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조신형 후작님의 성향이 반영된 예술회면 색다른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겠네요! ...큰일이다.. 색다른 예술... 으윽... 어떻게 표현한담.."
큰일이군... 내 안에 색다른 예술 표현이라면... 관객 참여형 예술이라던가, 의자 하나만 달랑 놔뒀거나 하는 막 그런 고차원적인 예술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간 있을 때 좀 더 탐구해두자.. 한 참을 생각에 잠기다가, 색 표현에 이야기 하시자 정신을 바짝 차리고는 이야기에 집중한단. 색 표현이 손유 선배를 닮았다는 말에 "앗, 의도한 건 아닌데.." 하고 대답하며 멋쩍게 웃는다. 가리킨 곳은 과감한 색감 표현을 한 부분. 손유 선배의 그림이나 손유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손유 선배에게 물들었나... 물감을 녹여서 사용하면 거친 느낌이 나지만 그만큼 색감이 강조... 물감의 사용법도 다양하게 연구해둬야겠구나. 전공은 다르네...
"에고가 강한 사람들에겐 조심할 것... 아이고!! 조신형 후작님께서 이런 스타일을 싫어하시면... 다르게 그리는 법도 빨리 연구해야겠네요..."
그리고 도화지에 손유 선배의 방식과 찬후 선배의 방식으로 호랑이를 그리는 모습을 기억하자면서 메모메모.. 과감한 색감 표현은 감정을, 찬후 선배가 그리는 방식은... 호랑이의 모습과 의미... 감정을 내보이는 것, 혹은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것...
"좋은 피드백 감사해요, 선배! 제가 해석한 것을 보이고 싶은지, 혹은 관람하는 사람 스스로가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지... 색감만으로도 다양하게 바뀌는군요... 안그래도 요즘에 색을 사용할 때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지훈은 처음 들어올 때 받던 지급품 검을 쥐었다. 다른 검들은 다 부러지거나 압수되거나 해버려서 결국 쓸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었던가.
" 엘로앙 때 단 한순간이지만 검념을 느낄 수 있었지... "
단지 엘로앙 때 뿐만이 아니라, 검귀 때도 그러지 않았던가? 자신을 올바르게 사용해줘서 고맙다며 부숴지던 그 울림. 자신이 그때 느꼈던 것은 분명 환청같은 것이 아니었을 거다.
" 검념을 다시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
목검을 든 허수아비를 바라보았다. 이대로 치면 되나?
" 가장 빠른 길은 그때 휘둘렀던 검을 따라서 휘두르는 것이려나. "
그는 검념을 느꼈던 순간들을 계속해서 상기했다. 설령 운이 좋았다고 해도 검념을 느낀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 번뜩임을 쥐고 다시 끄집어내려고 시도할 뿐이었던가. 잠시 눈을 길게 감았다가 뜨고, 의념발화를 통해 검에 의념을 불어넣었다. 가장 먼저 재현해볼 것은 검귀 때의 그 검격. 단순히 전력으로 무언가를 베는 것이 아닌, 전심을 담는다. 모든 생각과 의지를 벤다는 일념 하나로 통일시켜 허수아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 마을에는 특별한 전화기가 하나 있어요. 어른들은 절대 가지 말라는 깊은 숲에는 작은 오솔길을 지나고 나면 커다란 나무를 베고 남은, 나무 밑동 하나가 있어요. 그 위에는 낡은 전화기 하나가 있는데 가끔 마을 친구들이 거기서 전화기를 들고 소꿉놀이를 하거나, 서로 장난을 치곤 했어요. 저는 그런 친구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바보도 아니고, 전화도 걸려오지 않는 전화기에 대고 여보세요? 하고 얘길 한다고 누가 말을 해주겠어요? 그렇지만.. 이건 비밀이에요? 사실 그 전화기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어요. 우리 엄마는 아주 먼 과거에 우리 아빠가 먼 곳에 떠났다고 해요. 먼 곳에 떠난 아빠는 이따금 나의 생일에 옷을 보내주시거나 용돈을 주시라고 말하며 돈을 주셨다고 해요. 엄마의 그런 말에 왜 나는 아빠를 만나지 못해? 하고 얘기했지만 엄마는 아빠가 너무 바빠서 그렇다고 해요. 그래서 나는 가끔 우리 아빠를 상상하곤 해요. 저는 마을 아이들 중에 힘이 제일 세요! 그러니까 우리 아빠도 저처럼 힘이 세겠죠? 할머니는 제가 아빠를 닮아 큰 사람이 될거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우리 아빠는 아주 큰 키와, 멋진 얼굴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우리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따금 할머니에게 물으면 아빠는 너무 바빠서 들어오지 못한다는 말만을 했어요. 어느 날은 또 그게 너무 화가 나서 가족들과 싸우고 밤늦게 숲으로 도망간 적이 있어요. 훌쩍이며 오솔길을 걷고 있을 때, 너무 걸어 어두운 숲속에 혼자 남겨졌어요. 그게 또 무서워서 울음을 터트렸는데 저 멀리서 전화가 걸려 오는 거 있죠? 그 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그 방향으로 갔어요. 그 곳엔 전화도 걸리지 않는 전화기가 울리고 있지 뭐에요? 저는 조심스럽게 전화기를 들었어요. 곧 짧은 침묵이 이어지고, 어떤 목소리가 들렸어요.
여보세요? 듣고 있나요?
저는 깜짝 놀라 전화기를 두고 도망가고 말았아요. 결국 엄마와 마을 사람들에게 잡혀 마을로 돌아왔죠. 볼기짝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맞았지만.. 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전화기에서 들린 목소리는 아주 멋진 남자 목소리였어요! 그 목소리는 상냥하면서도 부드럽고, 또 아주 멋졌어요! 그리고 얼마 뒤. 가족들 몰래 숲에 나왔을 때.. 전화기가 울렸어요! 저는 그 전화를 받았어요.
여보세요? 듣고 있나요? 여보세요. 듣고 있어요. 누구니? 저는 천 짜는 아멜라네 아들 칼이에요. .. 아멜라? 네가 칼이니? 네! 제가 칼이에요! 오.. 이럴수가..
그 목소리는 매우 놀란 것 같았어요. 아주 잠깐의 흐느낌이 들린 직후에, 그 목소리가 저에게 물어왔어요.
혹시.. 네 할머니의 이름이 요한나시니? 네! 아저씬 누구세요? 오.. 이런.. 신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