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장 보고 왔는데 나한테는 헷갈리는 점이 있는걸...! 6월 20일하고 6월 25일에 진행이 있었다고 하면 6월 20일 진행에만 참가해서 21일에 일상을 돌린 사람은 6월 26일부터는 수련장을 못 쓰는 거지? 그 전까지는 일상으로 망념을 다 깎았다면 몇 번이든 쓸 수 있는 거고?
처음에 들어온 계기가 다림이 몸이 안좋을테니 당분간 재료 손질을 도와주겠다- 여서 재료 손질 이외에 많은 일을 맡고있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저런걸 해보는건 좋지만 단순히 한두번 해보는게 아니라면 하던것만 계속 하는쪽을 선호하기도 하다보니.. 그리고, 어째선지 에릭씨가 카운터를 잘 안맡기려고 하는 것 같다. 시선이 부담스럽다나?
쟁반에 올려진 따뜻한 녹차 두 잔을 테이블에 옮긴 뒤, 정훈은 쟁반을 옆에 끼고서 은후의 맞은편 자리에 앉습니다.
안심한 듯이 반쯤 눈을 감으며 눈꼬리만 휘어 웃다가도, 비아가 계속 웃자 지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비아를 빤히 바라본다. 가르쳐주지 않을 거야?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을 비아에게 보냈다.
" 비아는 어른스러우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해줘도, 자꾸 너 혼자 모든 걸 짊어지려고 할까봐 걱정돼. "
가벼운 말투였지만, 지훈은 살짝 무겁게 받았다. 농담이 아닌 진심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무거운 말투나 표정도 비아의 더 큰 웃음을 보며 점점 가벼워져, 마침내 크게 미소를 그려보았다. 비록 입모양만 호선을 그린 모습이라고는 해도, 인위적으로 따라한 미소이긴 해도, 분명한 미소였다.
" 아무도 안 찾아오니까, 괜찮지 않을까? "
비아와는 다르게 지훈은 모범생이라는 거리가 조금 있는 편이었으니. 별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도 비아가 이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은 다행이었지.
"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데. "
눈을 느리게 깜빡이는 비아의 눈을 빤히 응시했다. 놀란 모습을 숨기려고 하는 그 행동이, 조금 귀엽게 보여 저도 모르게 나른했던 표정이 살짝 풀어져서 미소지어버렸다. 그리고 나온 대답은, 한 박자 느린 기쁘다는 대답. 지훈은 그 대답을 듣고 잠시동안 입을 다물고 비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건 내가 원했던 대답이지만, 내가 원한 대답이 아닌데. 속으로 살짝 웃었다. 침묵을 깨고 발을 내딛어 비아를 향해 다가갔다.
" 설마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건 아니지? "
조금 더 거리를 좁히고 싶었다. 다가가는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간 지훈은 비아와 겨우 한두뼘 남짓한 거리를 두고 멈춰섰다. 네 추측을 확신으로 만들고자 했다.
수련장 보고 왔는데 나한테는 헷갈리는 점이 있는걸...! 6월 20일하고 6월 25일에 진행이 있었다고 하면 6월 20일 진행에만 참가해서 21일에 일상을 돌린 사람은 6월 26일부터는 수련장을 못 쓰는 거지? 그 전까지는 일상으로 망념을 다 깎았다면 몇 번이든 쓸 수 있는 거고?
아무 곳이라고 해도 정말로 밖에서 보이는 곳엔 앉고 싶지 않았기에 은후는 익숙하게 '에미야국이짜다'의 연애 상담을 고려해서 만들었을 것이 분명한, 다림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앉았던 프라이빗한 테이블에 앉았다. 일단 정훈씨 말고, 너구리씨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것은 '메너'인 것이다!
"아, 평소에는 주방 일만…. 어쩌면 타이밍 딱 좋게 제가 찾아온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의 습관(?)을 생각해보면, 어째서 카운터에 서게 두질 않았는지 이해가 가지만, 굳이 그것을 입 밖에 꺼내지 않고 자신의 앞으로 내려진 찻잔을 가볍게 감싸듯이 잡는다. 꽤 따뜻한 그것은, 흰 장갑 너머로도 적절한 정도로 온기가 전해져 아직 차를 마시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조금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 느긋하게 둘이서 있을 수 있겠네요. 기뻐라."
그런 말을 하면서도 뭔가 수줍은 듯이, 시선을 찻잔 속, 푸른 음료를 향해 내리깔았다가…. 잠시의 침묵 뒤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음…. 사귀는데 아직도 존댓말을 하는 건, 역시 좀 그렇죠…?"
그런데 하루아침에 편하게 말을 하려니, 잘 안 나와서. 살짝 곤란한듯한 미소가, 표정이 얼굴에 나타났던가. //10
선글라스를 쓴 의문의 연애상담사 에미야 씨의 테이블. 밖에서는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 그곳에 앉아서 정훈은 자신의 찻잔을 양손으로 잡아 좌우로 슬슬 흔듭니다. 연한 녹색의 찻물이 흔들리면서 만들어내는 파문을 잠깐 눈에 담으면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금은 진정해서 얘기를 이어나갈까요.
" 앞으로는 주방에만 있지 말고 바깥에도 자주 나와봐야겠네! 너가 다녀가는데 주방 안에만 있느라 모르고 지나가면 안되니까! "
주방이 바쁘지 않냐고 묻는다면, 요리를 할 줄 몰라서 재료손질이 주 업무이기에 괜찮다! 대부분의 일은 카페 오픈전에 미리 마쳐두니까 말이지. 그래서 다른 직원들보다 일찍 퇴근하는일도 잦다. 여러모로 널널한 아르바이트 느낌?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은후를 바라보다가, 둘이서 느긋하게 있을 수 있어 기쁘다는 말에 정훈은 얼굴을 붉히며 급하게 시선을 내려 찻잔을 바라봅니다.
마음의 평화.. 마음의 평화...
속으로 읊조리며 찻물의 파문을 보다가, 결국 찻잔을 들어 천천히 한모금. 따뜻한 기운이 몸 안에 퍼져나가니 좀 진정되는 기분이네요.
" 으음, 좀 아쉽다는 마음은 물론 있었지만- 괜찮으니까 느긋하게 생각해줘! "
급하게 말을 놓을 필요는 전혀 없다. 오늘 만난것처럼, 내일도. 다음주도. 다음달도. 내년도 만날 테니까.. 그러니 느긋하게. 편하게 놓을 수 있게 된다면 그때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