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신난 마음이 전이됐는지 같이 즐거운 마음이 되어버려서 나도 즐겁게 대화를 했다. 과일젤리... 왠지 사면 악성 데이터가 될 것 같은 불길한 단어긴 하지만 아무튼 맛있으니까. 전문적인 만큼 과일 모양의 과일젤리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가디언넷에서 이파리까지 먹을 수 있는 감귤젤리를 본 것 같은데...
" 그, 그런가요. "
그 말을 듣고 살짝 시무룩해지면서 이 만남은 이것으로 끝나는가 하면...
" 그러면 같이 먹을까요? "
눈을 반짝이면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젤리인데 테이블에서 먹을 수도 있다니 의외로 본격적인걸. 상대가 젤리를 고르는 사이 나도 한정젤리 하나만 보고 있을 순 없으니 젤리를 이것저것 골라본다. 하나씩 꺼내먹는 과일젤리... 윽... 악성데이터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아까 추천받은 복숭아와 감귤맛은 따로 고른다. 플라스틱 통에 낱개로 담겨있는 젤리와 긴 통에서 하나씩 꺼내먹는 단단한 식감의 젤리, 컵 같은 것에 담겨있는 촉촉한 젤리 등등... ...이러다 상대 기다리게 할라! 빨리빨리 계산하고 테이블이 있는 장소까지 와서 아까전의 상대는 어디 있나, 두리번두리번거렸다.
>>568 첫 일상이고 단문 일상이니 아무튼 개그로 가는 게 괜찮을 거 같습니다 😎 에미야로 만나시는게 좋으십니가 에미리로 만나는게 좋으십니가????? 에미야면 카페 몽블랑에서 머리땋고 8bit 선글라스 쓰고 껄렁하게 앉아있는 모범(ㅋㅋ)상담원 에미야=상을 만나실 수 있고 에미리면....솔의눈밖에 안나오는 괴상한 자판기 만나서 절망하고 있는 크로와상 아가씨를 만나실 수 있을듯.....🤦♀️
간만에 탄산이 땡겨 콜라를 마실 겸 학교 건물의 자판기를 찾았습니다! 성학교 건물의 비교적 구석진 곳에 있는 탄산 자판기를 찾아 GP를 넣고 음료를 뽑으려던 저는, 지금 일생일대의 난관을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왜....나오지 아니하는 것이지요..?? "
그것은 바로 뭘 넣어도 솔의 눈밖에 나오지 아니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펩시를 눌렀을 때도 솔의 눈! 놀라서 다시 한번 눌러도 솔의 눈! 이럴리가 없어서 코카콜라를 눌러봐도 솔의 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여섯번이나 눌렀지만 나오는 건 똑같단 점이 너무 분하여, 저는 눈물을 머금으며 자판기 앞에 주저앉아 울먹이고 있었습니다.
게이트산 과일이라던가 망념화한 과일이라던가 하는 특수 과일까지.. 보통 물량이 안정적으로 수급되지 않아 한정 메뉴로 나오는 편이지만! 그러고보면 일전에 춘덕씨가 보여줬던 망념화 망고도 젤리로 만들면 맛있지 않았을까?
" 저야 좋죠! 그러면 금방 사올게요! "
흔쾌히 같이 먹자고 하는 학우님의 모습에, 금방 먹을 젤리를 사오겠다며 정훈은 매대로 향합니다. 테이블 쪽이 아닌 다른 매대로 향하는 학우님의 모습에 약간 의아했지만 다른 젤리들도 고르는 모습에 고개를 한번 끄덕.
그러면 좀 여유롭게 사볼까요! 돈은.. 충분하진 않지만 젤리 몇개 정도는 넉넉합니다!
" 이거랑.. 이거랑... 됐다. "
그렇게 정훈이 고른 젤리는 지름이 10cm 정도 되어보이는 커다란 망고 젤리(망념화 망고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니 무의식적으로 골랐다)와, 차에서 냉장고에 넣어둘 작은 컵 젤리 몇개, 운전석에 둘 마X구X같은 식감의 젤리 몇 통, 길다란 끈처럼 생겨 겉에 흰 가루가 묻은 젤리 등. 아마 테이블에서는 커다란 망고 젤리를 먹고 나머지는 차에 넣어두려는 듯 하네요! 특이한 점이 있다면, 고른 젤리가 하나도 빠짐없이 과일맛이라는 겁니다. 취향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군요.
고른 젤리들을 카운터에 가져가 계산을 마친 정훈은 테이블쪽 자리로 가 학우분이 이미 앉아계시다면 그쪽으로 갈 것이고, 학우분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면 적당히 자리를 잡고 손을 머리위로 들어 학우분이 찾기 좋게끔 좌우로 천천히 흔들겠네요!
계속 울먹거리다 자판기씨를 이리저리 흔들며 "돌려주시란 거에요 제 GP!!! " 를 외치고 있던 저는...웬 동급생(으로 보이시는) 분께서 다가오시는 걸 보고 재빨리 일어나려 하였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가씨로서의 체면이 있는 거에요. 자, 진정하고! 상황을 설명드리도록 합시다!
"아하하🎵 소란을 피워 죄송하답니다. 다름이 아니오라.....여기 계신 이 자판기님께서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펩시를 눌러도 코카콜라를 눌러도 솔의 눈만 꺼내주시는지라....."
설명하면서도 정말이지 어이가 없어, 저는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는 방금 꺼낸 솔의눈 캔을 보여드리려 하였습니다.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전에 다림이와 갔던 탐사-채집 의뢰(일상 설정)에서 게이트 안에 있던, 금속과 유리 같이 생겼지만 만져 보면 부드러운 열매들을 떠올린다. 그런 것도 젤리에 쓰이는 거려나...?
" 이쪽이에요. "
아무튼 나는 적당한 테이블을 골라 앉아있다가 이쪽으로 오는 뒷자리 분(?)을 발견하고 손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 상당히 큰 젤리네요. "
나한테 망고맛이란 건 많이 먹으면 질리는 맛 정도의 이미지니까, 저런 크기의 망고젤리를 사서 올 줄은 몰랐다. 뭐, 사람마다 취향은 다른 거니까. 아무튼 상대가 왔다면 먼저 한정판 젤리부터 뜯기 시작했을 것이다. ...근데 어떻게 생긴 거지? 대충 푸딩같은 모양의 투명한 젤리 안에 여러 과일이 가둬진 모습으로 밖의 사람은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472 >>473 "연애란게 다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잘 흘러가는 게 아니더라구요💦 "
200% 제 경험담인 말씀을 드리고는, 저는 하루양께서 설명해주시는 전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끝까지 들을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듣고 나서도 입을 열지 못했답니다. 요즘......고등학생들은 고백할때 주먹다짐으로 고백을 하는 것일까요....?? 혹시 이게 신한국의 전통 문화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당연하지만 아닐것입니다. 아니어야만 한답니다.
"뭔가 말이어요~🎵 하루양과 첫사랑분께선 굉장히 와일드한? 과정을 거치신 것 같사와요? 그래도 어찌저찌 마음을 잘 확인하고 맺어지신 거 같아 다행이랍니다~ 어찌되었건간에 서로 좋아한단 걸 확인하신 것 아니어요? 그거면 괜찮지 않은지요? "
차마 하루양 앞에서 야생의 연애라는 단어를 쓰기는 좀 그랬기 때문에 애써 돌려돌려 말하기로 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아무튼 정말이지 어디서 이런 경우 또 들어보긴 드물 거 같은 연애담이었습니다. 절대로 못들을것 같아요.
"원래 첫 연애라는게 그런 풋풋한 맛이 있어 좋은 거 아니겠는지요? 저도... 다림양처럼 얘기할때 무척 부끄러웠답니다. 첫사랑 이야기는 아무래도 잘 하지 않는지라.....💦 "
접시에서 쿠키를 하나 집어 얌 하며 조용히 말을 꺼냈답니다. 아마 제가 첫사랑 이야기를 학원도에서 처음 꺼낸게 지훈군 앞에서였던가요? 이렇게 보니 진짜로 얘길 잘 하지 않기는 한 것 같네요. 하기야 결코 밝은 얘기가 나올 소재는 아니다보니 당연합니다만...
"뭔가 한층 두분을 더 잘 알게 될 수 있게 된 거 같아 이 에미리는 기쁘답니다....🎵 "
그래도 어찌저찌 좋게 얘기한 건 기쁜지라 밝게 웃으며 얘기드렸습니다. 아, 또 노곤해 지는 것 같네요 슬슬. 이러다 졸아버리면 어떡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