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every now and then I like to get me some, to get some Oh, even though it's just a phase Now it's feel like I've been slowing a loaded gun This shit ain't fun I'm on the verge on painting with my brains Help me
가는동안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할 말도 없었고 말을 할 필요도 없었으니까. 생각같아선 지금 당장 뒷통수를 후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저 뒤에서 노려보고만 있었을 뿐.
방으로 들어갔을때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캐미 알의 부화준비라는 말에도 침묵했고 퍼프스캔이 바라보는 것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보우트러클이 튀어나오자 레오는 강하게 노려본 것을 끝으로 다시 혜향교수를 노려보았다.
" 오캐미알에 대해서 알고싶은게 아닌데. 필요한 말만하자고 우리. 난 지금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리고 싶은걸 참고있으니까 너도 배려좀 해야하지않을까? "
레오는 머리를 쓸어넘기고 앉으라는 말에 털썩하고 앉았다. 대강의 이야기는 알고있다. 학생들을 지키기위해 맹세를하고 탈을 쓰게 되었단 이야기. 자신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을 죽일 수 없었다던 이야기. 레오는 푸 - 하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곤 두 손을 테이블 위에 깍지껴 올렸다. 그리고 깍지낀 손에 얼굴을 가져다대어 코 밑으로를 가리고선 눈을 가늘게 떴다.
" 자, 이제 설명해봐. 네가 우리를 지키기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걸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는지. 개수작 부리면 죄다 엎어버릴테니까 그런줄알아. "
주양의 미소가 차가워지는 걸 단태는 놓치지 않고 바라볼 수 있었다. 온기가 가라앉고, 차가워지는 그 찰나의 순간을 단태는 좋아했다. 네가 그런 반응을 보여주고 질투할 필요도, 이유도 없는 사람들을 배척하고 배제하려드는 게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를만큼 좋지만 그 기분을 숨기고 가려버린 채 단태는 주양을 향해서 능청스럽고 능글맞게 헤죽- 웃어보였다. "아니야? 정말?" 평소 보여주는 능글맞은 웃음과 함께 사근사근하고 나긋한 어조로 속삭이듯 확답을 들었음에도 되묻는 단태의 모습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주양의 대답을 들으면서 단태는 잠깐 주양의 손을 깍지껴서 붙들어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난 네가 이렇게 집착할 때가 좋아."
건강하다고 할 수 없는 표현방식이긴 하지만. 단태는 끌어당긴 주양의 손에 입맞추면서 키득키득거리는 웃음과 함께 대답을 읊조린 뒤에 잡고 있던 손을 놓아줬다. 입맞추고,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끌어안고. 그런 행동에서 오는 기분을 한가득 느끼는 게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애정 방식이었다. 입맞춤을 끝내고 자신의 볼에 닿지 못한 게 마음에 안드는 양 불만스럽게 바라보는 주양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단태가 능청스레 낄낄 웃고는 모르는 척 시선을 돌렸다. 한번쯤은 볼을 내주는 것도 괜찮을테지만 저렇게 불만스럽게 바라보는 게 나쁘지만은 않은 기분이라서 단태로 하여금 더 주양의 손을 피하게 만들었다. 그냥 그걸 보고 싶었으니까.
"알아. 하지만 우리 달링이 나에게 계속 확인을 받고 싶어하는 것처럼 나도 우리 자기가 나한테 계속 확신을 심어주길 바라거든."
아주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바라보거나, 다른 사람에게 진심을 보이는 건 싫으니까- 하는 말은 하지 않은 채 능청스러움이 없는 담백한 어조로 단태가 대답했다. 똑바로 주양을 응시하던 단태의 붉은색 눈동자가 살짝 가늘어지며 눈웃음을 지었다. "내 손을 잡은 이상, 너는 죽어서도 내거야."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것치고 섬찟하기 그지 없는 말이었다. 단태는 말을 듣다가 주양이 화제전환을 하는 모습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는 걸 느꼈지만 내색하진 않고 침대에 걸터앉은 주양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헤죽- 웃을 뿐이었다. 귀엽긴.
"우리 자기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서 찾아가볼까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고민하던 하루하루를 보냈지. 물론, 집안에 관한 일들도 조금 했고."
집안에 관한 일이라고 해봤자, 별거 없었지만 말이야. 하고 말을 마무리 지으며 단태가 짐 속에서 꺼낸 물건을 바닥에 내려놓고 주양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자세를 낮췄다. "우리 달링은 뭘 하고 보냈어?" 단태는 주양의 발목을 손바닥 전체로 감싸며 질문을 되돌렸다.
다시 돌아온 본교는 마치 개학 직후를 연상케 하듯 소란스러웠다. 뜻밖의 단체 귀가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잠시 떨어져 지냈을 뿐인데도 마치 긴 방학을 보내고 만난 듯 학생들은 서로 마주칠 때마다 요란스레 인사하고 떠들기를 반복했다. 얼굴만 마주했다 하면 서로 어디에서 뭘 했는지 얘기하느라 정신없었다. 분교에서 넘어온 학생들은 설녀가 했던 말-결계를 다시 쳤다던가 그 말을 못 들은 학생들에게 알려주며 아직 남았을 일말의 불안을 해소시켜 주기도 했다. 당일은 어디를 가도 그런 학생들의 떠들썩함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 속에서 그녀는 홀로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은 채 방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가 얼마 안 되는 짐을 풀고, 리치의 보금자리를 다시 깔아준 다음 누워서 선잠을 청했다. 아직 오후였던가, 초저녁이었지만 시간 확인 같은 건 하지 않았으니 아무래도 좋았던게 분명하다. 외출복 그대로 누운 그녀는 저멀리 보금자리를 다듬는 리치의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소등시간이 지난 밤이었고. 그녀가 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
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두운 방의 불을 켜고 옷장을 뒤적여 제일 새까만 망토를 찾는다. 아무런 마법도 걸려있지 않고 그저 옷의 기능만 하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망토를 꺼내 어깨에 걸치고 후드를 쓴다. 다시 불을 끄고 책상 위 스탠드만 하나 켜놓자 외출의 기운을 느낀 리치가 다가와 다리에 몸을 부빈다.
어리광과 애교를 동시에 부리는 제 패밀리어를 보고, 조용히 몸을 숙인 그녀는 오늘은 안 돼, 라며 리치의 하얀 털을 쓰다듬었다. 데리고 나가도 되겠지만 하얀 리치는 빛이 없는 밖에서도 잘 보일거다. 괜한 리스크를 지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기에 오늘은 안 된다고, 다음에 학교 앞 숲에 가자고 말해주니 영특한 리치는 그릉거리며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폭신한 보금자리 한가운데에서 동그란 털뭉치가 된 리치를 다시 한번 쓸어주고 방문을 열었다. 침묵에 걸린 듯 적막한 복도로 나서며 등 뒤로 소리나지 않게 문을 닫았다.
야음을 틈타 돌아다니는 건 그녀의 특기 아닌 특기였다. 본가에선 툭하면 밤에 돌아다니곤 했었으니. 오늘은 신발마저 가능한 소리가 적은 걸로 골랐기에 다소 빠르게 복도를 지나쳐도 소음은 거의 나지 않았다. 그렇게 기숙사를 빠져나와 바깥의 상황을 살피고, 어둠 속에서도 그림자만 골라 디디며 정전으로 가는 그녀의 모습은 매우 익숙해보인다. 실제로 본교에서 이런 적은 처음이었지만. 교내의 구조는 머릿속에 전부 들어있었으니 어두워도 길을 잃을 일은 없었다. 그러니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의 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무사히 정전까지 다다른 그녀는 낮에 호크룩스를 넣어둔 곳을 찾으려 잠시 헤매였다. 길은 뇌내지도로 찾더라도 어둠 속 비슷비슷한 기둥들 중 그 자리를 한번에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오래 걸리지 않고 홈이 있는 기둥을 찾아내, 낮에 했던 것처럼 벽돌을 밀고 그 안에서 호크룩스를 꺼내었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손을 넣어 짚자 차가운 팬던트의 감촉이 바로 닿았다. 닿자마자 쥐고 꺼낸 그녀는 무의식중에 중얼거렸다.
"다행이다..."
...정말?
한순간, 중얼거림을 반박하듯 돌아온 내면의 소리가 있었다. 그녀의 말을 의심하는 듯한 소리는 너무 선명해서 누가 뒤에서 속삭인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조심히 돌아봐도 보이는 건 텅 빈 공간 뿐이다. 낮과 달리 한없이 조용한 정전 뿐이었다.
"......"
목적대로 팬던트만 찾으면 돌아가려고 했던 그녀는 어쩐지 바로 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기둥 옆 그림자에 숨듯이 앉아 넉넉한 망토로 몸을 감싸고 웅크렸다. 조금만, 조금이라면 괜찮겠지. 그럴거라 멋대로 생각하며 얼마간 그 자리에 머물렀다. 어둠과 그림자 속에서 그저 가만히 머무르며 소리없는 생각을 하고, 또 하고, 몇번이나 되돌아보고, 다시 생각하고, 그렇게 반복했다.
...의미없는 시간을 얼마나 보냈는지는 모르지만, 손에 호크룩스를 꾹 쥐고 있던 그녀가 겨우 일어나 느릿느릿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는 비가 내렸다. 제법 무게 있게 내린 그 비는 돌아가는 길 내내 그녀의 망토를 두드렸고, 가을밤의 한기를 그 속에 한가득 밀어넣어 주었다. 그녀가 그 한기와 함께 남은 밤을 보낸 건 두말 할 것도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