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에서 방문한 학생들과 그 학생들에게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풍경들을 바라보던 단태는 어깨를 잔뜩 움츠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다고는 못하지만 일단 지금 단태에게는 현궁에 있으면서도 익숙해지지 않을만큼 쌀쌀해진 날씨가 추웠기 때문에 들어갈 생각이 만만이었다.
"흐음~~?"
춥다, 추워- 하며 미련없이 현궁으로 되돌아가려던 단태는 학생들이 나누는 대화를 언뜻 듣고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려서 반응을 보였다. "안녕, 달링들- 방금 그 이야기는 뭐야? 응? 켈피를 데려와서 사고가 있었다니? 자세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뻔뻔하리만치 친근한 태도로 불쑥 그 사이에 끼어든 단태가 능글능글한 어조로 물음을 던졌다.
후임은 웨스트 학생을 보자 뺨을 붉혔다. 처음 보는 다른 학교 학생이라는 점이 그리도 좋았는지 눈이 반짝이는 걸 보며 그는 슬쩍 붙잡힌 손을 뺐다. 그것도 눈치 못채고 다른 학생에게 달려가 통성명을 꺼내려는 걸 보니 보통내기는 아니구나 싶어 그는 돌아가려 했다. 백정이 성이 났을 것이 분명하다. 당연하지! 처음 보는 학생의 브로치를 차고 손까지 덥썩 잡혔으니. 그는 웨스트 학생을 흘긋 돌아보고는 손을 들어 백정을 향해 가볍게 까딱였다. 턱을 댄다면 손을 움직여 간지럽힐 것이 분명했다.
"아이가 원체 질투가 많은 지라."
대화를 해야할까. 그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답했지만 먼저 대화의 주제를 터놓지 않았다. 그러기도 잠시, 그는 잠시 백정을 물끄럼 쳐다본다. 오만하게,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하고 자라야 할 터인데. 이참에 가르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올바르게 질투하고 오만해져서 내가 빌게 만드는 법부터.
"자네는 웨스트의 학생이지?"
예의있는 인사. 완벽한 예법으로 신사처럼 인사한 후 손을 가볍게 뻗었다. "자네에 대해 좀 알고 싶군 그래." 하며. 손등에 입맞추는 인사라도 할 셈인가?
여학생이 방긋 웃으며 말했습ㄴ다. 그리고 그녀는 여기 온 김에 지팡이를 사야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아, 난 로쉐 스위츠. 너는? '
아성에게 여학생이 물었습니다.
백정은 발렌타인의 손길에 그륵그륵 소리를 내었습니다. 그리곤 물끄러미 발렌타인이 하는 말과 행동을 바라봤습니다.
' 맞아, 나는 사라 스미덤이야. 너는? '
얼굴을 살짝 붉히며 여학생이 물었습니다.
[하르모니아]
빙긋 미소 짓던 남학생은 윤이 제지하듯 가까이 다가오자, 큭큭 소리를 내어 웃었습니다.
' 만나서 반가워. 나는 남 성우야. '
자신을 성우라 소개한 남학생이 윤에게 고갯짓을 했습니다.
' 성이 다르지만, 일단은 얘네 방계. ' ' 일단은은 또 뭐야. '
[현궁]
6학년 학생이 단태를 발견했습니다. 그 학생은 주변을 슬쩍 살피다가 단태에게 허리를 낮추라는 것처럼 손짓했습니다. 단태보다 키가 작았으니까요.
' 너, 이거 어디가서 말하면 안 된다? '
학생은 엄포를 놓았습니다.
' 원래, 아모르 상징 동물이 켈피거든? 5년 전에 아모르에서 켈피를 한 마리인가 데려왔었는데... 그 때 어떤 아모르 출신의 머글 학생 동생이 무슨 수를 썼는지 자기 언니에게 숨어서 같이 들어왔었나 봐. 그런데.. 켈피에게 홀려서 그대로 잡아먹히고 축제 막일 가까워졌을 때 내장만 떠올랐어서 큰 충격이었지...? 그 학생은 충격 먹고 자퇴했댔나.... 그랬을거야. '
그리고 그 학생은 단태를 바라봤습니다.
'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 '
[공통]
짝, 소리가 나자 순식간에 좌중이 조용해졌습니다. 네 개의 학교 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손에 잔을 들고 있습니다.
6학년 학생의 손짓에 단태는 헤죽하니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면서 팔짱을 낀 채허리를 낮춰서 높이를 맞췄다. 어디가서 말하지 말라는 엄포에 "어머~ 당연하죠 선배님~ 난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구?" 윙크를 하는 모양새가 역시나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
아모르 상징 동물은 켈피고, 몰래 따라들어온 머글 학생. 그리고 켈피에게 홀려 잡아먹히고 내장만 떠올랐다는 이야기는 놀라운 이야기였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는 단태의 표정은 헤죽헤죽 웃는 낯에서 한치의 바뀜도 없었다. "그~렇단 말이죠?" 하는 반응을 보이며 아모르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을 흘끗 바라보던 단태가 눈을 가늘게 떴다. 평소보다 짙은 붉은빛이 스쳐지나간다.
그나저나 이렇게까지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할 정도면 암암리에 아는 사람들은 알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잡아먹혔다면 내장만 떠오르는데 맞나? 켈피에 대해 잘 알만한 사람이- 까지 생각하며 아모르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던 단태는 아주 잠깐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으로 6학년 학생들을 바라보다가 생긋- 웃음을 지어보였다.
"네 꼭 비밀로 할게요 선배~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해요~~ 보답으로 포옹이라도 해드릴까요?"
능글능글한 반응을 보이면서 허리를 반듯하게 세운 뒤 단태는 건배를 선창하는 것에 맞춰서 건배를 외쳤을 것이다.
마냥 가만히 보고 있을 줄만 알았던 윤이 가까이 오자 그녀는 윤을 돌아보기만 하고 움직이진 않았다. 제자리에 선 채로 제갈가의 방계라 소개하는 남학생, 남성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윤을 보며 말했다.
"선배네 집안에 방계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윤과 적잖게 관계가 있어보이는 성우를 보고 그녀는 생각한다. 이 사람도 수족과 관련이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그런 척을 하고 있는 걸까. 이제 좀 알았나 싶었더니 새로운 난제가 생겨났다. 정말, 이래저래 숨기는게 너무 많은 사람이라 생각하니 좀 심통이 날 것도 같다. 축제 내내 딴 사람이랑 놀까보다. 예를 들면 성우라던가.
아, 그거 재밌겠다. 라고 누군가 그녀에게 말한 듯 하다.
때마침 앞에서 들려오는 건배사에 그녀는 근처의 잔을 집어들었다. 목이 살짝 마른 참에 잘 됐다. 양 손에 잔을 들고서 오른손에 든 잔을 일부러 성우에게 내밀며 권했다. 좀전보다 선명히 웃는 얼굴은 덤으로.
그륵거리는 소리에 그는 귀엽기도 하지, 하고 손가락을 하나 뻗어 턱을 긁어주다 부리로, 이윽고 머리까지 엄지로 능숙하게 쓸었다. 내가 빌 정도로 질투하고, 그 사과를 거절할 정도로 오만해지며, 끝내 날 미치게 해봐야지. 그렇게 핏줄의 소양을 일깨운 뒤 천천히 해서는 안 될 일, 가져서는 안 될 사상을 가르칠 것이다. 그렇게 만들기로 그 허무속의 존재 MA에게 호언장담 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번 뱉은 말은 절대 주워 담지 않았다. 그는 허리를 굽히고 손등에 가볍게 입맞추고는 눈만 슬쩍 들어 한쪽 입매를 위로 휘었다.
"발렌타인."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부드럽게 놓아주곤 허리를 세웠다. 빳빳하게 세운 허리 덕분인지 그의 키가 컸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정중하게, 사람들이 그리도 본가가 어디일지 궁금해한다는 극히 폐쇄적인 가문의 이름을 댔다.
"발렌타인 언더테이커. 비록 한미한 가문의 사람이지만 잘 부탁하네, 사라."
만일 타니아가 살아있더라면 그를 보며 미친놈이라고 중얼대고는 주먹으로 한대 쳤을 것이다. 그뿐만이랴, 가문원만 손대지 누가 타 가문 사람까지 손대래요? 하면서 누가 보든 말든 죽어라 팼을 것이 분명하다. 그는 그정도로 다른 사람 같았으며, 그가 가문에 있을 때 손님 접대를 어떻게 했길래 그 불만 하나 안 나왔는지도 한 눈에 보였다. 교장의 건배사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 잔을 들어올리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