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쩐지 카페에 자주 가게 되는 느낌이다... 이건 설마 카페중독? 주-중독 멈춰!! ...할 때가 아니지. 왜냐하면 지금은 약속을 잡아서 가는 거니까. 그것도 예쁘고 귀여운 후배와의 약속을 잡아서 말야. 얘기라고 했으니까 스터디 같은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 딱히 뭘 챙기진 않고 그대로 카페로 향했다.
" 하루야- " 느긋하게 도착해서 이름을 부른다. //짧은 선레가 버릇이 될 것 같다...
봄날의 적당한 어느 오후. 마을은 평화롭고 햇살은 따뜻하다. 이런 날엔 밖에서 버스킹이라도 할까 했지만, 요즘 신경쓰이는 책이 있어 도서관에서 빌린 뒤 - 물론 절대 연체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당했지만 - 방에서 책을 읽다, 문득 바깥에서 읽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혔다.
어디에서 책을 읽으면 좋을까. 어디에서 읽어야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저 돌아다니다가, 어느 벚꽃나무 아래에 적당한 공간이 있기에 한 번 앉아 책을 읽어본다. 불어오는 바람은 기분 좋고 주위의 적당한 소음도 집중이 잘 되는 정도였기에 나쁘지 않았지만, 마침 매우 가까이 둘이서 물고..아무튼 할 것을 다 하는 커플이 보인다. 바깥에서까지 저러고 싶나?! ..아니 저러고 싶겠지! 이해는 간다만!
나는 한숨을 내쉬고 책을 탁 덮은 뒤 다시 돌아다녔다. 봄날. 그것은 나만이 기분 좋고 나돌아다니기 좋은 날이 아닌 다른 모두에게 동일한 경우다. 즉 어딜 가도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나는 문득 카페 몽블랑을 떠올렸다. 소동도 일으키고, 점장(아마도 대리?)인 에릭에게 주의까지 받았지만 그와 동시에 할인권을 받은 것을 떠올린 것이다. 커피는 나에겐 사치지만 할인권은 참을 수 없지. 곧장 몽블랑 카페로 향하기로 했다.
마실 것은 오직 캬라멜 마끼아또 하나. 그 달달하고 적당한 쌉쌀한 맛에 반한 것이었다. 카페에 들어가 주문을 하려는데, 누군갈 부르려고 두리번거린 나는 점원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휴식에 들어간건가, 아니면 우연하게 아무도 안 보이는 건가? 나는 카운터의 벨을 두 어 번 눌러 점원을 불렀다.
카운터의 벨이 울리자 나는 망설이다가도 결국 뛰쳐나갔다. 평범한 주문을 왜 망셜였냐면, 지금 내 성별이 뒤바뀌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먹은 음료의 약효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일을 갑자기 쉬기엔 다른 직원들이 오늘 비번인 날이다. 따라서 결국 일단 오늘까진 업무를 마치기로 했다. 이미지 자체는 비슷해도 체형이라던가 확 변했으니,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알아보긴 어렵.....겠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알아볼만한 사람들은 알아볼 수 있겠지. 죽고 싶다.
"힉."
그러다가 주문한 당사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번에 그.....요즘 소문이 많이 들리는 가쉬가 아닌가. 큰일났다. 가장 보이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일단은 내가 아닌척하기로 했다. 만약 나를 알아본다면 오해가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다. 솔직히 알아보지 못하면 못하는 대로 또 묘한 분위기가 될지도 모른다만....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자.
요즘은 몽블랑에서 양갈래머리를 자주 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양갈래 머리와 새하얀 원피스를 걸치고 나온 하루는 먼저 카페에 도착해서 앉아있었다. 주문은 비아가 온 후에 할 생각이었기에, 느긋하게 턱을 괴고 앉아있던 하루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몸을 벌떡 일으킨다. 그리곤 비아를 향해 힘껏 손을 흔들어 보이다 못해 자리에서 벗어나 비아에게로 향한다.
" 오느라 힘들진 않았지? 막 이상한 사람이 언니 보고 치근덕대고 그런건 아니지? "
하루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요즘 서로 바빠서 제대로 만나지 못한지 꽤 된 상태였기에 더 반가운 것일지도 몰랐다. 늘 만나려고 했지만 어째선지 스케줄이 좀처럼 맞지 않았던 두사람이었다.
벨을 누르니 카운터 뒤쪽 주방에서 누군가 대답하며 나왔다.아무래도 바쁜가보다. 다른 점원은 한 명도 없고 처음 보는 듯한 점원이 업무를 보고 있었으니. 잠깐, 처음.. 보는 사람인가? 밝은 갈색의 긴 머리. 붉은 눈동자. 왠지 저번보다 좀 더 키가 작아지고 그 대신 다른 곳이 커진 느낌이 들었지만, 확실하게 어디선가 본 느낌이 들었다.
"으-음."
나는 그녀의 - 어딜 봐도 남자일리 없잖아. - 얼굴을 미간을 찌푸린채로 주시했다. 분명, 어디서 봤다. 그러니까.. 그래!
"방패녀!"
나는 그녀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왠지 그 때보다 더 여성스러워진 느낌이 들긴 했지만, 확실히 그녀였다. 이름이 진화랬던가? 너무 오랜만에 만나 이름까지 까먹을 뻔 했다.
"뭔가 이상한단 말이야. 그 때도 충분히 귀엽긴 했지만, 왠지 더 귀여운 느낌이 드는데."
묘하게 얼굴도 더 귀여워 진 것 같고, 무엇보다 체형이 상당히 다르게 변했다. 그 땐 붕대라도 감고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