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지하철을 폭주시켜 고속 질주를 시킨 범인을 심문한 소라는 잔뜩 지친 표정으로 서로 돌아왔다. 범죄를 저지른 익스퍼들을 따로 관리하고 있는 전용 구금소에서 대체 무슨 말을 듣고 온건지 다녀왔다는 그녀의 목소리 역시 그리 썩 밝은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도리도리 저으며 그녀는 간식을 놓아둔 곳에 멈춰서서 믹스 커피를 끓인 후에 잔을 들고 근처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초콜릿 쿠키의 포장지를 까고 그 안에 있는 쿠키를 한 입 베어먹으며 커피를 마시면서 그녀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영 마음에 들지 않고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듯, 표정을 찡그리며 오른손으로 테이블을 톡톡 치던 그녀는 다시 커피를 입에 머금었다.
물론 아직 일하는 이들이 있긴 했기에 나름대로 조용히 침묵을 지키면서 그녀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과 이어폰을 연결한 후 핸드폰을 조작했다. 듣고 있는 무언가에 집중하려는 듯, 그녀는 눈을 감았다. 누가 다가와도 전혀 인지를 하지 못할 정도로 눈을 감고 집중모드에 들어선 그녀는 정말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럼에도 초콜릿 쿠키는 먹겠다는 듯, 쿠키를 집어 입 속에 집어넣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참으로 신기해보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창 모두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 아까 돌았던 순찰에 대해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순찰을 돌던중에 소매치기라는 외침이 들려와서 범인을 제압하고 근처 관할 경찰서에 넘기고 왔기 때문이다. 순찰을 나갈때마다 매번 평화로울 수는 없겠지만 하필 내 순찰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건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가 없다.
' 겨우 다 끝냈네. '
평소보다 길어진 보고서에 진절머리가 난다는듯 머리를 흔들어 털어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내 능력도 능력이니 그냥 소매치기를 내 눈앞으로 데려와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익스퍼의 존재는 철저히 비밀이라 정말 열심히 뛰어서 소매치기를 잡아왔으니, 몸이 피로할 법도 했다. 분명 아까 소라가 들어왔는데. 보고서 결제를 받기 위해서 소라쪽 책상을 바라보니 그녀가 눈을 감고 열심히 무언가를 먹는 모습이 보였다.
" 음, 최소라 경위님? "
앞에 다가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이름을 불러보지만 이어폰까지 끼고 있어서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거기에 눈까지 감고 있으니 내가 다가온걸 눈치채지 못할 법도 하지. 몇번 더 이름을 불러봤지만 아직도 날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서 결국 손을 뻗어서 어깨를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뭔가 깊게 집중하는 듯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어깨의 톡톡 치는 감각까지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깜짝 놀라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곧 눈에 들어오는 그의 모습에 순간 얼굴을 붉히면서 헛기침 소리를 크게 여러 번 냈다. 그리고 괜히 눈동자를 옆으로 돌리다 두 손을 올려 자신의 뺨을 톡톡 친 후 귀에서 이어폰을 빼내고 그의 말에 대답했다.
"보고서 말인가요? 그거라면 나중에 제 자리로 가서 확인할게요. 메일로 보내주세요."
당연하지만 그녀가 앉아있는 자리는 어디까지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앉는 테이블이었지. 자신이 일하고 있는 전용 사무실 안의 자리가 아니었다. 지금 여기서 결제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렇다고 아직 커피를 다 마시지도 못했는데 자리로 가는 것도 어색하기 그지 없는 노릇이었다.
괜히 눈동자를 내려 아직 남아있는 초콜릿 쿠키와 커피를 바라보며 잠시 갈등을 하다가 그녀는 남아있는 잔의 커피를, 잔을 들어올려 빠르게 마셨고 손수건을 꺼내 자신의 입가를 닦아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유진을 바라보면서 격려하듯이 미소를 지었다.
"저번 지하철 사건도 다들 수고했어요. 다친 사람이 크게 없어서 다행이고요. 일단 예성이도 정말로 큰 부상은 아니어서, 다시 복귀했고..."
차라리 그 정도로 끝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지, 소라는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미소를 보이면서 유진에게 이야기했다.
"당분간은 아무 것도 없었으면 좋겠네요. 지금도... 뭔가, 상당히 복잡한 느낌이니까요."
화연주의 웹박수 잘 확인했는데 일단 오해가 있으셔서 확실하게 이야기할게요. 익스레이버에선 개인스토리를 허락하지 않고 있어요. 제가 허락하는 것은 과거사에 범죄자가 얽혀있을 때 그 범죄자를 스토리내의 보스로 내보내느냐 정도예요. 부캡틴인 신주의 경우로 착각하신 것 같은데 신주는 임시스레부터 일반 이벤트나 그런 쪽을 진행하기로 했고 그에 대해서 해도 되는지의 여부를 저에게 검사를 받은 것에 불과해요.
김에 1,2,3번을... 뭔가 비설 관련으로 만드신 것 같아서 이야기를 드리자면..
1번. 불가능해요. 과학적으로 그런 것을 몰래 만드는 것 자체가 좀 무리수일 것 같고 익스파로 탄생시킨거라면 문의하신 요건 자체가 익스파 덩어리이기 때문에 요원들에게 안 걸릴래야 안 걸릴 수 없을 것 같네요.
2번.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모를까. 현재 상황에서 그런 일을 해도 되느냐는... 조금 힘들 것 같네요. 굳이 하겠다면 말리진 않겠는데 차후 요원들이 연행하고 꽤 긴밀하게 조사하고 체크하고 그러기 때문에 한동안 스토리에 끼이지도 못할 거예요. 물론 소라와 예성이가 차별을 하거나 팀에서 쫓아내는 것은 아니지만, 요원들은 일단 그 부분을 쉽게 넘어갈 순 없으니까요.
3번. 스토리내의 보스는 따로 받지 않을 예정이에요. 굳이 하고 싶다면 일상이나 독백 등으로 따로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어깨를 톡톡 두드리자 소라는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여기까지 온걸 정말 몰랐다는걸까. 인기척을 좀 냈음에도 불구하고 몰랐다는건 무언가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었다는 것. 음악에라도 집중하고 있던걸까 싶었지만, 이내 메일로 보내달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선 자리로 되돌아가려고 했다. 친구는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밖에서의 일이고 여긴 그녀가 내 상관이니까 사적인 대화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었다.
" 다들 고생했죠. 익스파에 당했던 두명도 다치지는 않았고 ... 시민들도 무사하고. "
커피를 빠르게 마시고 격려하는듯한 말에 나도 웃으며 답했다. 경찰로써의 임무는 확실하게 해냈다. 시민들을 보호하고 범죄자를 제압한다. 특히나 최근에 일어난 익스퍼 범죄는 그 스케일이 남달랐으니 아무도 다치지 않은건 다행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후에도 같을 수 있을까.
" ... 최근에 익스퍼 범죄가 급증하는 느낌이니까요. 정말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지만. "
말 끝을 흐리면서 창문 밖을 바라본다. 창밖으로 보이는 청해시는 정말 평화로운 곳인데. 이런 곳에서 그런 엄청난 스케일의 범죄가 일어난다니 처음 온 사람은 믿지도 않을 것 같다.
" 사실 누구보다 고생하는건 최소라 경위님이랑 차예성 경위님이니까요. 저희야 현장 출동만 한다지만. "
현장에 없다고해서 고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휘자일수록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지니고, 더욱 고생을 하는법이니까. 그렇기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허나 최근에 지금 이 일에 대해서 회의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하지만 회의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지금 이 일에 대해서. "
전 세계에서 첫번째의 대 익스퍼팀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어쩐지 달려오는 회의감은 전혀 낯선 것이 아니었다.
"익스퍼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니 당연히 익스퍼 범죄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좋은 익스퍼가 있듯이 나쁜 일을 꾸미는 익스퍼도 있기 마련이잖아요?"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에 비례해서 문제 사례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익스퍼라고 어떻게 예외가 될 수 있을까.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소라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그드라실이 결성되고 난 이후, 싱크홀 사건이 벌어지고 이후 얼마 안 가 지하철 폭주 사건이 벌어졌다. 두 건 모두 어떻게든 해결하긴 했으나 차후 이런 사건이 사그라들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단순히 우연인지, 아니면 뭔가 의도가 있는 것인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었기에 소라로서도 답답하다는 듯 표정을 찡그렸다.
"어머. 점수 따기 시도에요? 빈말이라도 고마워요."
갑자기 고생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에 소라는 고개를 갸웃하나 그래도 기분은 좋다는 듯이 장난스럽게 말하며 웃어보였다. 그렇게 말해주는 사실은 고마운 일이었으나 태연하게 받아들이기엔 조금 쑥스러운 모양이었다. 애초에 고생을 이야기하자면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이들이 조금 더 육체적으로는 고생할수밖에 없는 것이었으니까.
허나 회의감이라는 단어를 들으며 소라는 유진을 가만히 바라봤다. 무슨 일이 당시에 있었는진 예성에게 들어서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물론 예성을 습격한 이가 누군진 전혀 모르지만. 일단 그 부분은 넘기기로 하며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괴물이라고 불려서 말인가요? 아니면... 같은 익스퍼를 제압해야만 하는 상황이 싫어서?"
익스퍼는 나날이 늘어갈 것이다. 갑자기 익스퍼가 나타난 그날부터 지금까지 익스퍼는 조금씩 늘어오고 있었다. 지금까지 숨기기 급급하던 정부가 공식적으로 존재를 인정하려하는 것을 보면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범죄가 그렇게 큰 스케일이 아니었던 것에 반해, 지금의 두 사건은 너무나도 큰 스케일이다. 마치 누군가가 짜둔 것처럼.
" 지금 점수 따둬야 나중에 조금이라도 더 받지 않을까요? "
특유의 윙크를 하면서 너스레를 떤 나는 이어진 그녀의 물음에 그 웃음을 그대로 한채로 다시금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20살에 경찰대에 입학하면서 다짐했던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 조금씩 부정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 시민들을 범죄로부터 지킨다. 경찰의 의무라고 하면 누구나 떠올릴만한 것이네요. 지금도 우리는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 돌아오는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 없단 말이죠. "
괴물, 지하철에 들어가면서 들었던 단어중에서 귓가에 팍하고 꽂혔던 단어였다. 그 당시엔 정신 없어서 듣고도 한귀로 흘려넘길 수 있었지만 모든 상황이 끝나고 곱씹을때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기억이기도 했다. 과연 우리는 사람들 앞에 나설 준비가 된 것일까.
" 분명 우리는 경찰복을 입고 ... 그 어떤 경찰보다 최전선에 나와있는 사람들인데.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느껴지는 회의감은 어찌할 도리가 없네요. "
쓴웃음. 다시금 소라의 얼굴을 바라보며 지어보이는 표정은 쓴웃음말고는 달리 지을 것이 없었다.
막 경찰이 되었을무렵 그녀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니까 그저 그거면 된다고. 그렇기에 경찰이라는것에 자부심도 자긍심도 없었죠. 그저 시험에 붙었을때처럼 올바르고, 도덕적이게 일하면 그만이라고. 상사의 비위나 맞추며 적당히 지내면 그만이라고.
-경위.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진.
"너 오늘부터 나만 따라다녀." "네? 네.."
3일쯤 지났을까 주변의 평판도 나쁘지 않았고. 적당히 지낼 수 있겠다~ 싶었던 그녀의 앞에 천둥이 쳤습니다. -경위. 일처리도 잘하고 터프한 경찰의 귀감이지만 윗선들과 썩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 그녀는 그 사람을 사회생활 못하는 여자네. 하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만 갑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버리고 만겁니다. 사수라면 굳이 당신이 할 필요 없잖아? 그녀는 채 거절하지도 못하고 일단 알겠다고 했죠.
그 이후로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당신은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았죠. 무의미하게 일을 붙잡고 있으려고 하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서 순찰에 끌고 나갔고. 언제나 얽혀와서 쓸데없는 사생활을 캐묻질 않나. 항상 주민들에게 자기가 직접 다가가고. 그러면서 상사들에게는 대들고. 언제나 자신이 올바르다고 믿는거라면 일직선인 사람이었습니다.
정말로 멍청하고, 요령도 없고, 귀찮고, 짜증나고, 들러붙고, 이상한, 그저 그런...
"단순히 그게 올바르니까-!! 가 아니라고. 올바른걸 행하는 자의 마음이 제일 중요한거야!" "결과는 같잖아요..?" "완전히 다르다니까?!" "아 예..."
항상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지만 정작 본인이 말주변이 없어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당신은 나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던거겠죠? 그럼에도 날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혀온 사람. 날 혼자 내버려두지 않은 사람.
어쩌면 계속 거기에 있었다면. 나라도 바뀔 수 있었을까?
"경찰이라는건 범죄자가 미워서 패죽이려고 하는게 아니라고. 우리는 언제나 더 큰 피해가 나오지 않게 막는거야. 즉~ 음.. 음~ 비유하자면 검이 아니라 방패인거라고."
"범인에게 필요이상의 상해를 입히지 않고 제압하는건 좋은거야. 네 그런점 나는 좋아하니까."
당신은 여성치고는 강했습니다. 물리적으로 말이죠. 하지만 그래도 범죄자를 제압하는건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필요 이상의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죠. 자살하려는 사람을 말릴때도 당신의 진심어린 말은 궁지에 몰린 이들에게 닿을만큼 절실했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현실성이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그런 당신이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료들 사이에서 항상 중심이 되는 당신이.. 어느샌가 동경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기다려요! 무리라고요!"
"기다리겠냐, 아직 사람이 있다고!"
그러나 우연히 휴일이 겹쳐 언제나처럼 당신에게 붙잡혀있던 저희의 앞에,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백화점 화재사건. 급격하게 치솟은건 아니라서 탈출할 시간이야 충분했지만 당신은 휴일이라고 자신이 경찰이 아닌건 아니라며 사람들이 탈출하기 쉽게 안내를 시작했죠. 그래요 뭐.. 경찰이니까. 맞는 행동이에요. 저도 도왔고, 하지만 이 이상은 위험해질게 뻔해서 아무리 저희라도 탈출해야할 상황이 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왜 저한테는 어서 나가라고 해놓고 안으로 들어가는건데요? 익스퍼도 아니잖아, 아니면 정말 숨겨진 능력이라도 있어? 죽는다고, 정말 죽을수도 있다고. 당신은 영웅도 뭣도 아니야. 불에 타면 죽는다고. 어째서 당신은 매번 망설이지 않아? 아무리 그게 '올바른'행동이라도 어째서 목숨을 거는것에 망설이지 않고 행동할 수 있어?
"무슨 소리야, 나라도 당연히 망설인다고. 하지만 몸이 움직이는걸 어떻게."
당신이 예전에 해준 말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그래 언제나 그랬듯 무리했네~ 라면서 천역덕스럽게 당신은 돌아오겠지. 그럼 또 팀원들이 웃으면서 핀잔을 줄테고... 그렇지?
.....
"시끄러워."
시끄럽게 울려대는 문자 착신음, 나는 그것이 듣기 싫어 휴대폰을 집어던져 부숴버리고 다시 침대에 엎드렸다. 당신은.. 돌아오지 못했지. 많은 사람을 구하고선... 정작 자기는 돌아오지 못했어.
장례식장에 참석하라는 동료들의 문자밖에 남지 않았다. 알고있어, 올바른 행동은 장례식장에 가서 슬프지도 않은데 슬픈척을 하며 비위를 맞쳐줘야 한다는걸.
소라는 유진의 말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며 조용히 그의 말에 집중했다. 자신은 그때 그 현장에 없었고, 나중에 병원에서 예성에게 이것저것 들었기에 간접적인 사실만을 알 뿐이었다. 허나 그것을 정면으로 들어버린 당시의 이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쓰러진 예성의 근처에 놓아두었다는 존재 가치, 그 자체를 부정하는 쪽지를 보고서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그것은 소라로서도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 일의 무게감이 얼마나 큰건지 이해할 수 있겠어요?"
허나 소라는 그 사실을 동정하지 않았다. 우리들은 인간이니 그 말을 신경쓰지 마라고 어설프게 이야기할 생각도 없었다. 현실이란 때로는 정말로 냉혹한 법이었고, 그 냉혹한 현실에서 쉽게 눈을 돌릴 수 없다면 차라리 그것이 힘들고 회의감이 느껴진다고 해도 직시하게 하는 것 또한 자신의 일이었다.
"누군가는 그저 익스퍼로서 경찰일을 당당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들어왔을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그냥 돈을 많이 준다고 하니까 왔을지도 몰라요. 허나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무게감이 대부분일 거예요. 아직 우리들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았고, 인정되지 못한 존재는 배척당하기 마련이니까요."
조금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초콜릿 쿠키는 포기 할 수 없다는 듯, 소라는 고개를 내려 마지막 남은 초콜릿 쿠키의 포장지를 뜯은 후에 그것을 입에 쏙 집어넣었다.
"하지만 힘든 것을 억지로 참으라고는 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럴 땐 술이건 뭐건 잔뜩 마시고, 옆에 있는 익스퍼에게 한탄 좀 하고 다음 날 또 와서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요? 제가 아는 당신은 이걸로 일 포기하고 그럴 사람은 아닌데. 제가 잘못 생각하는거려나."
이어 분위기를 아주 살며시 풀면서 그녀는 뒤로 돌아 천장을 바라보며 침묵을 조금 지켰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제유진 경위는 위그드라실 팀으로서 있는 이유가 뭐예요? 그 많고 많은 부서 중에서 여기로 와야만 했던 이유가 뭐예요? 지금은 그쪽을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 일방적 생각이지만."
이번 케이스 2의 범인이 초반에 죽을거라고 자살지망처럼 이야기해서 더 그렇긴했고. 아마 일단 경찰 조질거임 ㅅㄱ. 이러면서 나대는 범죄자에겐 당연히 제압을 시도하겠지만.
혹시 또 싸우려는 느낌이 아닌 범인이 나오면 연우는 또 다시 느슨하게 나올 수 밖에 없겠죠. 그 진행을 위해 미리 이야기를 해두고 싶었어요. 사실 이런 케이스가 초반부터 나올거라고 생각도 안해서 좀 심히 일찍 나온 독백이긴한데.. 캡틴에게 보낸 비설과 더불어 가장 큰 과거사중 하나라 가능하면 나중에 밝히고 싶었는데 말이조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