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화로운 날 밤. 화연은 한손에는 핫도그를 들고 한손에는 야식거리로 산 캔커피와 아이스크림, 과자가 든 봉투를 들고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여기서 그의 집을 가려면 사무실을 지나쳐야했기에 아무 생각 없이 사무실 앞을 지나가려는 데 무엇인가 특이점을 발견했다.
"왜 저기 불이 켜져 있지?"
아직 야근까지 할 정도로 그렇게 많은 일은 없다. 예성이나 소라도 딱히 야근을 하는 것 같지는 않은 데 대체 누가? 혹시라도 익스퍼에 대한 정보를 빼내려고 하는 스파이라면 큰일이다...뭐, 그럴리는 없겠지. 어쨌든 한번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냥 마지막으로 나간 사람이 불을 켜 놓고 퇴근했을 수도 있고
화연은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에는 연우가 야근을 하고 있었다.
"야근 해요?"
화연은 놀란 듯 물었다. 아직 팀이 결성되고 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 데 벌써 야근이라니 화연은 설마 자기만 이렇게 한가한건 아닐지 걱정했다.
"오오~ 몸의 효율이 꽤 좋으신가 보네요? 그래도 기왕이면 든든하게 먹어두는게 좋다구요~ 저희가 하는 일이 좀 금방 허기지고 금방 당떨어지는 일이잖아요?"
다른 의미로 말하자면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기 쉽고 고된 일이라는 뜻이겠지만 그녀는 딱히 개의치 않았다. 본래 사람의 일이란게 요행을 부리는 것은 사치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구하거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은 항상 고달픈 법이니까.
조금 힘들지언정 그 일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면 그녀는 얼마든지 감내할수 있었다. 애초에 진지할땐 진지하지만 대부분은 그런 분위기가 오래가지 않던 그녀인만큼 중압감 같은 면에선 어느정도 놓여난 것일까?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그녀만의 별난 가치관 때문일까?
"뭐... 그렇긴 하죠? 저같은 경우는 혼자면 혼자먹고 같이면 같이먹고 정도밖에 생각하지 않는 편이지만, 사람마다 취향이란게 있으니까요~ 가령 부먹과 찍먹을 놓고 싸우는 일도 허다하잖아요?"
시답잖은 농담이었지만 인생에 있어 경찰신분으로서의 정의와 동등한 위치에 있을만큼 먹는 것을 중시하는 그녀로서는 꽤나 진중한 고민이었다.
물론 상당히 유동적인 성격인 탓에 어디에 어울리든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런 그녀라 해도 먹을걸로 장난치는 것은 용서가 없는 법이었으니까...
"에이~ 정없게 뭘 그래요~ 말마따나, 위치만 정확하다면 제가 손가락 한번만 튕기는 순간 쏜쪽도 몸 성히 도망갈 일은 없을 걸요?"
장난스러운 핑거스냅에 더해 터지는듯한 효과음을 입으로 흉내내던 그녀는 창가에서 작게 하품을 하는 모습의 당신이 마치 따뜻하게 햇살을 받는 길고양이와 비슷하단 느낌을 받았다.
여섯개의 나폴레옹 흉상 편에서 레스트레이드가 흉상 어차피 얼마 하지도 않는 거 하면서 무시하고 살인범 베포만 찾을 때 홈즈는 흉상에 집중해 베포의 이동경로를 예측해 내고 거기에 그 흉상의 비밀까지 싸그리 풀었다. 셜록홈즈가 남들이 다 무시하던 것을 보고 진실을 찾은 것처럼 그녀 역시 새로운 진실을 찾을 수 있을 수도 있었다.
"언제가 될 줄은 모르겠지만 힘내세요."
화연은 진심으로 그녀를 응원했다. 물론 진짜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면 그것대로 또 곤란해지겠지만..
"사건 때는 불을 다루거든요. 불을 잘못 다뤘다간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 될 수 있어서 조심해야해요."
만약 그때 그 사건 때 화연이 불을 다루는 걸 실수 했다면 지하철과 승객들이 크게 다치는 대형사고가 일어 날 수 있었다. 따라서 그는 불을 직접 일으키기보단 열기를 상대에게 직접 전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물론 그 당시엔 해당 방법으로는 싸울 수 없어 위험을 감수하고 불꽃을 사용했다.
"경찰일수록 돈 계산은 더 철저하게 해야지! 내가 순경 시절에 돈 문제로 싸움 붙었다 파출소 끌려온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봤는데?"
물론 그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훌륭한 반면교사가 되어 주었다. 물론 상대가 돈 문제로 싸움에 얽힐 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되었지만, 사소한 다툼으로 친구를 잃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상대가 어덯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그녀는 이미 상대를 충분히 친구라고 여기고 있었다. 땡땡이 같이 칠 정도면 친한 거 맞지! 만약 친구가 아니라면, 으음... 땡땡이 동지 정도는 되려나?
"아마 꽤 바쁘게 돌아다녀야 할걸? 이 주변에 수상한 카페는 차고 넘치니까!"
거기다 완벽하게 수상한 날씨까지 캐치하기 위해서는 두 배로 바빠질 터였다. 사계절이 아니라 이계절이라던가, 봄여름가을겨울이 아니라 봄여어어름갈겨어어울이라는 말은 모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사실 오늘이 굉장히 운 좋은 경우였던 거지, 마침 일도 한가하고 날씨도 수상하고 수상한 카페까지 있다는 삼박자가 갖춰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만족할 만큼 사진을 찍어둔 그녀는 들려온 부탁에 흔쾌히 알겠다며 대답했다. 아마 폰을 확인해 본다면 그녀가 곧바로 사진을 보냈음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와보길 백 번 잘 했어."
라즈베리의 뒷맛을 음미하며 에이드를 한 모금 마셨다. 역시나, 음료 또한 실망시키지 않는 맛이었다. 새콤한 에이드와 케이크의 조화에 감탄하며 그녀는 음료를 골라 준 장본인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거 너무 맛있다, 자기. 고마워!
"아, 내 거 한 입 먹어 볼래? 되게 맛있어."
그렇게 말하며 접시를 상대의 앞으로 살짝 밀어 주었다. 원래 이렇게 나눠주기도 하고 또 기회가 되면 한 입 얻어먹어 보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자신의 몫으로 주문한 케이크만 먹기에는 주인장의 솜씨가 너무 좋았던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