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을 콕콕 찌르는 령의 행동에는 시원은 표정을 바꾸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무표정에서 한 번 다시 웃기 시작하니 계속 웃는 표정을 유지했다는 말이지요. 차마 찌르지 말라는 말을 하기가 무서워 메마른 웃음만 반복하고 있었지만요. 하하, 하. 하.
"......"
시원은 차라리 입을 다무는 길을 택합니다. 령이 사과를 끔찍히도 싫어한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은 아니었고(그러기엔 시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궤멸적인 수준에 가까웠기에), 그저 팬다는 협박이 무서워 입을 다물었을 뿐입니다. 더 정확히는 쫄아서 얼었습니다. 입을 열면 계속 사과가 나갈 것 같은데 어떡하면 좋나요.
"...... 선배님 앞에서는 아무리 당당한 사람도 쪼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는걸요......"
그래도 쫀 것 치고는 혓바닥을 놀리긴 합니다. 그리고 덧붙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겁쟁이가 아니란 뜻은 아니지만요." 인정할 건 인정합니다. 방금 전에는 사과한 게 기분을 거슬렀지만 지금은 웃고 있으니까... 플러스 마이너스 0 아닌가? 하고, 당신의 웃음을 그렇게 해석하네요.
"하하, 하. 하...... 그, 그러게요. 긴장하는 거 좋은 버릇 아닌데......"
... 그것보다 내가 당신 두려워하는 거 알긴 아는구나? 하는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입은 웃고 있어도 눈은 웃지 않네요. 그러다가 당신이 양아치들한테 손짓하여 단 둘이만 남자 어색했던 웃음은 밝은 웃음으로 바뀝니다.
"아. 고맙습니다 선배님!"
고마운 건 꼬박꼬박 말하는 시원이었습니다. 크게 감사인사를 말한 시원은 자신의 교실 문을 엽니다. 어느 순간엔가 령과 시원은 시원의 반에 도착했었습니다.
시원이 메마른 웃음만 흘리자 재미없다는 듯 뺨을 한 번 주욱 늘리고 놓아버린다. 내 멘티님의 재능은 로봇이 되는 거에 있었나? 그것 참 재미없는 재능이네. 요즘 인공지능 AI는 멘티님보다 말을 잘 할 거 같은데 인간이 이렇게 로봇에 뒤처진다는 것을 보니까 안타깝기 짝이 없어. 마지막엔 지어낸 듯한 한숨까지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내 멘티님이니까, 로봇보단 잘할 수 있겠지?
"잘하네. 이렇게 잘할 수 있으면서 방금은 왜 그랬을까."
느릿하게 읊조리며 시원의 머리를 결을 따라 천천히 쓸어내린다. 역시 이 정도 협박이면 넌 입을 다무네. 또 다시 사과를 나불거릴 정도로 멍청하진 않구나. 가끔씩 제가 하는 말이 빈 말인 줄 알거나 그걸 또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멍청한 놈들은 정말로 패줬기에 여기서 멈춰준 것은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선생이 시켜서 한다는 게 기분이 나빠 멘토 시간 때는 항상 기분이 최악이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꽤 좋은 기분을 다시 망쳤다면 너도 나도 안 좋잖아.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근데 어쩌나. 멘티님이 틀린 것 같은데."
아직 내게서 배워야 할 게 좀 많은 듯 하네. 같이 좀만 더 있으면 후배님도......저절로 알겠지. 잠시 입을 다물고 뜸들였던 그가 다시 입을 열어 말을 마쳤다. 어디에 기분이 상했는지 평소 짓지 않던 일그러진 얼굴이 되었던 그가 다시 표정을 폈다. 자기 파악은 잘 하네, 멘티님. 지인 파악은 잘 못하는 것 같아도.
"그럼 긴장 좀 풀지 그래."
그걸 왜 모르겠니. 내가 바본 줄 알아? 하는 눈빛으로 화답한다. 어깨에 걸치던 팔을 치우고 양 어깨에 손을 올려놓은 그는 마치 긴장을 풀라고 압박을 주듯 천천히 꾸욱꾸욱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