의 사람이기에 조금이나마 여지를 두고있지만, 그 외의 마법소녀에게는 보통 가면을 쓰고 응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믿겠어요. 특히나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더더욱."
수녀는 일단은 아가씨를 일부는 믿는다는 늬앙스로 이야기했다. 그게 아가씨에게 있어서는 서운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8년전 사라지기 전까지도 수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해득실로만 판단을 하고 한번도 사람을 완벽하게 믿지않았다. 신뢰라는 관계는 서로 얻고 잃을게 있는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닌 이상은 그녀에게 성립되지 않았다.
"음...목적을 달성하는데 협력하라고는 하지않겠어요. 제 일이니까. 다만 지금 조사하는 일에 있어서는 정보를 공유하는 걸로 조사협력을 요구하고 싶습니다. 서운한 이야기겠지만. 오랜만의 재회로 우애를 나누는 것은 저에게 있어서는 가치를 지니고 있지않아요. 그래서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수녀는 손짓으로 성당 안쪽으로 안내했다. 내부 역시 어떠한 우상의 사물이 전혀없었다. 그저 반쯤 폐허가 되다시피한 성당을 이리저리 사람이 거처로 사용할 수 있을만큼 개수를 한 수준으로, 예배당실에는 여전히 낡아서 곧 부숴질것만 같은 객석의 의자가 즐비해 있었고 그곳을 가로질러 이전에는 식당처럼 활용했던 아일랜드식 주방이 있는 부엌으로 이동했다.
"로즈힙은 입맛에 맞으셨던가? 8년전이랑 지금의 입맛이 같은지는 모르겠으니까요."
수녀는 부엌에 있던 찻주전자에 물을 담고는 이야기했다. 그리고 부엌 테이블에 놓여있던 일간신문을 누더기 곰인형은 어느새 걸어들어와 읽고있었다. 생긴 외양과는 달리 곰인형은 꽤 시사위주의 칼럼만을 읽고있는것이 고지식하기 그지없다.
"더 맬리셔스 비즈니스. 조사해봐야할 곳은 이쪽이 맞겠지. 사물과 융합된 엑시트는 우리 관심밖에 두어도 상관없겠지만 이쪽은 변수가 있어." "본론은 일단 차를 한잔하면서 생각해요. 어차피 시간이 걸리는 행위니까."
"그렇지요~ 사람이란 선악보다는 스스로의 가치를 보다 위하기 마련이니까요. 선과 악도 사람이 만들어낸 사항이지 않던가요? 후후후, 그렇게 저에게 설명과 함께 조금 이나마 신뢰의 가치를 두어 주시니 기쁘네요. "
그녀의 말에 이번에도 수긍하고는 마치 거기에 덧붙이듯이 비안카는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그녀의 말은 맞습니다. 대부분이라는 표현처럼 세상에는 항상 예외라는 것이 있는 법이죠. 그녀가 스스로 긍정함과 동시에 부정했지만 그럼에도 신뢰에 바탕이 되는 것으로서 비안카와 그녀가 서로 얽혀 있었기에 이러한 주제로 대화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신뢰를 주어라. 누구에게나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비안카에게는 돌아왔군요
"그러신가요, 알겠어요."
그녀의 언행으로 보아하니 다른 말을 필요 없을 듯하니 비안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저 승락함을 뜻하며 말했습니다.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어 보입니다. 물론, 그녀가 언급한대로 비안카에게는 그러한 태도와 함게 용무 뿐이라면 어느 정도 서운하고 다소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봐요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그녀의 말처럼 정말로 신경 쓸 가치조차 없다면 이렇게 여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저러한 언급과 태도로 비로서 누군가가 그녀는 단지 당신을 그저 정보 제공체로서 용도로 사용할 뿐으로 도구처럼 다루고 있을뿐이다 라고 말해주더라도 말입니다. 적어도 나쁘지만 않지 않습니까? 어찌 되었든지 기본적으로 타인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자세인 그녀가 타인과의 신뢰가 기본 전제로서 작용하는 협력을 굳이 언급하는 것만 봐도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이것이 보다 큰 '신뢰'로 이어지는 가닥이 되기를 바래야겠죠
어어서 비안카는 그녀의 손짓에 따라서 보다 깊은 곳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그 모습은 외부와 다를 것은 없습니다. 이곳은 전당, 성당, 교회 무엇이라고 부르던지, 이곳은 무엇도 아니고 전부이기도 합니다.
"수녀 님께서 직접 맺고 다리며 주시는 차라면 각별할 것 같네요~ 아니더라도 여전히 좋답니다."
그녀가 묻자 비안카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차도 나름대로 괜찮습니다, 거기에 그녀가 해주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죠
그렇게하여 협력을 중심으로 한 주제로서 그녀의 말에 비안카는 그렇게 물어보았습니다. 육하원칙(六何原則) 입니다. 무언가를 큰 틀로 제어보기에는 나름 적당한 언어적 도구입니다. 적절한 동기와 의사가 주어진다면 비안카는 그녀에게 보다 적극적이고 협력할 의사가 있습니다. 물론, 그녀가 그것을 원할지는 나중으로하고도 말이고요
" 책의 커버로 책의 내용을 평가하지 말라는 말은 있지만 그래도 행실은 중요해. 품위유지라는 말은 괜히 있는게 아니야 미요루. "
훈계하듯이 또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늘어놓은 사야는 이번에는 눈치껏 그만두기로 했다. 바람도 좋았고 풍경도 좋았으니 오늘은 좋은 기억으로만 남겨두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항상 옆에 있고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몇 없는 사야에게 미요루는 거의 유일하게 붙어다니고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사야는 함께 붙어다니는 미요루와 자신의 모습이 양극단처럼 상반되어 있다는 것도 잘 알고있다. 그것도 전부 개성이겠지만 그럼에도 사야는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옳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 같이 있는건 나도 좋아. 하지만 할 일을 먼저 다 해야한다는 것에는 양보할 수 없어. "
조심스레 가다듬는 손길에 사야는 눈을 살포시 감고 머리를 맡겼다.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좋은 친구고 거의 유일하게 편하게 대할 수 있으며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소꿉친구의 손길에 사야는 애교라도 부리듯 잠깐 머리를 부비다가 돌아가자는 말에 응. 하고 짧게 답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 다음에 또 이렇게 나오자. 할 일이 끝나면 미요루 말대로 여행도 가고. "
그녀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고있다. 사야는 그걸 알고있기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좋은 기억을 남긴다 한들 나쁜 기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있었던 일이 없던 일로 치부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좋은 기억을 쌓을 수 있는 일을 하는 동안에는 잊을 수 있을테니까. 사야는 헬멧을 쓰고 바이저를 내렸다. 얌전히 뒷자리에 타서 두 손을 미요루의 허리에 두르고 머리를 기대었다.
>>224 2차 맞았구나! 후유증 조심해! 심한 사람은 또 엄청 심하게 앓는다더라.. 나는 그냥 좀 피곤하고 말긴 했는데 아닌 사람은 또 아니라니까 몸조심하자! 앗 답레 주면 고맙지! 막레처럼 달아보려 했는데 뒤로 더 이어지는 느낌이구나..! 그러면 이렇게 된거 미요루랑 조금 더 놀아볼까나~~
사야의 훈계에 미요루는 언제나 그렇듯이 무심히 빙긋 웃었다. 보아하니 이번에도 미요루를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삶에 있어 불필요한 에너지는 낭비하지 않는다'는 괴상한 효율주의로 자신의 게으름을 치장해놓고 있었기에, 빠릿빠릿한 태도로 항상 긴장하고 있는 것을 에너지 낭비라고 간주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아마 본인에게 이렇게 말하면 손사래를 치면서 극구 부정하겠지만- 왜인지 자신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 사야를 생각하면 조금 서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탓이다. 할 일을 먼저 다 해야 한다는 말에 미요루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는 의견이었으니까.
" 물론이야. "
아직 학력고사도 있고 마법소녀 일도 있고 다양한 바쁜 일이 있었지만, 여가시간이라는 게 아예 없을 수는 없으니까. 지금도 방과후에 이따금 이런 카페에 얼굴을 비춘다거나, 기분전환 삼아 쇼핑이나 레스토랑을 간다거나 하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은가? 미요루는 자신의 손안에 기대어오는 사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 대신 여유가 생기면 나랑 많이 놀아줘야 해. "
하고 석류색의 눈동자로 사야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미요루는 헬멧을 뒤집어쓰고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불편한 건 상관없으니 꽉 잡아-" 사야가 허리를 단단히 잡은 것을 확인하자, 미요루는 스쿠터의 머리를 돌려 언덕길을 가볍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스쿠터는 청량한 하늘 아래를 가볍게 가로질러 다시 낭만적인 이름의 카페로 되돌아왔다. 미요루는 정차구역에 스쿠터를 멈추고 스탠드를 차서 세운 뒤, 헬멧을 벗고 머리를 가볍게 탈탈 턴 다음에 사야의 헬멧을 벗겨주고는 사야가 스쿠터에서 내리기 좋도록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곤 별생각없이 물어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거야?"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오는 이외의 또 다른 용무가 있는가? 하는 반문이 들 법도 한 질문이었지만, 미요루는 이 곳이 마법소녀의 아지트처럼 쓰이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야가 마법소녀라는 사실도.
# 사야주 말대로 뒤로 더 이어지는 느낌이 되었긴 한데, 원래는 찐막레를 쓰려고 했지만 사야랑 조금 더 있는 건 나도 좋아. 사야주가 잇고 싶으면 이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