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위키: https://bit.ly/2UOMF0L 1:1 카톡방: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5396 뉴비들을 위한 간략한 캐릭터 목록: https://bit.ly/3da6h5D 웹박수: https://pushoong.com/ask/3894969769
[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 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이차원 간 소통 전용 공책형 아티펙트(=아델라인, 애칭 델라)'의 독백입니다. 모브캐 소개는 보니톤 마을_2편을 참고해주세요. 폭력적 표현, 살해, 비속어 사용, (정서적) 아동 폭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3편(보니톤 마을 1편): situplay>1596259846>740 4편(보니톤 마을 2편): situplay>1596261205>216
"저 분을 보려무나. 아델라인아."
열 살 배기 아이가 어미 요구 따라 머리 돌린다.
"네가 모셔야 하는 분이시란다."
어린 델라는 하늘을 닮은 바다의 주민을 본다. 인어의 제국에서 인어로서 살아가는 황녀. 모든 사람의 위에 올라 있으며 누구보다 위로 올라야 하는 위치에 있는 그 인어를.
"너는 이 어미를 따라 궁정마법사가 되어 저 분을 모셔야 한단다. 유념해라. 언제나 기억해야 한다."
무도회의 음악 소리가 궁정마법사 로건의 말소리를 감춘다. 벽에 가까운 자리에서 말한지라 들을 만한 사람도 없다. 저 사람이, 나의 주군이 되실 분. 델라는 머리카락에 하늘 담은 그 인어를 마음에 담는다.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구나. 레스트로이아 제국의 자랑스러운 신민으로서...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딸로서. 로건이 인사를 할 차례가 되어 델라는 그 사람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로건이 예를 갖춰 황녀에게 인사하고, 델라도 작은 손으로 옷자락 잡아 고개 숙여 인사한다. 황녀님을 뵙습니다. 내가 미래에 모셔야 할 주군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아래로 숙여야 할 눈깔 들어올려 황녀를 본다.
눈이 마주친다. 그 황녀, 델라 본다. 당시 열 살이었던 델라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명확히 서술할 수 없었으나─경멸, 혐오, 멸시. 결코 호의적이라 볼 수 없는 감정이다. 그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 표정이었기에 예를 온전히 지킨 델라의 어미는 보지도 못 하였고, 황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인자하고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궁정마법사와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델라는 황녀에게 말을 붙일 수 없었다. 어린 아이라고 할지라도, 아이일수록 더더욱, 부정적 감정에 민감한 건 어쩔 수 없다. 왜 자신을 싫어하는지도 몰랐으니 더더욱. 황녀님, 왜 저를 미워하시나요? 오늘 처음 만났는데. 난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어째서...
쯧. 스무 살 델라 혀 찬다. "신경쓰이게 그딴 말이나 하고. 등신이."
트리스를 찾고 나면 가장 먼저 그 빌어쳐먹을 칼리 뒤통수나 한 대 더 후려야겠다. 우선, 지금은,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 델라는 그리 다짐하며... 다리로 몸을 묶고 팔뚝으로 얼굴을 고정시킨 무기점 주인의 목젖에 단검을 더 가까이 갖다댄다.
"나 세 번 말하게 하지 마, 마녀 새끼 어딨는지 불어. 트리스 어디로 데려갔는지 말하라고."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는 주인은 혀 위에서 이름을 굴린다. 트리스, 트리스, 트리스... 당장에라도 그 혀를 뽑아버리고 싶었으나 그리 한다면 말 들을 방도 없기에 넓은 아량으로 봐준다. 뒤늦게 무기점 주인이 탄성 흘린다. 아. 맞아.
"오늘 새로 왔다던 손님의 이름이었지...... 벌써 소개 받고 왔구만." "환장하겠네." "그럼 들여보내 드려야지... 그래... 손님 받아야지. 행복을..."
무기점 주인이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델라, 목을 조르던 팔을 풀고 품에서 양피지 한 장을 꺼내 입으로 찢는다.
"행복을... 모두에게..."
침묵 마법이 발동된다. 시전자를 중심으로 반경 1m 내의 모든 소리를 지워버린다. 무기점 주인은 가게 안쪽의 문을 열었고, 지하로 향하는 횃불 걸린 계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자마자 델라는 목젖을 겨냥하던 단검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계단 제일 윗쪽의 횃불이 꺼진다. 무기점 주인의 몸뚱아리 스러지는 소리는 완성되지 못한다. 델라가 계단을 걷는 소리 또한 마찬가지였고. 호신용 단검을 다시 칼집에 꽂아넣는 델라. 대신 레이피어를 손에 든다. 그 소리 또한 어두운 계단에선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일단 소굴은 찾았으니 그걸로 됐다. 남은 건 트리스를 찾은 다음 이 안에 숨었을 마녀를 찾는 것 뿐이다. 델라의 잠입 계획은 간단하다. 거슬리는 건 전부 죽인다. 끝. 먼지 하나 없이 다 털어버리면 어딘가에서 트리스든 마녀든 찾을 수 있겠지... 델라 원래 깊게 생각하는 성정도 아니고 그럴 여유도 없다. 횃불에 비추어진 그림자가 델라의 앞쪽으로 길게 드리운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뿌연 연기가 바닥서부터 짙어지기 시작한다. 불쾌한 풀냄새가 자욱한 게 마셔봐야 좋을 거 없겠지. 델라는 양피지 한 장을 또 꺼내 찢는다. 이번에는 차단마법─독이나 환각 등한테서 시전자를 보호하는 마법─이 든 스크롤이다. 칼리 그 놈만 아니었어도 비싼 스크롤 쓸 필요 없이 메모라이징도 꼼꼼히 하고 올 수 있었는데. 애초에 트리스 그 놈이 얌전히 방으로 올라가기만 했어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 마녀를 향한 건지 아닐지 모를 짜증을 씹어 삼키다보니 복도가 보인다. 저 안쪽으로 쭉 뻗은 복도는 양 옆으로 세 개씩의 문을 매달고 있다. 그리고 복도 안을 두 사람이 가만 서서 보초를 서고 있었고. 계단에 더 가까운 사람은 계단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잘 됐네.
델라가 계단을 박찬다. 높이 뛰어오른다. 보초는 소리 없는 살인자를 눈치채지 못한다. 레이피어가 보초의 목을 향하고 델라는 공중에서 그대로 보초를 덮친다. 목숨을 거둔 보초가 복도 바닥에 엎어진다. 델라는 시체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다. 델라의 인내심이 화를 낼 정도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보초 치고는 상황 파악이 느린 또다른 사람은 동료가 쓰러졌단 사실을 깨닫는다. 마약에 취한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어리버리한 건지... 뭐야, 어디 아프냐?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보고도 퍽 익숙한 듯─델라 생각이다, 마약 때문에 정신을 잃는 사람이 많았나?─ 느긋하게 다가온다. 옳지. 좀 더 가까이. 시체의 그림자와 산 사람의 그림자가 맞닿을 순간을 숨죽여 기다린다. 조금만 더, 그래. 지금. 여러 개의 횃불이 동시에 자아내는 그림자 줄기 중 하나와 시체의 그림자가 닿았다. 델라가 순식간에 보초의 뒷그림자로 이동한다. 도약한다. 팔을 크게 뒤로 돌려 전력을 다 해 보초를 찌를 자세를 갖춘 델라. 그대로 레이피어와 함께 보초를 습격한다. 그림자가 보초를 삼킨다. 소리가 죽은 비명과 함께 두 사람은 시체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이대로 델라가 보초를 홀로 두고 그림자 밖으로 나오면 어떻게 될까? 모른다. 관심 없음. 구태여 알려고 한 적 없다. 자세한 원리 몰라도 그림자는 알아서 시체를 숨겨주는데 뭣하러? 계곡물에 잠수하던 사람 걸어나오듯 델라가 그림자 밖으로 나온다. 자신 그림자 속에 남아있던 시체마저 넣고 나니 이 복도에 무슨 사태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델라만 제외하고.
'... 한 놈은 살려둘걸 그랬나.'
움직임 멈추어보니 이제부터 어디로 가야할지 델라는 모른다. 다음부터 잘하면 되지, 뭐. 어깨 으쓱여 실수를 털어낸다. 가장 가까이 있는 문을 연다. (침묵은 유효함.) 어둡다. 개의치 않고 눈깔 굴린다. 특별한 점 없다. 창고. 다른 곳으로 통하는 통로나 문 따위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살펴야 할 중요성을 낮게 책정하며 문을 닫고 나온다. 등 뒤에 있는 문을 연다. (여전히 유효.) 이 곳도 어둡다. 이 곳도 창고다. 문을 닫는다. 그 옆 문을 여니 이제야 만족스럽다. 델라 헛웃음 나온다.
'다 여기 모여있네...'
열린 문틈으로 연기가 새어 나온다. 희뿌옇다. 그 안 돌복도에 엉킨 사람들은 저마다 입이며 손이며 코며 어디든 하나씩은 식물 줄기 하나씩은 들고 있다. 말린 줄기에서 허연 연기가 뻐끔뻐끔. 서 있든 기댔든 앉았든 엎어졌든 자세도 천차만별. 한 골목 사람들 다 여기 모인 것 같다며 비웃는다.
자. 이제 어쩐담. 무력으로는 아무 위협도 되지 못 한다 하나, 그들이 델라를 보았을 때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델라는 예측하지 못 한다. 마녀가 이들의 눈을 통해 침입자를 확인할 수도 있겠지? 반대편 문까지 중독자들의 그림자가 끊김 없이 이어져 있으면 좋을텐데. 델라는 레이피어를 다시 빼들며 문그림자로 빠져들 준비를 한다. 레이피어는 왜 드냐고? 사람 한둘 죽여 그림자 길을 만들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마을 사람들에게 악감정은 없으나 델라 이미 앞길 막는 것들 다 치워버리겠노라 다짐하지 않았는가.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다. 죽기 싫었다면 멍청하게 마녀의 꾐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으면 될 일...
"......"
행동 멈춘다. 새로운 소리가 포착되었다.
발소리다. 무언가가 이 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정체와 지연이 일상이 된 이 마을에서 이토록 빠른 속도라니? 마녀나 마수─마녀의 수하─ 말고는 생각할 수 없다. 대적하기 위하여 문을 다시 닫고 소리의 방향으로 레이피어를 곤두세운다. 델라가 진입하려던 그 문의 바로 반대쪽이 출처다. 커진다. 가까워진다. 긴장한 델라의 근육이 문이 열림과 동시에 수축하고...... 그 정체를 확인하고서는 굳어버린다.
침묵 마법 유효 시간 아직 남았던 게 요행이다.
"......" "......"
위에서 커다랗고 땡그란 검은 눈깔이 붉은 눈깔을 굽어본다. 남자가 여자를 덮친 모양새다 ─ 기실, 남자가 제 속력 못 다루었을 뿐이다. 남자가 눈 깜빡인다. 정체를 확인한다. 눈 휜다. 환희가 가득 찬다. 델라가 경악한다. 이런 미친!
'데......!!' '말하지 마아아아악!!'
델라가 황급히 트리스의 입을 틀어막는다. 목표 하나가 어이 없게 달성되었다.
* - * - *
캘리스터스는 마을길을 걷고 있었다. 처음에는 열심히 달리긴 했으나, 약한 체력이 문제가 되어 점차 반달음박질로 바뀌더니 이제는 그냥 걷는 것만도 다행인 수준이 된다. 숨이 차다. 트리스가 곁에 없다는 사실에 안 그래도 죽어버릴 정도로 불안한데... 심장이 지나치게 빨리 뛰어 가슴이 아프다.
델라 그 자한테 트리스 구출을 맡겨버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칼리는 아직 델라를 믿어도 괜찮을지 고민하고 있었건만. 델라에 대한 의심하기 힘든 증언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마녀는 아직 살아있어."
어느 화창한 날에 칼리의 선배가 그리 말했다.
"마녀의 딸이 직접 말해준 거니까 믿어도 괜찮아."
그 날의 대화는 아직 칼리의 발목을 얽매고 있다.
"아델라인 코넬. 너도 알지? 궁정마법사 로건의 장자 말이야."
헤도낙스, 생사가 불분명한 델라의 동기. 그녀는 델라가 마녀의 자식이라 말했다. 동시에 믿어도 되는 사람이라 증언하였다.
칼리는 그녀가 자신한테 델라에 대해 알려준 의도를 아직도 짐작하지 못 한다. 모르겠다, 선배님께선 칼리가 델라를 도와주길 바랐던 걸까? 아니면 자신이 죽거든 그 배후로 델라를 의심하라고 정보를 흘린 건가? 칼리가 마녀의 자식을 증오한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대화를 채 해보기도 전에 그녀는 아카데미를 떠났다. 원래부터 칼리의 지능을 지나치게 믿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긴 했는데... 이번에는 그 믿음이 어긋나버렸다. 칼리는 갈피를 잡지 못 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지금까지도.
차라리 델라가 마녀의 딸이라는 사실만 몰랐더라면 델라를 마음 놓고 믿을 수 있었을텐데. 칼리라고 해서 설마 믿고싶지 않을까. 믿고 싶다. 특히나 트리스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이런 상황에선 한 명이라도 더 아군이 있는 게 마음이 편할 테니까. 그렇지만 칼리의 불안증은 델라의 일거수일투족을 자꾸만 부정적으로 해석하려 든다. '내가 널 어떻게 믿고.' 차라리 울고 싶은 심정이다.
"......" 벽돌담을 짚고 숨을 몰아쉰다. "...... 내가 구출하면 그만이야."
애초부터 트리스가 제 곁을 떠난 건 칼리의 실책이다. 두 번 다시 잃고싶지 않았다면 두 번 다시 한 눈을 팔지 않았으면 될 일이다. 실수를 책임져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 없다. 아직도 누군가한테 기대려고 하다니. 멍청한 것도 정도가 있지. 아려오는 폐 통증을 잊기 위해 가슴을 쥐어 뜯으며, 칼리는 다시 다리를 움직인다. 마을 사람들의 움직임에 녹아든다.
그간 칼리는 방향 없이 단서만을 찾아 길을 헤매다가 기묘한 규칙성을 발견했었다. 대부분의 마을 사람은 제 집에 틀어박혀 꿈쩍도 하지 않았으나, 이따금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개미가 페로몬을 따라 개미굴로 돌아가듯이.
그 발자취를 쫓아가면 무언가 하나라도 발견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 그래서 그걸 그대로 쫓아갔다고? 이 덜떨어진 트리스야?" "응!" "내가 못 살아. 너 진짜 미쳤니?!"
델라와 트리스, 두 사람은 지금 창고 방에 들어왔다. 델라는 요령 좋게도 작은 성량으로 바락 소리를 치고는 곧바로 트리스한테 명령한다. 무릎 꿇고 손 들어. 트리스는 아무 잘못 없다는 태도로 명령을 그대로 따른다.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얄밉다.
"분명히 마을 들어오면서 여기는 위험하니까 조심하라고 경고 했잖니! 그나마 무사해서 다행이지, 만일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쩔 뻔했니? 너 지금 죽을 뻔했단 거 아니?!" "그치만..." "그치만 뭐!" "델라도 이런 일 하려고 온 거잖아."
트리스가 볼멘소리 낸다.
"맞지?" "나하고 네가 같니! 보나마나 준비도 제대로 안 하고 들어왔겠지." "... 델라도 학생이면서." "아카데미 안에서야 그 잘난 네 형이 수습할 수 있겠지만 마녀의 입 속에서까지 챙겨줄 수 있을 것 같았니? 칼리 너 없다고 무서워하던 거 아니 모르니." "......" "트리스." "......" "날 봐." "......" "제발, 트리스! 지금 화내야 하는 건 네가 아니라 나야!"
고혈압으로 뒤로 고꾸라질 것 같다. 그런 델라의 고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트리스는 아랫입술만 댓발 내밀고 있을 뿐이다.
"맞을래?" "아니."
그것도 삽시간에 끝났지만.
"... 좋아. 구경은 충분히 했지? 이제 돌아갈 시간이란다. 이번엔 딴길로 새지 말고..." "델라는?!" "...... 난 아직 할 일이 남았단다. 말 중간에 끊지 말고......" "델라도 같이 가!!" "말. 중간에. 끊지 말고." "나 없으면 마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있어?"
델라 눈 크게 뜨인다. "어디 있는지 안단 말이니?" 트리스 고개 끄덕인다. 거기. 델라가 발 밟고 선 곳에. 자기 발 밑 내려다보아도 별 특별할 것 없는 돌바닥인데... ... 아니, 아니다. 다른 틈과 달리 부자연스레 넓은 홈이 하나 파여있다. 트리스가 말한다. 중앙 복도의 다른 문은 다 살펴보았고 남은 건 이쪽 문 하나라고. 그 사람들 많이 몰려있던 문도? 그 사람들 많이 몰려있던 문도. 델라 다시 이마 짚는다. 별일 없던 듯 하니 다행인가...
"이제 나 데려갈 마음 들었어?" "칭찬 해줄게." "정말!?" "데려가는 건 생각을 좀 해보아야겠구나." "길도 알려줬는데에......"
검집 밀어넣어 문을 연다. 쉬이 열린다. 아래로 향하는 사다리가 보이고 희미한 말소리도 더해진다. (셋, 넷.) 이 세상엔 숨조차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습니다. (셋, 넷.) 이 세상엔 숨조차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습니다.*1 말소리 합치되어 어지럽다. 다중적으로 주장 하나 반복한다. 기이하고 괴상하며 기묘한 현상. 델라 눈 가늘게 뜬다.
"네 몸 네가 지킬 수 있겠니?" "나 여기 나 혼자 돌아다녔어." "좋아. 내가 먼저 내려갈테니 5초 지나도록 오지 말란 말 안 하거든 내려오렴. 절대 나를 떠나지 말고."
사다리를 무시하고 가볍게 뛰어내리는 델라. 착지하는 소리는 크지 않다. 장화 소리조차 온전하지 못하다. 사다리 밑은 어둠이 먹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마음속으로 5초를 센다. 사다리 내려오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트리스?" 위를 향해 묻는다. 메아리는 없다. 스크롤 하나 찢어 랜턴 대용을 할 빛무리 하나를 올려 보내본다. 자신이 들어왔던 다락문 구멍이 보여야 하건만... 천장은 새까말 뿐이다. 구멍 있을 자리는 장미덩쿨이 대신하고 있다. 막혔다. 고립되었다. 누가? 트리스가, 아니면 델라가? 웃기는군. 이것 또한 마녀의 농간임이 틀림 없다. 눈 휜다. 아, 같잖은 수 쓰는 게 제 속 긁는 데에 효과적이다. 즐겁네...
두 손 들어 받들어라. 로브에 숨은 자들 복사하여 붙여놓은 듯 정갈하게 정렬되어 양팔 치켜올린다. 여즉 안개 자욱하구나. 아, 가루다. 생명들 숨쉰다. 꽃도 숨쉰다. 덩굴에 얽매어 행복하니? (그건 행복일까.)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서 태양빛 내리꽂혀도 이상치 않을 공동에 지적 개체 제 정체성 잃은 채 반복작업 수행한다. 얼굴이어야 할 공간 뿌리 깊은 장미가시가 옭아매 피부 조직 제 역할 유지하고 있을지 의문스럽다. "제정신인 새끼가 아무도 없어......" 먹힌 자들 일사불란 뒤돌아본다. 델라 정속 걸음 개시한다. 칼집에서 레이피어 꺼내드는 소리 단순하여 화려하다.
"덤비렴."
말 꺼낸다.
"사냥꾼이란다."
사랑하는 내 딸아! 누군가가 보았다면 그리 감탄했을 장면이 시작된다. 팔을 한 번 내지르면 사람 둘이 죽고 두번 내찌르면 사람 넷이 나가떨어진다. 그들이 본디 무고한 마을 사람일 뿐이라는 건 델라의 고려 사항에 포함되는가? 더듬이 댓 개 잘려나가 사실상 삶이 끝나버린 저 몸뚱아리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무차별 학살인가? 시체 쌓이는 길 올곧은 일직선임을 고려하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영웅이 되지 못할 사람아! 달려드는 이만을 공격하는 정직하고 잔혹한 사람아. 네가 걷는 길을 돌아보겠느냐? 네 모습은 마치......
"사냥꾼은 호랑이한테 먹힌 토끼를 사냥하나보오?" 마녀 비웃는다.
"마녀 새끼가 말이 많아......" 칼 털어내자 피며 진액이며 수많은 액체가 바닥에 흩뿌려진다. "네가 호랑이니?" 멀끔해진지 얼마 안 된 레이피어는 다시 이름 모를 마을 사람의 목을 파고든다. "내 눈엔 분별없는 돼지 새끼밖엔 안 보인단다!"
구별없는 웃음소리가 공동을 가득 채우는구나. 찬양하라! 이 곳에 행복 막는 악의 화신이 등장하였도다. 숨 끊긴 사람들 표정 꽤 온안이다. 모두한테 행복을! 저 자를 막아내어 지상에 낙원을 세우자꾸나. 모두한테 행복을! 눈알 데록 굴려 머리통을 노리려는 덩쿨장미 하나를 허리 비틀어 피한다. 헛소리하는 것들은 관심 없다. 델라 눈 향하는 곳은 이 안쪽 세주렴 주렁주렁 매달려 가린 마녀 뿐...... 코 앞에 피투성이 델라 당도한다. "내가 보기엔 토끼밖엔 없는 듯 싶소." 나지막이. "호랑이 소굴에 제 발로 기어들어온 토끼 말이오."
구슬발 열어제낀다. 모든 덩굴 다 여기서 시작된다. 시들어 백변한 거대한 장미가 사방팔방 뿌리를 뻗어 델라를 맞이한다. 꽃가루 자욱하네... 꽃심 앞으로 걸어간 델라는 검 끝을 장미꽃 향해 겨눈다. 기백 하나만은 아주 오랜 옛날 마신 가이겐한테 맞서 싸운 용사 레넌트 못지 않다. 덤비렴.
그러나 꽃은 움직이지 않는다. 미동 않는 것이 이상해 델라가 눈을 찌푸릴 무렵... "그대." 마녀는 몸을 숙인다. 검에 꽃잎 찔려 피가 흘러도 아랑곳 않고 얼굴 자세히 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마녀님의 따님 아니시오?"
열 살 무렵 황궁의 기억.
"그 마력. 눈동자. 아아, 누가 뭐라 해도 부정할 길 없는 마녀의 자식이로구나."
검이, 내려간다.
"어찌 잊을 수 있겠소? 시초께선 죽어가던 나를 자애로 품어주셨지... 세상은 아직 행복으로 가득하다며. 이런 나 또한 버림받지 않을 수 있다며. 그대의 어머님 덕택에 나의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오.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소. 나를 괴롭히는 침입자에 불과한줄 알았건만... 아아. 당신께선 저한테 새로운 행복을 알려주려 오셨군요!"
마녀는 무릎 꿇는다. (무릎이라는 부위는 존재치 않지만 비유적으로.) 델라의 앞에 경의를 바친다. 초극으로. 입이 있었다면 손등에 입을 맞추었겠지. 초월로. 단상 밑의 입들은 두 팔 벌려 외친다. 구원하소서. 우리를 구원하소서! 태도 바꾸는 속도가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더 빠르다... 앞이며 뒤며 말들이 델라를 붙잡는다. 붙잡는 건 저 말씨들인가? 델라는 알 수 없다. 미소가 짙다. 그러게 말하잖아. 나 사냥꾼이라고......
"나한테 자애를 기대하는구나. 좋아. 인사할까?"
검을 든다. 어느 순간 목적 잃고 내려갔던 검끝이다. 되찾아야 한다.
"안녕. 네 종말이란다."
찌른다. 쑤셔박는다. 이미 박힌 상태에서 다시 한 번, 또 한 번, 헤집듯이, 비틀듯이, 식물을 베어내니 피가 나온다니 참 재밌지. 황홀경에 빠진 마녀. 자신의 피에 취한다. 시초의 딸이여, 구원하소서! 뒤집어쓴 피와 델라의 눈은 색이 똑같아 구별하기 힘들다. 죽음조차 벌이 되지 않네... 움직이지 않게 된 마녀를 바닥에 버린다. 거창한 포부와 달리 참 값싼 최후다. 그걸 보며 델라는 들뜬다. 충분치 못한 벌이었으니 채 해소되지 못한 앙금이 남아야 하건만. 원인이 무어지? 단순히, 마녀가 죽었으니까. 마녀가 죽었으니 기뻐하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숨 토해낸다.
하늘을 본다. 천장까지 뒤덮었던 덩굴은 땅으로 추락했다. 품에서 미사용 스크롤을 꺼낸다. 전언마법. 수신인은... 셰릴 밀워드. 마녀 사냥꾼. 시체 산에 올라 전하노라.
"다 보고 있었니? 만족하길 바랄게. 마녀는 죽였으니... 다음엔 정식 사냥꾼으로서 만나자꾸나."
손을 놓자 스크롤은 붉은 입자로 환원된다. 흩어져 사라진다. 다시 한번, 숨을, 길게 뱉어낸다. 그리고 한 발씩 밖으로 나온다. 피곤한 걸까. 걸음 영 느리다.
주렴 발 넘어 나온 델라를 보고 사람들 외친다.
구원하소서. 구원하소서. 행복의 화신이시여, 버림받은 우리를 구원하소서!
마녀는 죽었다. 확실히. 명백히. 제정신 찾지 못한 보니톤 마을 주민들을 원래대로 돌릴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걸까. 마녀의 딸인 자신을 숭배하는 이들을 내려다본다. 고개를 기울인다. 마녀한테 피해 받아 악행을 일삼도록 변한 자는 마수라 하여 토벌 대상에 포함시킨다. 그 논리대로면 보니톤 마을 또한.
"좋아. 기꺼이 너희의 구원이 되어주마."
마음 정한 델라, 표정 변화 없이 단상을 내려온다. 이전과 달리 희생자는 움직이지 않을 터. 델라가 할 일은 그저 팔을 휘두르는 것 뿐......
"유일한 종결로서......"
끝맺겠노라. 피 맺히는 델라의 발자국은 쌉싸름한 풀냄새가 지독하다.
"......"
앞서려던 델라의 다리가 멈춘다. 누군가가 팔뚝을 잡았다. 낯짝 확인하려 돌아보니, 트리스다.
"델라."
숨 몰아쉬네. 눈알만 상하로 굴려 몰골 검사한다. 온몸에 생채기가 많은 걸 보니... 천장 덮었던 덩굴을 맨몸으로 돌파한 건가? 돌아가면 칼리한테 혼나겠어... 상대 감정 표현 고려치 않은 채 안개마냥 희뿌연 뇌로 관찰하였다.
"이만 돌아가자, 응?" "......"
돌아가자고? 상상치도 못 한 제안이다. 트리스 향했던 머리통 다시 추종자 쪽으로 돌려본다. 깨닫는다. 이 사람들을 다 죽이면... 칼리가 나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못 하겠군. 오히려 강화될 테야. 목표를 이룬 다음에도 네가 발목을 잡는구나... 트리스 돌아본다. 웃는다.
"그래. 돌아가자꾸나."
평상시와 다름 없는 아름다운 미소였다.
* - * - *
칼리가 무기점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기 전서부터 피냄새가 난다. 코를 찌르는 냄새에 칼리는 무심코 하관을 손으로 덮고 얼굴을 찡그린다. 아무래도 정답을 고른 것 같지.
각오를 다지기 위해 침을 삼키고, 무기점 문을 천천히 연다. 낡은 경칩이 쇳소리를......
"형─아─!!"
내기도 전에 칼리가 뒤로 고꾸라진다. 으악!! 짧은 비명과 함께.
"트, 트리스!" "마중 나왔어?! 나 보러 온 거지!" "어디서 이렇게 다쳤어! 아픈 데 더 없어? 이상한 짓 당한 거 있어?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델라로서는 한 발 늦었네─ 하며 골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마음 고생 심하게 했을 칼리를 위해 시간을 내어야겠단 판단이 우선이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자기는 너무 상냥하다. 하루 만의 재회를 흐뭇하게 보던 델라, 문득, 지하로 내려가는 문 바로 앞에 무기점 주인의 시체가 남아있음을 인지한다.
"...... 아델라인은?"
델라의 그림자는 남은 시체를 마저 삼킨다. 아마, 칼리는 그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계단을 뒤로 하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