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념발화에 발화發火라는 이름이 붙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순수한 의념 자체로는 결국 인간의 한계 이상으로 힘을 몰아낼 수 없습니다. 단순히 인간의 육체를 진화시키고 더 높은 영역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즉 의념은 사용자를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는 반면 사용자를 보호하는 보호구가 되기도 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의념의 각성은 매우 어린 나이부터 이뤄집니다. 그런데 어린아이가 순수한 이유로 어른도 낼 수 없는 힘을 낸다면 그 연약한 몸이 한계점을 넘어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몸이 망가지는 효과를 내겠지요. 그렇기에 의념은 사용자의 출력 이상으론 그 힘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오랜 수련과 위험을 거친 가디언들이 타 의념 각성자에 비해 높은 출력을 지니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의념발화는 다릅니다. 단순히 의념이라는 제약점을 스스로의 의지로 풀어내고 의념의 힘을 다룹니다. 그러니 의념발화를 사용하는 동안은 신체의 강한 힘을 끌어내고, 의념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힘을 뿜어내기도 하는 것이죠. 원래의 의념이 보호구라면, 의념 발화는 보호구를 벗고 맨몸으로 맞서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더욱 강한 힘을 내고, 더욱 높은 한계를 마주하게 하지만 그것이 재능의 영역이고, 더불어 순수한 의념의 활용이라는 말은 이렇게 나오는 것입니다. 발화라는 이름이 왜 붙냐 하셨지요? 의념을 통해 보호받던 나 스스로를 불태워 보호받지 못하는 한계를 넘는다 하여. 이 힘은 의념발화란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 의념학자 가브리엘 로페우스 초청 강의 '의념의 발전' 中
>>518 늑대들은 매우 기민하게 움직입니다. 개중 몇몇은 앞에서 으르렁대던 도중 빠르게 움직여 진화의 방패에 달라듭니다. 커다란 발이 방패에 닿고, 그 손톱으로 방패의 겉을 긁어낸 직후.
부동일태세
진화는 자세를 잡습니다. 둔탁히 느껴지는 충격이 선명히 느껴집니다. 날카로운 무언가로 긁어가는 충격은 단순히 손톱으로 긁는 것이 아니라 튼튼한 낫 같은 것으로 긁어내는 것 같은 감각이 남습니다. 흘끔, 진화는 고개를 돌아봅니다. 성현은 손을 풀기 시작합니다.
전력으로 힘을 쓴다면 아마도 이 곳을 박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의념 발화의 보조도 필요하겠지만 말입니다. 몇 마리의 늑대가 기민하게 진형을 취하기 시작합니다. 한 마리의 늑대가 앞에 서고, 나머지 몇 마리가 뒤를 지키는 기초적인 쐐기 대형입니다. 곧.
늑대가 뛰어올라 성현에게 달라듭니다. 호흡을 고르고, 천천히 손을 뻗습니다. 뻗었던 손을 그대로 쥐어 내지르지만 곧 늑대는 흙 속으로 뛰어들어 모습을 감춥니다. 사라진 대상. 감각적인 불안감에 성현이 급히 다리를 휘두르지만, 곧 늑대 한 마리가 흙벽 속에서 튀어나와 성현의 등을 긁고 지나갑니다. 따끔한 충격과 함께, 약간의 피가 바닥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사각지대. 사각지대? 그런 것이 어디에 있죠? 앞으로는 방패를 든 워리어가, 뒤로는 강력한 화력을 지닌 랜스가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처럼 적은 벽을 타고들 수 있는 적입니다. 그나마 벽을 넘어, 다가오는 늑대 한 마리를 베어내지만 손맛은 얕습니다. 그런 것을 알고, 늑대는 다시금 튀어올라 청천에게 달라듭니다.
쾅!
아슬아슬하게 성현의 발차기가 늑대에 닿고, 한 마리가 바닥에 처박힙니다. 곧 입에서 부글거리는 거품이 올라오고, 흙이 되어 흩어집니다.
>>569 진화는 한턴 더 부동일태세 올려도 될 것 같은데. 당장 가드가 뚫릴 정도는 아닌듯. 애초에 위험하면 그.영.꿈 도 있고.
그럼 다음은 성현이.
전력으로 힘을 쓴다면 아마도 이 곳을 박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의념 발화의 보조도 필요하겠지만 말입니다.
라는 문구가 나온걸 보면, 귀찮아지기전에 그냥 그 쪽을 으깨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전에도 말했지만 이런 적은 저기 나온 쐐기 대형처럼 포메이션을 짜서 서로의 빈틈을 커버하는 형태로 사냥할 가능성이 높음. 늑대의 사냥 방식이 대체로 그런 식이고. 어줍잖게 힘을 아꼈다가 연계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피해가 누적될 뿐임. 자랑인 머릿수를 가능한 최대한 빠르게 으깨버리는게 가장 편함. 그게 가능하다는 보증도 나왔으니까.
검을 단순히 휘두를 뿐인가? 검은 단순히 도구일 뿐인가? 그런 생각을 했다면, 아마 이런 일따윈 헛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 먼저 그 모든 검들의 인정을 받는 것부터.
언젠가, 들어본 적 있는 말을 떠올렸다. 그 영웅처럼 되고자 한다면, 모든 검의 인정을 받고 그들을 지배해야 한다고 했던가. 그 지배가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 것은 아닐 터였다.
지훈은 자신이 가진 검의 인정을 받고자 했다. 검을 이해하고자 했다. 검이 가진 의지란 무엇일까.
오니잔슈는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검념을 가지고 있었다. 무언가를 베고, 살을 가르고, 피로 검신을 흠뻑 적시는. 하지만 낡은 철검의 경우 이해하기 어려웠다. 단순히 휘둘리고자 하는 검. 그 끝이 부서진다고 하더라도 휘둘리는 것이 철검이 원하는 바였다. 이번의 검은 막아낸다는 것. 우연히 자신의 의지와 검의 의지가 겹쳤던가. 그러나 그 의지가 겹친 까닭이, 자신에게 있을리는 없을 것이다. 검념을 자신의 의지대로 만들어낼 정도로 그 검을 오래 휘두르진 않았다. 깊은 유대를 쌓지도 않았다. 정말로 운 좋게 겹쳤던 것이겠지.
그렇다면 검념은..무엇일까.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오니잔슈는 베길 원하는 검이었고, 낡은 철검은 부러지길 원하는 검이었다. 이번의 검은 막아내기를 원했다. 어쩐지 닮은 구석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검념이란, 검의 존재이유일지도 모른다. 검이 생겨난 이유가 곧 검이 나아가길 원하는 길.
늑대가 뛰어올라 성현에게 달라듭니다. 호흡을 고르고, 천천히 손을 뻗습니다. 뻗었던 손을 그대로 쥐어 내지르지만 곧 늑대는 흙 속으로 뛰어들어 모습을 감춥니다. 사라진 대상. 감각적인 불안감에 성현이 급히 다리를 휘두르지만, 곧 늑대 한 마리가 흙벽 속에서 튀어나와 성현의 등을 긁고 지나갑니다. 따끔한 충격과 함께, 약간의 피가 바닥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572 시험 공부를 합니다. 하면서도 흘끔흘끔, 두 사람의 공부 방식을 살펴봅니다. 하나미치야의 경우에는 요점과 필요한 공식만을 계산하여 서술하는 듯한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특히 교사의 중요하단 선언이 있는 부분은 꼼꼼히 공부하고 있네요. 만석은.. 가만히 책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다음 페이지로 넘기고, 다음 장에는 이전 장에 나왔던 내용을 본인의 방식으로 정리하여,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속도는 한 페이지에 1분을 채 넘지 않고 있습니다.
>>577 찬후는 방긋 웃으며 화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 아직 기술의 경계까지는 시간이 있어보이네. "
하하. 당신의 수치 궁금하십니까? 일상 10번 돌리십시오.
>>582 보건부의 부장.. 은 피곤한 표정으로 커피잔을 들고 서류를 만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서류들은 이전 보건부에서 확인하던 서류들로 보이고 그 옆에는 한참이나 쌓여있는 서류들의 산이 여실히 보이고 있습니다. 피곤하다면 조금은 대충 하여도 좋을 법 하지만, 그는 꼼꼼하게 서류를 살피고 내용을 정리하고, 서류에 써내고, 자신의 직인을 찍는 것으로 마칩니다. 꽤나 느린 속도입니다.
… 여러 의미로 연인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는다. 남자는 자신이 입고 있는 너덜너덜한 옷을 만지며 입술을 깨물었다. 널린 옷들의 상태를 봐선, 마을 사람과의 교류는 일절 하지 않고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가던 확률이 높아 보였다. 마을로 주기적으로 내려갔다면, 적어도 옷을 수선하거나 할 순 있었을 테니까. 낡은 엽총은 그나마 관리가 되어있고, 사냥 기술에 관한 지식이 있는 것을 보아, 마을에서 떨어진 이후엔 수렵을 통해 생활을 이어나갔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다만, 동물의 가죽은 상태가 좋지 않고 전문적인 기술이 없는 것을 보아, 수렵 활동 자체는 예전부터 해 오던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해야 할 역할은, 마을 사람들과 최대한 만나지 않으면서, 마을 밖, 깊은 숲속을 다니는 아이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짐승을 사냥하는 것인가. 아니, 아직 그것까지 생각하는 건 이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