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변덕이 선택을 어그러틀지언정 그 당시의 감정과 기억마저 바래게 하지는 못했다. 선하가 눈을 조용히 굴려 주원쪽을 보았다. 샐쭉 웃음 짓는게 악동처럼 보였다. 누누히 말했지만 선하는 여즉 호의를 좋아했다. 대가 없는 호의가. 그래서 선하는 소리 없이 속삭이고 만다. 네 말이 틀리면 심술부려도 몰라. 배배 꼬인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으나 선하는 솜씨 좋게 속내를 숨겼다.
"어차피 이 근처야. 걸어가도 충분한 걸? 언젠가 시간 되면 너도 와 봐. 시설이 좋거든."
그렇게 말하는 선하는 꽤 기분이 좋아보였다. 실로, 선하는 수영을 좋아했다. 끝없이 밀려오는 물결들과 물을 가르고 들어가는 제 몸, 물길을 찾아낸다면 승자는 자신이었다. 선하는 느릿하게 우산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시선이 손을 따라간다. 손에 고인 물들이 팔뚝을 타고 내려갔다. 옷과 팔이 젖는 건 하등 걱정되지 않는 태도였다. 바람 불면 날아갈 부잣집 아가씨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부른 포식자처럼 권태로워 보였다.
"네가 오면 기쁠 것 같아."
기분이 꽤 좋은 상태였으므로, 선하는 충동적으로 말한다. 미래의 제가 어찌 느낄지는 확신하기 어려웠으나 상대가 진실로 수영장으로 올지 역시 확신하기 어려웠다. 어차피 이정도 말은 인사치레로 다들 한다.
"오... 끝까지 상냥하기는. 그럼 이건 그냥 내가 가질래."
명백한 심술이다. 호의를 위해 우산을 밀어줬건만 원하는 건 굴러떨어지지 않았다. '고마워하고 감동받기를 바랐는데 말이야. 날 착한 아이라고 생각해줘.' 지극히 일차원적이고 유치한 마음의 요구였다. 제멋대로인 구석이 있었다. 그런 유치한 생각을 하면서도 선하는 여전히 웃는 낯을 하고 있었는데 묘하게 성의 없어 보였다. 덧없고 담백한 친절만을 두른 선하의 분위기는 아까의 그것과 사뭇 달랐으나, 이게 원래의 선하였다. 제게 기울어진 우산에 시선조차 주지 않은 상태로 손수건을 접는다. 관심 잃은 것처럼 구는 것치고는 그 움직임이 몹시 세심하고 섬세했다. 한치의 오차 없이 접힌 손수건이 선하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난 양선하야. 편한대로 불러."
도자기로 구운 듯 미동 없는 미소로 화답한다. 그러다 문득, 이 아슬아슬한 관계에 무슨 미련이 생겼는지 고개를 들고는,
"그냥 나보고 착하다고 딱 한마디 해줘. 난 지금 내리는 비 보다 네 말 한마디에 더 관심 있는데."
>>502 선하 거울 앞에서 혼자 웃는 연습 씩 했을 거 생각하니 넘 깜찍한데요 깨물지도몰라.. >>511 그렇네요! 다다가긴 쉽지만 깊이는 어려운 느낌일까요 ㅎ▽ㅎ 그 아래까지 닿아 줄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513 어쩜 골댕주는 이런 모습도 귀여워요 >>515 사하주 괜찮으세요? 안 좋은 꿈이라도 꾸셨을까요?ㅠ▽ㅠ어서오세요 쉬다가요.
>>530 그렇구나 자러갈 때까지 같이 놀자 ㅇ.<)~ 나 원래 잠깐 깼다가 바로 자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말똥하더라구 이렇게 새벽에 놀 기회를 얻었다 -///- >>532 슬혜주도 안녕~~~~!! >>533 왠지 스위리~~ 하는 호칭이 생각나는 tmi야 ㅋㅋㅋㅋㅋ 양들을 귀여워하는 지구를 귀여워하는 나.....
다들 상냥하셔들... (흐릿) 계속 깨있긴 했는데 자세 때문에 아파서 좀 딴생각하고 있었구요, 원자폭탄 (ㅋㅋㅋㅋㅜㅜㅜ) 캐는 낸 기억이 없구요.. 귀여워서 플러팅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ㅋㅋㅋㅋ
아랑주 tmi 짜릿한 전애인 선관 해보고 싶었다. 아랑이 얼굴이랑 성향 보고 포기한 선관이지만.. ㅜㅜㅜㅜ.. 언젠가의 이벤트에 그 이벤트 한정으로 전애인 선관됩니까, 지구주? tmi2 아랑이 미래 픽크루.. 는 살짝쿵 어른스럽게 만들고 싶다 아랑이 tmi 처음 픽크루 만들고 떠올린 향은 딸기우유향. 그러나 딸기우유같은 애한테 딸기우유향까지 줬더니 너무 어린이 같아서.. 다른향으로 바꿨다. 이 설정의 영향으로 아랑이는 생딸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생딸기>생딸기 들어간 음식들>평범하게 맛있는 딸기맛 식품>>>>딸기섞인괴식(이건 별로.. )
>>536 지구랑은 지금 당장도 가능하실 것 같은데요 ㅎ▽<!! 인간관계가 나름 깔끔한...아이라..편견없고... 지구가 전애인이라 치면 왠지 아랑이는 전애인이 있는 학생회에도 왈칵 놀러오곤 해서 지구만 혼자 부끄러워할 것 같고 그렇네요 그래서 그 언젠가의 이벤트에 그 이벤트는 어떤 아이디어신가요? ㅋㅋㅋㅋㅋㅋ(메모지..
선하는 주원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샐긋 웃음지었다. 주원은 스스로가 막무가내로 자신의 욕심을 밀어 붙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 우산을 씌워주고 싶다고 한 것 - 선하가 자신을 의심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받아들였다. 대가 없는 호의는 대개 의심하기 마련이었으니까.
"수영을 아예 할 줄 모르는건 아니니까. 언젠가 생각 나면 가볼게."
수영에 대해 말하는 선하는 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어지간히도 수영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수영부 소속이니 당연히 그럴법도 하겠지. 몰두할 것이 있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사람은 멋지지. 하고 주원은 지나가듯 생각했다. 그녀는 느릿한 움직임으로 우산 바깥으로 손을 내밀었다. 수영 이야기를 해서 그런 것인지, 물의 감촉을 느끼고 싶었던 것일까? 주원은 그 행동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냥 의미 없는 행동일지도 모르고. 그것에 대해선 굳이 물음을 품지 않기로 했다. 손을 타고 물이 흘러 어깻죽지와 옷을 적시는 것이 여실히 보여왔다. 젖어도 상관 없다는 것인지. 어쩌면 그녀는 주원이 본 것 이상으로 강할지로 몰랐다.
"그래?"
주원은 그것이 인사치레라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누구나 하는, 그런 말들. 그런 것들을 혐오한 적도 있지만 그저 회화의, 관계의 윤활류일 뿐이라고 그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도 감정 결여된 말을. 진심이 결여된 말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저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을 정도일 뿐이다.
"그래. 네가 가져."
주원은 시원하게 손수건의 소유권을 선하에게 넘겨주었다. 특별하게 기억이 남아있는 물건도 아니거니와, 갖고 있는 손수건을 몇 개 더 있었기에. 고개를 돌려 선하의 얼굴을 보자, 묘하게 실망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주원은 자신이 실망을 안겨줄만한 행동을 했는지 지금까지의 짧은 대화와 행동을 되짚어 보았지만, 특별히 걸리는 것은 없었다. 어쩌면 자존심이 상한 것은 아닐까? 굳이 우산까지 밀어주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방금 전과는 달리 관심 떨어진 눈을 하고 손수건을 정확하게 접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럼 선하라고 부를게. 선하도 나 좋을대로 불러도 돼. 그래봤자 주원이라고 부를 뿐이겠지만."
주원은 그녀에게 말했다. 여전히 그의 왼손은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로. 오른손은 그녀쪽으로 기울인 우산을 들고 있었을 뿐이다. 여전히 발을 등굣길을 걷고 있었고.
"착하다고? 왜?"
주원은 그녀에게 질문했다. 타인이 자신에게 하는 의미 없는, 감정 담긴 말은 상관 없다고 해도 그것이 자신이 뱉는 것은 별개였으니까.
"무슨 행동에 대해 착하다고 말해주길 원하는데? 그걸 내가 납득하면 말해줄게. 나, 감정 없는 말은 잘 못해서. 싫어하거든. 아, 널 말하는게 아냐. 내가."
그는 집요하게 선하의 행동에 대해 물음을 품으며 먹잇감을 문 맹수 같이, 표적을 저격하는 저격수 같이 그녀의 말의 의미를 정확하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552 모야모야 나는 귀여운 망픙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눈물좔좔 흘리는 게 나와버렸어..... 제게 그런 질문을 하시다니요 예스 오브콜스...ㅠㅇㅠ)~ >>55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플러팅 뭐가 있지... "너라면 35도일 때 춥다고 에어컨을 꺼도 좋아." 이런.. 진짜 망해서 폐허만 남은 플러팅
호기롭게 외치며 괜찮다고 주장하지만 글쎄, 과연 상처란게 정말 30분 안에 낫기가 가능한걸까 의구심이 든다. 어쩌면 그는 그냥 움직이는데에 불편함이 없어질 정도를 '낫는다' 라고 칭하는 것일 수도 있다.
" 난 괜찮아! 다른 사람보다 튼튼하거든! "
그는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자신이 튼튼하다는 것을 아필했지만, 글쎄. 이현이 말한것과는 논점이 다르다. 어쩌면 이 언쟁은 창과 방패처럼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 음음. 우리가 모시고 있는건 신이 아니라 '절대 방어술' 그 자체니까. "
기술을 얻는것 자체를 원하고 있으니까... '신' 같은 존재이긴 하지만 신은 아니다... 뭐, 어차피 그가 멋대로 만든 종교 비스무리한 것이니 세세한 것을 따질 필요는 없을테다. 그 말고 다른 신도가 있는것도 아닐테고. 아까 연필을 던진 사람은... 그냥 불쌍한 지나가던 학생 1이었을 뿐이다. 그 학생은 그저 연호가 원하던대로 연필을 던졌을 뿐이다. 혹여나 다칠까봐 연필 끝을 부러트려놓는걸 잊지 않은걸 보면 착한 학생인듯 하다.
" 5미터라. 그럼 멀리서 널 발견하자마자 달려가야겠네! "
굳이 달려야 할까 싶지만, 그는 인사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친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의 인사성은 밝은 편이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덕분에 헉교 내에선 인사 잘하는 학생이라는 평도 종종 들리곤 하니까.
그는 변안간 그녀가 시선을 마주치며 오묘한 시선을 보내는것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무언의 질문을 보냈다. '왜 그래?' 라는 질문이었겠지. 상냥하다는 말에는 어느새 하얗게 불탔던 기운은 사라지고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 그런가? "
딱히 상냥함을 노리고 있는것은 아니었다. 어떤 부분에서 상냥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건지 입꼬리는 슬며시 위로 올라가있었다.
" 음음. 그 셋중에 에그타르트를 고르다니. 역시 새슬이야. "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감탄했다. 역시 보는 눈이 있다니까- 라고 중얼거리듯이 말하는것을 보면 그도 에그타르트를 좋아하는것 같다. 사실 셋중에 먹어본게 에그타르트 뿐이어서 그런거겠지만.... 그런 자잘한건 굳이 입 밖으로 낼 필요는 없겠지.
" 이뤄진다면 나는 유명인이 되겠지! "
되겠냐. 것보다 이뤄진다면 연호 자신이 유명해지는게 아니라 그 소원이 유명해질 것이다. 아무튼 그는 자신의 소원이 마음에 들었는지 만족스러운 웃음을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가 지적한 사실에 그는 뜨끔 한듯이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 아, 아니~? 내가 그런 위험한 짓을 할 리가 없잖아? "
거짓말도 저런 거짓말이 없다. 그가 지금까지 해온 위험한 일들을 꼽으라면 A4용지 한장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그것도 10포인트짜리 글씨로도.
" 어, 뭐!? 야!! "
그가 딴청을 피우고 있는 사이 새슬이 시합이라고 선언하며 먼저 그를 지나쳐 달려나갔다. 그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그로써는 잠시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다가, 재빨리 상황파악을 하고서 달려나갔다. 계단을 두칸 세칸씩 뛰어내려다가 그걸로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아예 훌쩍 뛰어 계단을 한칸처럼 내려갔다. 그녀는 난간으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는데, 둘의 속도가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아서인지 거리가 그리 좁혀지지는 않았다.
한 문장에 거짓말이 2개나 들어가다니.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을까. 그의 마음속에는 역시 상냥함 따위는 없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열심히 달려 내려가다보면, 어느새 벚꽃나무에 가까워지고 있을 것이다. 그는 뒤쳐진 거리를 메우기 위해 최대흔 열심히 달렸다. 결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