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읏.." 귀엽다는 말에 결국 고개를 쿠션에 잠깐 묻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수동적인 만큼... 저런 발언(저 남자가 내 애인이다~)이 나올 만한 상황에서도 제대로 대처는 안했다는 거죠. 그런 게 심해지면 본의 아니게 양다리가 된다거나(?) 파-국을 맞이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파멸이 오는... 대충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걸 파자마파티에서 말할 순 없잖아요! 포카포카하고 귀엽고 달달한 그런 것만을 나름 선정해서 끄집어냈던 겁니다.
"에미리 양의 그런 분이 생기길 기원하니까요?" 짖궂음과 진심이 뒤섞인 말을 하며 다림은 쿡쿡 웃었습니다. 디자트도 잘라서 내밀었으니 다림도 한 조각 입에 물었고. 상당히 맛있네요! 달콤한 건 충분히 먹었으니 지금은 덜 달지만 풍미가 좋은 것일까요?
"믿기 힘들어도 하루 양이 거짓말을...음. 게이트 외에는 잘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에미리 양이 다급하게 말하는 걸 보면.. 누군가 생각난(그게 긍정적인 의미던, 부정적인 의미던) 것 같아서 쿡쿡 웃으면서 하루 양의 믿기 힘들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하고는 이야기에 집중할 준비를 하는 듯 쿠션을 끌어안았습니다.
"스펙터클한.. 과정이었네요..?" 정원에서 몸싸움이나. 말다툼과 2층 창에서 뛰어내리는 걸 받아줬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다림은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하루 양.. 은근히 과감한 면이 있었지만 이렇게 과감할 줄은 몰랐다는 거에요..(흥미!) 라는 표정을 짓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저는 어찌저찌 얼버무리기에 성공하곤 흥미롭게 하루양의 이야기를 경청하였습니다. 경청하였는데....세상에, 지금 제가 듣고 있는게 사실인가요?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짐작도 가지 않는답니다????? 사랑한다면서 싸웠다니 이건 또 무슨 말씀이신 걸까요? 게다가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리셨다구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요????????
"정말로...스펙타클한 과정이셨던 것 같답니다...??? "
다림양의 말씀에 동조하며 저는 눈을 잠시 휘둥그레 뜨다 침착하게 질문하려 하였습니다.
"저어🎵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보다 자세하게 들어보아도 괜찮으련지요? 어쩌다가 정원에서 서로 다투게 되셨는지, 또 어쩌다가 창문에서 뛰어내리게 되셨는지 이 에미리는 전말이 궁금하답니다......💦 "
정말이지 하루양께서 방금 말해주신 것은 지금까지 들어본 것들 중 제일 이해가지 않는 이야기 TOP5에 들 이야기였답니다. 요약해서 들어선 절대로 못 믿을 이야기였습니다. 세상에 대체 어쩌다가 일이 그렇게 흘러가신 건지요???
같은 카페에서 일 하고 있으니, 한참 전에 다림이 들은것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스몰 토크라는건 언제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르니 말이다. 쉽게 납득은 했지만, 다림이 놀리는것은 전혀 대비하지 못한듯 귓가가 새빨게져 "그런건 아니야…" 라고 들릴듯 말듯한 소리로 대답할 수 밖에 없었지만.
"…"
새하얗게 질린것은 다림의 얼굴 뿐만이 아니었다. 가디언 후보생인 이상 유혈에는 어느정도 내성이 있는 그이기에 안의 '내용'에 놀란것은 아니었으며, 슬퍼하는 다림의 표정을 보고 질려버린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사랑하진 않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주변인이 끔찍하게 사라진다는 것은- …머리론 납득할 수 있어도, 마음은 그렇지 않으니. 모두가 그럴것이다. 그럴 것이리라 믿고 싶다. 나는 이런 광경을 보고싶어서 거울을 건네준게 아니야.
미안하다던가, 이럴줄 몰랐다던가. 무엇 하나 쉽게 말이 나오지 못해 침묵이 감돌았다.
"…점궤는 절대적인게 아니라고 들었어."
그러니까,
"아직 이루어진 일도 아니잖아?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분명 할 수 있을거야. 그치…"
"그렇죠. 정훈 씨가 꽤 직접적으로 말씀하셔서 놀랐던 기억이 나요." 나중에 한정판 젤리라도 사드리며 물어봤다라는 걸 덧붙여야 할까. 라고 생각하는 다림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별 이유도 없이 막 들어버렸던.. 기분인걸요? 귓가가 새빨개지는 걸 보았기 때문에 이 정도로 하고는(너무 놀리면 곤란한걸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본인에게 뭔가 생긴다면 똑같이 돌려받아버릴 거라고요?) 거울을 주는 것에 짖궂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금방 사라져버리는 안타까운 미소였겠지만.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처럼 깔깔 웃는 듯한 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것에서 벗어난 것은 은후 씨의 말 덕분이었습니다. 과거는 과거고.. 과거에서 벌어졌던 일이 일어난다는 그런.. 점괘는.. 그렇죠?
"그렇...죠." 네. 점괘가 절대적인 건 아니니까요. 라고 말하면서 과거를 보여주는 듯한 거울에서 나오는 빛이 끊기는 것과 동시에 거울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습니다. 외면하고 회피하고 있던 것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현재 보호자가 누구인지조차도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잖아요. 연락은 커녕 왔어도 받지 않았을 겁니다.
"괜찮아요. 뭐..말씀하셨듯.. 다른 걸 찾아볼 수 있겠지요? 타로를 더 봐도 상관은 없겠지만요...?"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타로를 본다 한들 지금 감정에 영향을 받아서 제대로 나올 리가 만무했습니다. 점술사는 아무런 말이 없이 그저 향을 끄지도 않은 채 그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