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동그랗게 뜬다. 전에 다림이와 갔던 탐사-채집 의뢰(일상 설정)에서 게이트 안에 있던, 금속과 유리 같이 생겼지만 만져 보면 부드러운 열매들을 떠올린다. 그런 것도 젤리에 쓰이는 거려나...?
" 이쪽이에요. "
아무튼 나는 적당한 테이블을 골라 앉아있다가 이쪽으로 오는 뒷자리 분(?)을 발견하고 손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 상당히 큰 젤리네요. "
나한테 망고맛이란 건 많이 먹으면 질리는 맛 정도의 이미지니까, 저런 크기의 망고젤리를 사서 올 줄은 몰랐다. 뭐, 사람마다 취향은 다른 거니까. 아무튼 상대가 왔다면 먼저 한정판 젤리부터 뜯기 시작했을 것이다. ...근데 어떻게 생긴 거지? 대충 푸딩같은 모양의 투명한 젤리 안에 여러 과일이 가둬진 모습으로 밖의 사람은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472 >>473 "연애란게 다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잘 흘러가는 게 아니더라구요💦 "
200% 제 경험담인 말씀을 드리고는, 저는 하루양께서 설명해주시는 전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끝까지 들을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듣고 나서도 입을 열지 못했답니다. 요즘......고등학생들은 고백할때 주먹다짐으로 고백을 하는 것일까요....?? 혹시 이게 신한국의 전통 문화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당연하지만 아닐것입니다. 아니어야만 한답니다.
"뭔가 말이어요~🎵 하루양과 첫사랑분께선 굉장히 와일드한? 과정을 거치신 것 같사와요? 그래도 어찌저찌 마음을 잘 확인하고 맺어지신 거 같아 다행이랍니다~ 어찌되었건간에 서로 좋아한단 걸 확인하신 것 아니어요? 그거면 괜찮지 않은지요? "
차마 하루양 앞에서 야생의 연애라는 단어를 쓰기는 좀 그랬기 때문에 애써 돌려돌려 말하기로 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아무튼 정말이지 어디서 이런 경우 또 들어보긴 드물 거 같은 연애담이었습니다. 절대로 못들을것 같아요.
"원래 첫 연애라는게 그런 풋풋한 맛이 있어 좋은 거 아니겠는지요? 저도... 다림양처럼 얘기할때 무척 부끄러웠답니다. 첫사랑 이야기는 아무래도 잘 하지 않는지라.....💦 "
접시에서 쿠키를 하나 집어 얌 하며 조용히 말을 꺼냈답니다. 아마 제가 첫사랑 이야기를 학원도에서 처음 꺼낸게 지훈군 앞에서였던가요? 이렇게 보니 진짜로 얘길 잘 하지 않기는 한 것 같네요. 하기야 결코 밝은 얘기가 나올 소재는 아니다보니 당연합니다만...
"뭔가 한층 두분을 더 잘 알게 될 수 있게 된 거 같아 이 에미리는 기쁘답니다....🎵 "
그래도 어찌저찌 좋게 얘기한 건 기쁜지라 밝게 웃으며 얘기드렸습니다. 아, 또 노곤해 지는 것 같네요 슬슬. 이러다 졸아버리면 어떡하지요...?
쓴 미소를 지은체 다림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이래저래 생각해보면 분명 범상치 않은 고백의 과정이었으니까 다림이 그렇게 말해도 이상할 것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하루였다. 사실 이것을 누군가에게 말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되어서 오묘할 따름이었다. 분명 말할 사람이 생긴 것은 좋은 의미이지만.
" 연애소설만 몇번 봐왔던 저는 이래저래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보람은 있었어요. 그 아이에 대해서 저도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해하게 되기도 했으니까요. 스펙타클하고 와일드하지만 그만큼 보람이 넘치는 일이었다고 정리하면 될 것 같아요. "
다림과 에미리를 보며 두사람의 말이 다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눈웃음을 지어보입니다. 그래도 두사람이 지루하거나 하진 않은 것 같으니 다행이란 생각을 하는 하루였다. 괜히 이야기를 했다가 지루해지기라도 하면 그게 더 슬펐으니까.
" 정말 기뻐요. 앞으로 두분이랑 다른 이야기도 더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하다보면 밤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네요. 에미리는 벌써 피곤한 것 같지만? "
하루는 그렇게 말하며 맑은 웃음을 터트립니다. 분명 하루는 이 두사람과 파자마 파티를 세사람의 이야기로 꽃피울 것은 확실하단 생각을 하면서. 기대가 된다는 듯 눈을 반짝이곤 장난스런 농담도 건낸다.
손이 들어 흔드는 학우분을 보고 그쪽으로 약간 빠르게 걸어간 정훈은 커다란 젤리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맞은편에 앉습니다. 나머지 젤리들은 쇼핑백에 담겨서 의자 아래에 놓여있는 상태고요.
" 이렇게 큰 젤리는, 양에 비해서 가격이 싸거든요! "
많이 먹고 싶은 사람을 위한 가성비 젤리라고 할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면서도 과일젤리를 굉장히 좋아하는 정훈에게 딱 맞는 젤리라고 할 수 있다.
한정젤리는 이쪽 바깥양반(?)도 별 생각이 없었던 듯 하다. 그날의 한정! 이란 느낌으로 어떤 젤리든 자유롭게 가능하지 않을까.. 게이트산 과일이나 망념화 과일이 들어있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 앗. 소개가 늦었네요! 제 이름은 신정훈이라고 합니다! 제노시아 전문고 2학년으로 재학중이에요! "
상대의 질문에 자기소개를 한 정훈은 젤리 포장을 뜯는걸 잠시 멈추고는 상대 학우분의 눈을 또렷하게 쳐다보기 시작합니다. 이제 다른 행동을 한다고 아예 듣지 못하는건 아니지만.. 아직은 종종 흘리는 일이 잦아서요. 통성명을 하는데 상대 이름을 못들었다고 다시 말해주실 수 있냐고 하는 대참사는 일어나선 안되니까 이럴땐 집중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