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 과연 깊은 관계... 그런 거라면 확실히 깊은 관계가...(? 시트만 보면 가쉬는 그나마 최근에 의념각성 한 것 같은데 맞나여? 🤔 은후는 5살때니까... 얘 성격상 아마 말로만 물어보고 끝낼게 아니라 막는다거나 하는 식으로도 행동할것도 같은데...(어짜피 후폭풍이야 아버지가 여주 백작인데...)
"기분 나쁜 새끼!" "너만 그런줄 알아?" "그렇게 죽고 싶으면 죽으라고!" 삶은, 불공평하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모두의 삶은 불공평하단 것이고, 그 불공평하단 것이 자신의 잣대가 되어 그것으로 상대방을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내 나이대의 또래나 그것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발길질을 당하는 것은 그다지 이렇다 할 일은 아니었다. 통각은 느껴지지만 마치 그것은 내가 나를 옆에서 보는 것과 같이, 느껴지더라도 내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나를 원으로 둘러싸고 밟고, 짓누르고, 차고 있었다. 허나 그 발길질도 점차 잦아들었다. 아마 지친 것이겠지. 오늘은 여기에서 끝일까? 아니면 다른 것이 이어지는 것일까?
"이제 '축구' 하는 것도 재미 없어. 좀 다른 거 없을까?" "이녀석 목말라 보이는데, 물을 좀 주는건 어때?" "좋아! 이번엔 '식물 가꾸기 놀이' 를 해볼까?" 개중 나이가 많아 보이는 몇몇이 화단 근처로 가 호스를 가져왔다.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는, 굳이 예상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다. 수도꼭지 쪽에서 대기하던 아이는 호스 끝을 들고 온 아이의 신호를 받고 물을 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물을 나에게 그대로 쏘아댔다.
"시원하지? 먼지 많이 먹었을테니까 샤워 시켜주는거야!" 호스를 든 아이는 킬킬대며 호스의 중간부분을 엄지 손가락으로 눌러 수압을 강하게 하고 그대로 물을 쏘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웅크려서 기다리는 것 뿐.
늘 발단은 언제나 예기치 못하게 일어난다. 은후가 가쉬를 처음 만난 것도, 그런 예기치 못한 이야기 중 하나일 뿐이다.
"누나가 가는 곳이라면 나도 가보고 싶어!" 라는, 천진난만한 말 한마디로 시작되어 온 보육원은, 그리 좋지만은 않은 곳이었다. 시설이 좋지 않다는, 그런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나름 번듯한 그 건물 안의 실태가 문제였으니.
그리고 그 실태를 지금 은후는 마주하고 있었다. 보육원에 들러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은후의 경호원으로서의 행동이 아니라 순수한 개인의, 자발적인 행위였다. 고로, 보육원에서 '누나'가 일을 하는 동안 은후는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그런 실태가, 냉혹한 따돌림의 현장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거기, 너희. 뭘 하는 거야? 안 멈춰?"
상황을 파악한 소년의, 노기가 섞인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처음 보는, 누가 봐도 보육원의 아이는 아닌 은후의 등장에 순간적으로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어리둥절해 하는 아이도 있었고, 재수 없는 것을 본다는 듯한 표정을 하는 아이도 있었고,
"내가 '친구' 좀 샤워시켜주겠다는데, 니가 뭔데 나한테 지랄이냐?"
가쉬를 향한 괴롭힘을 멈추지 않는 아이도 있었다.
"멈추라고 했어." "아니, 그러니까 니가 뭐냐고? 이 새끼 애인이라도 되냐?"
나는 분명 멈추라고 했어.
혈기 넘치는 초등학생 2학년은, 다음 경고를 말로 하는 대신 행동으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발밑에 채이던 적당한 크기의 돌멩이를 힘껏 발로 차, 호스를 들고 악착같이 자신에게 반항하던 아이의 손을 맞춘 것이다. 아이가 그 충격으로 호스를 놓쳐버리고, 바닥으로 떨어진 그것은 수압으로 힘차게 움직이며 가쉬를 괴롭히던 다른 아이들을 향해 물줄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멈추라고 했잖아?"
그렇게 툭 쏘아붙인 은후는, 속으로 꼴 좋다고 생각하며 뭐라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을 피해 가쉬를 향해 총총걸음으로 걸어간 것이다.
처음 듣는 목소리. 하지만 그런것은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아무것도, 그 어떤것도 아무런 상관도 없다. 이것이 끝나길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계속 되길 바라는 것도. 그저, 아무 필요도 없었다. 그 와중에 처음 듣는 목소리의 소년이 그들과 대화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제대로 들린 것은 아니지만 서로 언성이 높은 것으로는 다투는 것일터였다. 그 뒤로 무언가 차는 소리와 둔탁한 타격음이 들리더니 나에게 쏟아지던 물은 주체하지 못하고 날뛰기 시작했다. 호스를 놓친 것인가? 그리곤 가까이서 그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였다.
그 소년은 나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무엇이 괜찮냐고 묻는 것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날 둘러 싸고 괴롭히던 아이들은 서로 무언가 대화를 주고받다가 그대로 사라졌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웅크린 자세를 풀고 그 자리에 앉아 콜록대며 먹은 물을 뱉어냈다. 별로, 어찌되든 상관 없어.
나는 고개를 들어 그 목소리의 주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와 같은 보육원 신세를 지지 않은, 곱게 자란 티가 나는 그런 소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