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출근시간의 전철은 항상 북적거리기 마련이다. 나는 해류마냥 울렁이는 인파 사이에 굳게 서서, 알록달록한 노선도를 치어다보았다. 매표기는 찍찍거리며 종이 티켓을 뱉는다.
가로로 죽 늘어선 전철의 좌석은 도열한 병사들만큼 딱딱하고 비좁다. 나는 될 수 있으면 좌석에 쿠션이 있는 버스를 타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럴 수 없었다. 심지어 집 근처에 버스 차고지가 있기 때문에 버스를 탄다면 반드시 앉아서 갈 수 있었음에도 그렇다. 이런 X발.
'이번 역은-'
철봉에 어깨를 기대놓고 물속처럼 새카만 창 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새 내려야 할 역이다. 새 직장이 있는 곳. 일은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받고 싶다. 그것이 모든 세상 월급쟁이들의 소망이겠지. 내릴때 발을 조심하라는 귀따가운 방송은 넘겨버리고, 새 보금자리가 될 곳으로 향한다.
네르프는 어떤 곳일까...
@이렇게 시작을..! 첫출근이에요!
238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ERr6dBv3GY)
덜컹거리는 기차에 맞춰 작게 흔들리는 머리칼의 색이 문득 눈에 들어온다. 지금까지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염색, 그것도 서투른 솜씨로 해서 여기저기 얼룩덜룩한 느낌이 되었다. 약간의 아쉬움을 담아 손끝으로 매만지다가 툭 손을 떨궜다. 누구 보기 좋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꾸미려는 의도도 아니었다. 신도쿄로 오게 되었으니 도쿄 데뷔-라는 것도 아니다. …아니, 누구 보라고 한 건 맞긴 맞지. 그렇게 실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던 것을 끊은 것은 차내에 울려퍼지는 안내방송이었다.
“…하아…”
짐을 챙겨서 플랫폼에 내리고,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오라는 말은 들었지만, 여기서부터는 어떻게 가야하는거지. 자세히 알지도 못했고, 편지에 자세히 설명을 해줬다고 해도 그다지 주의 깊게 읽고 싶지도 않아 대충 도쿄로 오라는 말만 보고 냅둬버렸으니. ...일단 잠시 벤치 쪽으로 다가가 앉았다.
별로 길을 잃은 건 아니야. 그냥.. 조금 미적거릴 뿐이니까. 누구에게 말하는 건지 모를 말이 턱끝까지 차오르다가 다시 들어갔다.
교실은 시끄럽기도 하고 조용하기도 하다. 단순 소음의 크기만 놓고 본다면 전자, 소리들의 실질 영양가를 생각하면 후자.
'......'
문득 그것들로부터 떨어지고 싶어졌다. 발걸음을 옮기는 미츠루의 손에는 사탕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교실 문 밖을 나섭니다.
242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ERr6dBv3GY)
2021-10-04 (모두 수고..) 22:51:09
>>237 언제나 반짝이는 건물과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이던 제3신도쿄시이지만, 오늘의 제3신도쿄시는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없지않아있습니다. 전철 창 밖으로 들리는 사이렌소리와 어딘가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있는 한 무리들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보이는 것 같지만, 별 일 아닐거라 생각하며 나루미는 역에서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또 내려갑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내려가고 내려간 끝에 나루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눈부시게 쾌청한 하늘과, 우거진 숲과, 너무나도 맑고 깨끗하게 조성된 호수, 그리고.......딱 봐도 유리로 된 것 같아 보이는 웅장한 푸른 피라미드 건물. 바로 저 건물이 나루미가 오늘부터 일하게 될 곳입니다. 지오프론트Geofront. 네르프 일본 지부의 본부. 따사로운 인공태양빛을 느끼며 나루미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립니다. 뭔가 안쪽에서 엄청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만, 별일 아닐 겁니다.
하지만 내가 신경쓸 바 아니다. 저 사람들에게는 저 사람들의 일이 있기 마련이다. 나도 그렇고. 서로 정해진 장소에서 주어진 일만 하자구요. 이 사회의 안녕을 위해서 말이야.
전철역과 바로 이어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스위스 벙커보다 깊게, 모스크바 지하철보다 더 깊게. 이게 핵미사일 사일론가 생각이 들 때면 네르프의 시설 지오프론트에 도달한다. 체감상 소금기 찌든 기반암까지 파고들어왔는데도, 환경은 쾌적하기 그지없다. 네르프 녀석들. 좋은 곳에서 사는구만? 땅 밑에서 햇빛을 쬐다니.
@들어갑니다.
244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ERr6dBv3GY)
2021-10-04 (모두 수고..) 23:02:53
>>239 저 산 너머에 가서도 들릴 만큼 요란하게 울려퍼지는 사이렌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타카기는 대피소로 향합니다....
삐이 - 삐이 - 귀를 막아도 틀어막아도 귀를 찢을세라 들려오는 이 사이렌소리는 어느 곳으로 가도 똑같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어딜 가든 모두가 하나되어 입을 맞춘 것마냥 울려퍼지는 이 사이렌 소리는, 긴급재난경보입니다. '재앙' 이 지나고부터 정확히 15년이 지났습니다만, 사람들은 여전히 '재앙' 이 남긴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재앙'의 후유증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사이렌소리를 듣고 모두 평정을 잃었습니다. 대피소로 가는 길에 타카기의 눈에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동요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겁에 질려 길바닥에 웅크린 사람부터, 같이 오지 못한 아이를 찾아 헤메는 사람하며, 덜덜 떨며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사람까지. 사람들은 모두 평정심을 잃은 채로 어딘가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타카기 역시, 이들을 따라 [ 대피소 ] 로 향하고 있습니다.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이곳으로 말입니다.
246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ERr6dBv3GY)
2021-10-04 (모두 수고..) 23:13:36
>>240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열차는 이번 역까지만 운행한다고 하고 가버렸습니다....
열차에서 내린 후 나츠키의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너무나도 황량한, 사람 한 명 없는 역사였습니다. 보통 때라면 열차가 오기를 기다리거나 내리는 승객들로 북적이겠지만, 오늘 이곳에 내린 사람은 나츠키 혼자였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오가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습니다. 삐이 소리를 내며 출발하는 열차를 뒤로하고, 나츠키는 벤치에 앉습니다. 오늘 나츠키는 이곳에서 만날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나 같이 가기로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같이 가기로 한 사람은 아직까지도 코빼기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들려오는 건 그저 사납게 나뭇잎을 가르고 지나가는 바람소리 뿐입니다.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매섭습니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을 것처럼 말입니다.
가만히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떠나가는 열차의 소리가 지나간 후, 역은 그야말로 적막해졌다. …잠깐, 적막하다고? 새벽도 아닌데? 다시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봤다. …조용해. 그리고 아무도 없어. 벤치에 앉은 사람은 물론이고, 그냥 오가는 사람도 없다. 주변은 황량하게 텅 빈 역사고, 사람이라고는 나 밖에 없다.
“…여기가 맞나?”
혹시 내가 역을 착각해서 다른 곳으로 온 건 아니겠지? 그제서야 주섬주섬, 짐 안에서 편지를 꺼내 다시 확인했다. …아, 여기서 만나서 같이 가기로 한 사람이 있었지. 그럼 금방 오는 걸까. 다시 편지를 정리해서 넣고 주변을 둘러보지만 역시 아무도 없다. 사나운 바람소리가 묘한 불안감을 돋군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아.
“……나, 나가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별로 무서운 건 아니지만. 뭐어.”
듣는 사람도 없지만 그냥, 그렇게 중얼거리며 짐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섰다. 그, 그래. 운이 좋으면 그 만나서 같이 가기로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밖으로 나가봅니다
248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ERr6dBv3GY)
2021-10-04 (모두 수고..) 23:24:26
>>241 시끌벅적한 소음을 뒤로 하고 미츠루는 교실 문을 나섭니다. 교실 안에 있었을 때는 시시콜콜한 소리, 영양가 없이 주고받는 안부 이야기. 잡음, 잡음, 잡음만이 계속 들려왔었습니다. 그러나 교실 문 밖으로 나가고 나서 미츠루에게 들려오는 것은, 방향 없는 아우성입니다. 학생들이 하나같이 웅성거리며 어딘가로 향하고 있습니다. 한 줄, 아니 두 줄로, 한 명 한명씩 질서정연하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자신들도 왜 이동하는지는 모르는지 가면서도 학생들끼리 소리를 높이고 있는 게 보입니다.
복도로 나가자마자 자신을 반긴 것은 더 큰 혼란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는 몰라도, 일단 대열에 끼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니, 실은 알고 있겠지. 아예 모른다 하면 거짓말이다.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학생들의 행렬을 따른다. 주변은 굉장히 소란스러웠지만, 시끄러운 분위기에 낄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언성 높여 이야기해도 어차피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을 텐데.
@교사의 말에 따라 학생들이 가는 방향으로 줄 서서 움직입니다.
250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ERr6dBv3GY)
2021-10-04 (모두 수고..) 23:45:21
>>243 저 위에서 따사로운 인공태양이 내리쬐고 이따금씩 기계로 된 새가 지저귀고 있는 이곳은 지오프론트입니다. 네르프의 본부입니다. 그리고, 현재 이 도시에서 가장 혼잡스러운 장소 중 하나입니다.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냥 바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뛰어가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겁에 질려있는 사람도 더러 보이며, 그 중엔 아예 묵주를 쥐고 기도를 하고 있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하나같이 [ 기술부 ] 라느니 [ 중앙지령실 ] 을 얘기하고 있는데,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땅 위던 땅 밑이던간에 다들 하나같이 혼란스러운 분위기인 건 마찬가지이겠거니 싶을 뿐입니다...
"이제 오셨는지요. "
혼란스러운 분위기에 적응되려는 것도 잠시, 나루미에게로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려고 합니다.
"갑자기 말씀을 드리게 되어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번에 첩보부로 배속되신 후카미즈 나루미 양 맞으십니까? "
>>245 타카기는 저 앞에서 인파에 치여 들어가지 못하고 동동거리고 있는 아이들 몇을 도와 대피소 안으로 들어갑니다... 대피소 안의 풍경은 굉장히 혼잡하였습니다. 모두가 질서정연하게 앉아있는 것도 아니라, 이 안에서 아버지를 찾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만, 저 멀리 오른쪽 벽쪽으로 아버지로 보이는 인영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감사 인사를 하고 저들끼리 모여 들어가는 아이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저 앞에 아버지가 있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아버지를 향해 빨리 가서 전해야 합니다. 살아있다고. 나는 살아있다고. 무사히 대피하였다고....
내가 지하철역에 실수로 들어왔나보다. 번잡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쫓아 눈동자가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굴렀다.
"이러면...좀 나가린데."
뭔진 몰라도 상황이 급하다는 미명 아래 인수인계도 없고, 연수 기간도 없이 곧장 실무에 투입될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뱃속에서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제발! 그런 식의 졸속행정은 이미 진저리나게 겪었어.
"제가 후카미즈 나루미 맞습니다만..."
@슬픈예감은틀린적이없고
253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ERr6dBv3GY)
2021-10-04 (모두 수고..) 23:55:23
>>247 역사 밖으로 나가도 조용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발자국 소리 하나, 바스락거리는 소리 하나, 숨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습니다. 마치 이 광활한 기차역에 나츠키 혼자만 오롯이 있단 것처럼, 개찰구를 나가도, 매표소에도 사람의 인영 하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관리인이 역 내의 모든 에어컨을 끄고 간 것인지, 역사를 나가도 나가지 않아도 느껴지는 온도는 똑같았습니다. 일 년 내내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지만, 오늘은 유난히 무더운 날씨입니다. 무덥고, 바람은 세게 불어오고 있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쿵쿵거리는 소리.....
사람의 형상?
아주 잠깐이었지만, 나츠키의 눈 앞에 저 멀리 누군가 서 있던 것이 보이는 듯 싶었습니다. 그냥 사람이 아니라 소녀의 형상이었습니다. 푸른 머리를 어깨까지 늘어트린.... 더위 탓일까요? 더위 탓일 겁니다. 그래요. 더위 때문일겁니다. 무더위에 헛것이라도 본 것이겠거니 싶습니다. 그러나,
밖에는 사람이 있겠지, 그런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 바로 전면으로 부정당했다. 역무원도 없을 줄은 몰랐는데. 괜찮은건가 이 역? 역사를 나가서 둘러봐도 눈 앞에 펼쳐지는 건 사람은 물론이고 바스락거리는 소리, 숨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는 적막한 풍경. 마치 어딘가 다른 세계로 혼자만 뚝 떨어진 것 같은, 혹은 나 혼자만 남기고 전세계의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 같은 그런 풍경. …솔직히 조금, 오싹하다.
“..뭐, 냐고 정말. 대체…”
역사를 나와 햇빛을 맞으니 유난히 더운 오늘의 날씨가 확 와닿는다. ..아니, 역사 내에서도 비슷한 온도였던 것 같다. 에어컨도 안 켜져 있었다니, 정말로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겠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불평보다는 의문에 가까운 생각을 방해하듯, 이 세계에 깔린 적막을 깨부수는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의 근원을 찾기 위해 고개를 든 그 순간, 보았다. 푸른 머리를 어깨까지 늘어트린 소녀가.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마 지금 상황에 제일 맞는 답이겠지. 하지만 아무도 없는 이 공간에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사람… …사람이 맞을까? 어쩌면 더워서 헛것이라도 보는 게 아닐까. 한 손을 들어 눈을 마구 비비고서, 어느새 가까워진 것 같은 쿵- 소리에 무심코 그쪽을 먼저 보았다.
@소리가 들리는 쪽을 본다
255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3mtGFfWN16)
2021-10-05 (FIRE!) 00:08:58
>>249 미츠루는 묵묵히 대피하는 학생들의 행렬을 따라 이동합니다. 모를 수가 없습니다. 모를 리가 없습니다. 이 소름끼칠만큼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이유를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요? 다른 아이들은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지도 모르지만 미츠루는 이게 무슨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을수밖에 없습니다. 선생님들은 그저 이동하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여라는 말밖에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인솔하는 선생님들 역시 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는 듯 보입니다. 위에서 내려온 말대로 움직이고 있는 걸까요, 어디로 가고 있는 거냐는 학생의 물음에 선생님은 [ 비상 대피소 ] 로 간단 말 뿐, 우리들이 '왜', '무엇을' 피해 이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역시 선생님도 모르고 계시는가 봅니다.
"......저기, 너. "
등 뒤에서 들려오는 자그마한 소리, 개미소리만하게 들려오고 있지만 명백한 소녀의 목소리입니다.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미츠루를 향한 물음으로 보입니다. 무시할까요, 돌아볼까요?
지금 왜 모두가 움직이고 있는지, 자신 빼고 다른 이들이 감을 잡지 못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행운이었다.동급생들은 물론이고, 세컨드 임팩트를 몸소 겪은 교사들도 모를 것이다. 그 속에서 자신이 조금이나마 평정심을 유지하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은 괜찮지 않은가.
주변 상황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걸어갈 때 때마침 들리는 목소리.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무슨 일인데."
이 상황에서 말을 건다는 것은 중요한 용건이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돌아봅니다.
257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3mtGFfWN16)
2021-10-05 (FIRE!) 00:22:28
>>251 "특무기관 네르프에서 나왔습니다. 제일중학교 2학년 A반 요리미치 타카기 군 맞으십니까? "
검은 양복의 사내중 하나가 타카기에게 말합니다. 우직하게 서 있는 것과는 별개로 상당히 다급해 보이는 어조입니다.
"급박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자세한 건 이동하면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
....아무래도, 아버지에게 합류하는 것은 당장은 글른 모양입니다.
>>252 나루미에게 말을 건, 탈색한 분홍 머리의 여인은 그렇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계속하였습니다.
"저는 기술부 부장 유즈키 이오리입니다. 원래대로라면 당신의 부장 되시는 분인 미즈노미야 슈이치 씨께서 이 자리에 있으셔야 하겠지만, 부득이한 사정상으로 그분께서 현재 자리를 비우시고 계시기 때문에 대신해서 제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급히 와주셔야 할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
대체 기술부 부장되시는 분께서 왜 신입 오퍼레이터를 찾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나루미가 무슨 생각을 하건 말건간에 이 단발머리 여인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으로 몸을 틀며 따라오라는 듯 나루미에게 손짓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263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3mtGFfWN16)
2021-10-05 (FIRE!) 00:31:56
>>254 쿵. 쿵. 쿵. 소리는 점점 나츠키쪽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쏘는 소리와 고함소리 역시 점점 크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도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가지는 분명합니다. 이건 실제 상황이며, 게임 속 시츄에이션이라던가가 전혀 아니란 사실입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나츠키는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도무지 사람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거대한 검은 다리로 보이는 형상과...........
- 끼이익!
그 형상이 보이지 않게 가로막고 선, 선명한 색의 붉은 포르쉐였습니다.
"늦어서 미안해! 많이 기다렸니?!! "
다급한 듯한 목소리와 함께 포르쉐의 문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분홍 머리를 높게 올려묶은,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츠키를 바라보며 소리치기 시작하였습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무언가 쏘는 소리… 총인가? 고함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적막하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이곳은 점점… 무슨 전쟁 한복판인 것처럼 변해가고 있다. 아니, 농담도 참. 난 그냥 열차를 타고 내렸더니, 아니, 이게… 서투르게 현실을 도피하기 시작했지만 무리였다. 도저히 사람의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아니, 애초에 저게 내가 아는 생물의 범주 내에 존재하는 것이었나 싶은 거대한 검은색 다리…로 보이는 것이, 점점…
“—히윽?!”
치이는 줄 알았어! 갑자기 그 다리로 보이는 형상과 내 사이로 끼어들 듯 가로막고 선, 선명한 붉은 색의 비싸보이는 차(잘 모르니까 어쩔 수 없다고)에 놀라 살짝 뒤로 물러섰다. 뭐, 뭐야. 이 상황은. 어리둥절할 틈도 없이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차의 문이 열렸다. 처음보는 사람이 다짜고짜 차에 타라며, 제대로 된 설명도 해주지 않고 재촉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절대 타면 안 되는 상황이지만. 그건 알지만. 그렇게 따지면 상식적으로 저 커다란 검은색 뭔가도 존재하면 안 되는 게 아닌가?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일단 차에 올라탔다.
“그, 그게. 지금 저건 대체…? 뭔가요? 무슨 촬영? 앗, 자, 잠깐만요. 한 사람 더 있는데, 저쪽에 푸른색 머리를 한 사람이—”
맞아, 헛것일지도 모르지만 진짜 사람이면 어떡해? 아까 그 사람이 보였던 곳을 힘껏 가리키며 필사적으로 전달했다.
269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3mtGFfWN16)
2021-10-05 (FIRE!) 00:47:13
>>256 돌아보자 보이는 모습은, 단정히 머리를 풀은 푸른 머리의 소녀였습니다. 길어봐야 어깨까지 길렀을까요,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길이였습니다.
"긴급 상황. 본부에서 호출. 네르프 본부로 가야 해. "
제 몸보다 훨씬 커보이는 폭의 교복을 입은, 명찰에 [ 타치바나 아유미 ] 라고 적혀있는 소녀는 한 치의 억양의 변화 없이 미츠루를 향해 말을 이어갔습니다.
"사도가, 침입했어. "
......굳이 무슨 일인지는, 더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58 타카기는 검은 양복의 사내들을 따라 대피소를 나가 이동합니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굉장히 많은 수의 군인들이 집결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하나같이 등뒤에 [ UN ] 이란 마크를 단 채로 서 있는 걸로 보아 아마 이들은 UN에서 파견된 군대로 보입니다. 제아무리 혼란이 끝나고 전 세계의 군대가 통합되었다지만, 한낱 도시 하나에 범국제적인 군대가 파견되있다는 것은 이상합니다. 무척이나 이상한 일입니다. 지금 눈앞에 아버지를 두고 이동하고 있는 것만큼 이상한 일입니다. 타카기 일행이 지나가는 사이 알아듣기 어려운 언어들이 오가고 있었습니다만,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있었는데 다음과 같았습니다. '쓰러트릴 수 없다', '총을 맞아도 움직인다', '우리는 막을 수 없다'.......
"따라오십시오. 이 쪽이 지름길입니다. "
방금 전 타카기에게 말을 걸은, 검은 양복의 사내가 해치를 열며 아래를 가리키고 말하였습니다.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긴 걸음이 될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