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싱크홀 사건. 저도 들었어요! 무시무시하던데요. 으... 그보다 흉악한 범죄자는 더 없었으면 좋겠네요..."
한창 일터에서 이야기가 나오던 것을 확실히 기억한다. 나는 잠시 입을 다물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졌다. 그 싱크홀 속 칠흑같은 어둠속에는 나도 있었고 범죄자들도 있었다. 그 커다랗고 우울한 싱크홀보다 더욱 끔찍한 자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혹은 망상)에 나는 덜컥 겁이 났다. 겉으로 티내지 않기 위해 부던히 노력해야만했다. ...올라가는 길목에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그건 단순히 계단이 가팔랐기 때문이라 굳게 믿는다.
"넵, 감사합니다."
나는 이곳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감사합니다'말고는 할 말이 몇 없었다. 대신 훌쩍 떠나버린 경위님을 잠시 뒤로하고 사무실을 훑어보았다. 생각했던것만큼 삭막하진 않은 관경이었다. 사무실은 새로 지었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무척 깔끔했고 채광도 좋았다. 그 중 특히 의자가 푹신하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나는 배치된 의자에 앉아 가방속 물건을 꺼내놓기도 하고 컴퓨터 전원을 켜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팀 특이성때문에 정부 지원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 막연히 추측해보았는데, 그 추론이 반은 맞는 것 같기도 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새직장이 벌써 좋아졌다.
나는 일말의 버벅거림 없이 깔끔하게 켜지는 모니터를 주시하다가 시선을 돌려 경위님을 살폈다. 차예성 경위님은 표정이 무뚝뚝한 탓에 다가가기 어려운 인상이었는데 오른쪽 뺨의 흉터때문에 더욱 그랬다. 아까 사과를 하신 것도 그렇고 인상과 다르게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아까 사과에 대답을 잘 했던가? 워낙 허둥지둥거렸던 터라 기억이 숭숭 뚫려있었다. 첫날부터 실수하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괜히 나의 오른쪽 뺨을 만지작거리다 눈이 마주칠 것 같을때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실이 무척 좋네요!"
짱! 나는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최대한 밝게 웃었다. ...어색한 분위기의 정적이 한동안 흐른 것 같지만 나는 그런걸 일일이 신경쓰는 쫌생이는 아니다. 잽싸게 팔을 내리고 경위님의 자리앞에 바로 섰다. 괜한 호기심을 발휘하여 모니터를 훔쳐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명주가 만든 tmi 질문 리스트! 1. 평소 아침은 먹고 다니나요? 제일 자주 먹는 아침 매뉴는? -아침은 꼭 챙겨먹습니다! 아침은 대부분 간단하게 누릉지나 간단한 백반으로! 빵...은 먹으면 가끔 장이... 2. 야행성인가요 아침형인간인가요? 잠은 많이 자나요? -능력 사용하지 않는 이상 절대 밤 못새는 타입. 현재 바이오리듬은 명확하게 아침형 인간이에요오! 3. 본인에게 결여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만약 있다면... 어떤 부분에서? -뭐랄까... 원하면 전 안 아플 수 있잖아요? 그래서 다친다면 제가 다치는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이걸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이왕이면 덜 아픈 쪽이 좋지 않나요? 뭐, 이건 결여라는 상관없는 얘기 같지만, 그나마 비슷한 거라면 이건 것 같아서요. 힝잉잉 좋은 질문 만들기 힘들어..
그녀가 바라봤을 모니터에는 여러가지 데이터가 떠 있었다. 레이더 같은 것도 있었고, 이전 싱크홀 사건에 관련된 보고서 같은 것도 있었고, 아직 작성중인 것으로 보이는 순찰 보고서 같은 것도 떠 있었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업무에 필요한 서류가 한가득이었을 것이고 예성은 딱히 가릴 생각은 없다는 듯, 창을 내리거나 하진 않았다. 이어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그는 방금 챙겼던 큐브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래보여도 정부가 직접 추진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니까요. 꽤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아무튼 최소라 경위님이 스카웃을 할 때 이것저것 설명을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제쪽에서도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우선 정부는 1년 뒤, 익스퍼에 대한 것을 민간에게 제대로 공표할 예정입니다. 허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을 저희들을 두려워하는 자도 분명히 있겠지요. 익스파를 범죄에 쓰면 어쩌나. 그럼 우리는 무사할 수 있을까? 등등 같은 것들. 그래서 치안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고, 익스파는 두려운 힘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 익스파 범죄를 전담하는 팀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일단 저희는 경찰인만큼 기본적으로 경찰 업무를 보기도 합니다만, 대체적으로는 익스파와 관련된 범죄나 사건을 전담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설명을 마치며 그녀가 확실하게 큐브를 챙기는 것을 기다리며 그는 자신의 제복 주머니 속에서 똑같은 디자인의 큐브를 하나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이건 익스레이버에게 주어지는 큐브웨폰이라는 겁니다. 일단 청해시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청해그룹에 소속되어있는 연구진들과 경찰청에서 개발한건데, 이렇게 무기의 형태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어 예성은 큐브를 잡고 작게 기합을 넣었다. 이내 갈색 빛이 큐브를 집어삼켰고, 그의 손에 전기가 약하게 흐르고 있는 경찰봉이 생성이 되었다. 이내 그는 그것을 다시 큐브 형태로 바꾸며, 주머니 속에 쏙 집어넣었다.
"이렇게 큐브 형태로 바꿔서 소지도 가능하고요. 사용방법은 간단합니다. 이미지를 그리면서 익스파를 큐브 속으로 집어넣는다는 느낌으로 집중하면 사민 씨가 생각하는 이미지의 형태로 바뀔겁니다. 덧붙여서 한 번 결정되면, 다시는 다른 무기로 바꿀 수 없으니 참고해주시고요."
애들 개성 하나하나 묻어 나오는 거 대단해~~~ 그와중에 이불이랑 풀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애조씨의 절망적인 체력과 없느니만 못한 코어의 고증이 아주 잘 묻어나는 카피페군요 100점 만점에 척추수술 1700만원 드리겠습니다..^.T
우왁, 각종 복잡한 문서와 보고서의 향연에 사민은 잽싸게 고개를 틀었다. 일단 자신은 지금 알 필요도 없고 알 생각도 없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았다. 어엇, 사민이 덜떨어진 소리를 내며 눈을 끔뻑였다. 눈 앞에 큐브는 확실히 권총과 수갑에 비해 낯선 물건이었다. 사민은 큐브를 받아들고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묘하게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앗, 네 그건 들었어요. ...이렇게 들으니까 확실히 저희 팀이 중요한 역할이네요. 그, 사회적 인식이나... 그런것들..."
하고는 큐브를 조금씩 움직였다. 사민의 손은 투박한 편에 속했는데 손짓 역시 마찬가지였다. 섬세함을 찾아볼 수 없는 어설픔이 있는 움직임이었다.
"예에? 그게 가능해요? 영화 같네요. 왜요, 막 립스틱에서 빔이 나오고, 그런... 헉, 대박!"
큐브가 순식간에 경찰봉이 되고 다시 큐브로 돌아오는 과정에 사민은 눈을 번쩍 떴다. 가능했다면 펄쩍 뛰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요컨대, 전문적으로 보이지 않는, 무척이나 부산스러운 반응이었다. 눈 앞에서 큐브가 이리번쩍 저리번쩍이는데 쉽게 평온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긴 하겠지만... 사민은 유독 반응이 컸다. 크게 대박을 외치고 지레 놀라 입을 꾹 다무는 모습 역시 우스웠다. 사민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있잖아요. 다른 분들 큐브웨폰은 뭔가요? 아무래도 바로 정하기가 좀..."
목소리를 낮추며 말하는 게 큐브 웨폰의 존재가 비밀스럽게 다가왔나보다. 또 무슨 고민에 빠진건지 입끝을 꿈틀거리거나 눈썹을 들썩이기를 반복했다.
"큐브 웨폰은 언제까지 정하면 될까요?"
자신은 힘이 센게 특기니까 기왕이면 둔기가 좋았다. 투척형이라면 그것대로 좋았지만 잃어버리면 낭패다. 집에서 인터넷 서치를 좀 해봐야... 기왕이면 기깔나게 멋진 무기를 얻고 싶었다.
"꽤 다양하게 있지요. 최소라 경위님은 권총이고, 어떤 이는 확성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꽤 다양하게 자신에게 편한 것을 정했을 거예요."
자신이 알고 있는 형태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두번 위아래로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확성기는 정말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형태였기에 예성의 입술에 작은 웃음소리가 흘러내리다가 사라졌다. 이어 헛기침 소리를 여러 번 내면서 시선을 회피한 후, 다시 한 번 괜히 헛기침 소리를 내며 예성은 다시 사민을 바라봤다.
"조금 기침이 나와서. 실례했습니다. 아무튼 언제까지라고 할 것은 없겠지요. 일단 출동때 보조용으로 제공한 거니,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상관없고요. 저 같은 경우는 제 능력과 연계하기 좋아서 이 형태로 정했고, 다른 이들도 대부분은 자신의 익스파와 연동하기 편한 형태로 정했고, 아직 정하지 않은 이도 있을 거예요. 아마."
물론 그 사이에 정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까지 모두 파악할 순 없었기에 예성은 조금 확신이 없는 목소리를 내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린 후에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창가에서 비스킷을 쪼개서 먹고 있던 녹색 뉴기니아 앵무인 셀린이 날개짓을 하며 빠르게 예성의 어깨에 착지했다.
"이 녀석은 셀린. 제가 기르고 있는 앵무새에요. 남쪽 지구에 있는 연구소 중 익스파와 관련된 연구 끝에 중학생 정도의 지능을 가지게 되었고, 익스파도 쓸 수 있는 아이긴 한데. 비스킷을 주면서 잔심부름을 시키면 어지간하면 많이 해줄 거예요. 물론 안 시켜도 상관은 없고."
"안 시켜도 비스킷. 안 시켜도 비스킷."
조금은 건방진 목소리를 내는 셀린을 바라보며 작게 셀린. 이라는 목소리를 부르는 예성의 입가엔 작은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의 눈엔 귀여운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