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every now and then I like to get me some, to get some Oh, even though it's just a phase Now it's feel like I've been slowing a loaded gun This shit ain't fun I'm on the verge on painting with my brains Help me
정전은 아직 쌀쌀하다. 여름이 지나가고 겨울정도는 아닌 딱 좋은 가을 날씨다. 아성과 청궁 학생들은 건 사감 앞에 모여 있었다. 건 사감이 처음 누빔 두루마기를 걸치고 왔을 때는 다들 또 어떤 장난을 치려고 저러나 싶었지만 다른 사감들까지 누비옷을 입는 것을 보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웅성거림은 교장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노루스를 사용하면서 사라졌다. 아모르 마법학원에서 찾아왔다는 것이다.
아성은 아모르 학원이라는 이름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아모르파티를 흥얼거렸다.
그리고 한 학생이 독수리가 나타났다며 외치자 아성은 하늘을 수놓은 거대 독수리 군단을 볼 수 있었다.
파티 복장이라고 해도 별다른 것은 없었다. 본디 교내에서 자주 입는 복식과 다를 바 없는 옷차림을 한 단태는 쌀쌀해진 완연한 가을날씨에 외투 겸 긴 겨울용 장옷을 하나 더 맨 위에 걸치고 있었다. "아, 춥네." 물론 밖으로 나오자마자 결국 외투를 하나 더 어깨 위에 걸쳤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겨울 옷을 조금 빨리 보내달라고 편지를 보내야- 까지 생각하다가 교장 선생님의 말에 시선을 움직였고 이윽고 하늘로 옮겼을 것이다.
"등장이 제법- 화려하잖아? 저렇게 큰 독수리면 얼마나 먹으려나."
능글능글하고 능청스러운 중얼거림과 다르게, 단태의 표정은 담담하기 짝이 없는 무심한 표정이었다. 대신 독수리들의 날개나, 착지할 때 휘말리지 않도록 꽤 멀찌감치 거리를 두기 위해 걸음을 움직였을 뿐이다. 저렇게 큰 독수리들이면 착지할 때 부는 바람도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은 덤이었다.
평소 활동이 편한 옷을 추구하던 그녀였기에 베일이 늘어진 드레스 같은 건 불편할 뿐이었다. 팔을 감싼 장갑도 스칠때마다 사락거리는게 신경쓰이고. 그래도 그 모든 기분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리게 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녀는 윤의 한마디에 방금 전까지의 기분은 싹 잊고 살풋 웃어보였다.
"선배가 그렇게 말해주니, 꾸민 보람이 있네요."
그리 말하며 고개를 살짝 기울이니 머리를 고정한 장식에서 고운 소리가 울린다. 가늘게 늘어진 장식줄이 흔들리며 나는 소리다.
그녀가 윤의 옆으로 다가가서 앞을 보니 때마침 교장이 일어나며 소노루스를 썼다. 아모르 학원에서 찾아왔으니 자리를 비키라는 말에 주변을 슥 둘러봤다가, 누군가의 외침에 그녀도 위를 봤다. 거대한 독수리 무리가 오고 있는 걸 보고 저걸 피하라는 거였나, 하고 생각하며 윤의 팔을 잡고 뒤로 물러나려 한다.
"올해는 오는 쪽이었나봐요. 아쉽다. 나갔어도 좋았을텐데."
위험하지 않은 곳까지 물러나며 그런 말들을 중얼거렸다. 윤에게는 두번째지만 그녀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축제였으니까.
거대한 독수리들은 하늘을 수놓듯 움직였고 그 위에 마법사가 탄 건지,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갖가지 색상의 마법 불꽃들이 하늘을 수놓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늘에 Amor 라는 단어가 불꽃으로 피어올랐다가 사라졌습니다.
거기에서 끝났다고 생각했을 무렵... 사감들이 하늘에 지팡이를 겨누고 주문을 외웠습니다. 건이 '피안토 듀리' 라고 말한 걸 보면, 마법을 증폭시킨 것 같습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곧 학생들을 피해서 폭설이 내렸습니다. 종아리까지 쌓인 눈은 사감 네 명의 '메테오로 징크스 레칸토' 주문에 더 이상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보니, 네 사감 모두 이러려고 누빔 두루마기를 걸친 모양입니다. 독수리들은 모두 지상으로 내려왔고 거기에 올라탄 누빔 드레스와 정장을 입은 학생들은 일제히, '리듀시오' 주문으로 독수리의 크기를 줄였습니다.
'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모르 학원 교장입니다. '
머리 일부가 새하얗게 센 여성이 살짝 허리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그녀의 뒤로 아모르 학원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복귀한 그날 밤, 바로 나가서 호크룩스를 챙겨왔기에 오늘 그녀의 목에는 가는 은줄이 반짝이고 있었다. 팬던트는 절묘하게 드레스 안쪽으로 감춰놓아 보이지 않게 해두었으니 혹시나 들킬 염려는 적었다. 누가 멱살이라도 잡지 않는 한.
그러고보니 오늘 그녀의 장신구는 호크룩스 팬던트 만이 아니긴 했다. 윤이 준 반지도 손가락에 끼고 있었고 못 보던 팔찌도 하고 있었다. 목걸이와 같은 은줄을 세가닥으로 만든 팔찌는 철에 감긴 수정을 장식으로 달고 있어 은근히 눈에 띄었다. 가령 그녀가 윤의 팔에 손을 댈 때라던지.
자리를 피해서 상황을 지켜보니, 제법 흥미로운 연출이 정전 가운데 펼쳐졌다. 하늘에 수놓아지는 불꽃의 글씨, 절묘하게 내리고 그치는 눈, 그 속에 내려앉는 독수리와 아모르 학원의 일행들. 장면 하나하나를 눈으로 쫓던 그녀는 아모르 학원의 교장이라는 여성의 인사를 마저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 폭음이 울리지만 않았다면.
이거, 진짜로 시끄럽겠는걸. 청궁 학생들이 이번에 온 학교의 학생들과 어울려서 사고만 안치면 괜찮으려나. 폭발소리와 함께 등장한 여학생들의 모습을 발견한 뒤에 바로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간 생각이었다. 뭐, 내가 걱정해야할 건 아닌가. 아- 근데 저 장미모양 초콜렛은 좀 예쁘다. 저걸 다크 초콜렛으로 하면 흑장미처럼 보이려나. 아성이 받은 초콜렛을 흘끗 곁눈질로 바라보며 단태는 혼잣말을 들리지 않도록 꽤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폭죽에 초콜렛과 과자인가. "아, 저런-" 생각에 잠겨있던 단태는 자신의 턱에 대고 있던 손을 떼어내고 붉은색 눈동자를 다른 곳으로 슬그머니 움직이며 능청스럽게 중얼거렸다. 이런 날씨에 저런 마법을 맞아버리면 감기 걸리기 딱 좋을텐데 말이지. 생각과 다르게 단태는 굳이 대신 막아줄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도 그럴게 날씨가 추우니까 그것 뿐이다.
빗자루를 탄 여학생들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 중 한명의 학생이 자신의 로브에서 푸른색 장미 모양 초콜릿을 꺼내, 아성에게 건네주고 다시 자신의 무리에게로 날아갔다. 아성은 어안이 벙벙해 하며 초콜렛을 입에 문 뒤 리듀시오로 작게 만들어 주머니에 넣어둔 머글 사회의 막대과자 한 통을 잉고르지오로 원래 크기로 바꾼 후 윙가르디움 주문으로 그녀에게 날렸다.
그녀가 사탕을 잡을 지 아니면 그냥 못본 체 지나갈 지 모르겠지만 받기만 하는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따.
아성 외에도 몇몇 학생들이 과자가 담긴 봉투를 받았다. 그리고 몇분이 지났을까? 중앙에서 움직임 없이 하늘을 비행하던 남성이 내려오더니 공중에 떠다니던 학생들도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는 자신을 웨스트 학원 교장이라 소개하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것과 동시에 웨스트 학원의 한 여학생이 지팡이를 있는 힘껏 두드렸다.
아마 무엇인가 잘 안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운 나쁘게도 여학생이 쏜 아구아멘티가 아성에게로 날아들었다. 막지 않는 다면 젖겠지만 불행하게도 아성은 초콜릿에 빠져있었다.
물줄기 세례를 맞고 넘어진 아성은 자신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파악하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비 맞은 생쥐 꼴이 된 그는 이내 한참 먹고 있던 장미 초콜렛이 땅에 떨어진 것을 보고 주워들고는 아직 3초 안지났다고 말하며 다시 오독오독 입에 넣어 먹기 시작했다.
축제가 다가온다는 말에 그도 떠들던 6학년 중 하나였다. 다과 사건 때 그에게 달라붙었던 1학년 아이는 굳이 그가 있는 도서관까지 찾아와 조잘조잘 물어봤기 때문이다. 선배, 정말 다른 학교 애들도 와요? 그래. 선배, 그럼 저희 꾸미고 가요? 그래. 선배는 드레스 입을 거예요? 아니. 선배, 고양이 좋아해요? 아니. 선배, 제가 꾸며드릴까요? 그만. 더 용건이 없다면 가도록 하지. 선배, 저 용건 있어요! 저 에스코트 해주시면..
"그만."
그는 그날만큼 말을 많이 한 날은 없다 생각했다. 학생이 냅다 작은 상자를 주기 전까지는. 그렇게 축제가 다가왔다. 관리하지 않았다면 관리하면 된다. 그는 제법 근사하게 차려입었다. 긴 머리 곱게 빗어 한 갈래로 높게 올려 묶었고, 정장과 구두, 그리고 어깨부터 시작해서 펄럭이는 긴 망토까지 깔끔했다. 딱 어두운 귀공자였다. 가슴팍의 붉은 브로치를 도무지 고운 시선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그는 다른 학교의 소개는 그나마 고운 시선으로 봤다. 사고만 안 치면 되는 뿐더러.
"오, 인기가 많아서 물에 젖은 생쥐도 자처하려 했나?"
그는 자기가 한 말이 아니라는 양 시선을 슥 굴리며 부채를 폈다. 누구의 것이냐고? 옆에서 제 브로치 찼네요! 저희 가문이 브로치를 잘 만드는데 이걸 선배의 장례 사업이랑 연관시키면...라며 조잘거리는 1학년 학생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