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하게 말하겠는데, '가든 말든 상관 없어' 정도의 뉘앙스로 이해한거면 화낸다.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아줘. 나도 생각하고 있는건 많음. 이해한다는건 '당신의 선택을 존중하겠습니다' 란거지, '뭘 하던 상관 없다' 라는 체념적 뉘앙스가 아님. 나도 달래주고 싶고, 위로해주고 싶지. 그런데 말했듯 결국. 즐길 수 있느냐, 아니냐를 정하는건 춘심주 본인의 영역이야. 현생에 지장이 갈 정도로 여기에 몰입하고, 거기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했잖아. 그런 상황에서 내가 울며불며 필사적으로 매달리면, 어떻게 흘러갈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바보가 아니야. 그러니까 위로가 받고 싶은거면 얼마든지 위로해줄 수 있어. 그러나 정말 중요한 선택을 고민하는거라면, 난 존중할 뿐이야. 내게 당신의 입장을 강요할 권한은 없으니까. 아니, 있다고 하더라도 별로 그러고 싶진 않으니까.
다들 하는 말이지만 너희 안 싸우게 중재하는 것도 대부분 내가 맡아왔고, 어장 진행 늘여져서 일찍 들어온 애들하고 늦은 애들하고 진행 격차 날때마다 끙끙거린 것도 나였고, 다들 무언가가 힘들다거나 어렵다고 할 때 해결 방법을 고민해주기보다 어렵다고 말한 거에 답을 마련한 것도 나였어. 결국 어장이 나 하나가지고 전부 돌아가다 보니까 나도 사람이라 최근에 정신이 많이 힘들어. 어느정도냐면 어장에 붙잡고 있다가 시계 보고 여섯시면 자연스럽게 앉아가지고 진행 준비해야지 하다가 아 오늘 약속 있지 이러는 사람이라고.
>>574 나는 그 시빌워에 시 자조차 몰랐는걸요? 탈주는커녕 주어진거 먼저 고민하는 성격이었는데 걍 아무것도없이 말걸어놓고 키워드안되서 ㄴㄴ함 이러면 뭐라고 생각해요 ㅋㅋ 앞뒤설명 조금이라도 해줬으면 몰라. 그리고 그부분은 적당히 이해하고 넘어갔었는데 그냥 전체적으로 제가 힘들어서 하소연한거였어요
그래서 난 이런 어장 분위기가 싫다. 왜냐면 결국 이 어장 분위기를 해결하는 거는 내 역할이 될테니까. 이 분위기를 바꾸고 해결하고, 문제를 고치는 것도 내가 될테니까. 결국 일을 마쳐야 하는 사람은 내가 될테니까. 다들 모르는 사이에 슬쩍 왔다가는 뚝딱이 요정이 되야하는 내가 힘들어 죽겠어서 이런 분위기를 싫어한다고 하는거야.
>>521 달리 말하면 추측 말고는 플레이어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아? 릴리주한테 독심술(S) 기술은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겠니……?
잘못된 추측을 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맨 땅에 헤딩을 해서라도 뚫고 지나가려는데, ‘왜 멋대로 추측을 해서 해답을 내냐? 넌 좀 이런 부분들은 주의해라’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릴리주는 고개 끄덕끄덕하고 넘어갈 수는 있는데, 모든 참치가 다 그렇지는 않아서 결국 터진 게 진석주 사건이잖아. “내가 문제를 낼 테니 너는 맞혀라. 틀렸냐? 사실 정답은 이건데 넌 대체 왜 그러냐?” 좀 심하게 말하면 그건 원맨쇼야. 진석, 하루, 춘심…… 세 명이나 사례가 나와서 이제 비로소 할 수 있게 된 말인데, 이거 좋은 방법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항상 캡틴이 하소연하는 것도 우리는(적어도 나는) 다 이해해. 이렇게 체력 갈리는 방식으로 160어장씩 진행한 건 나는 영웅서가 캡틴밖에는 본 적이 없거든. 그런데 저번에 내가 캡틴한테 충언했을 때는 ‘이건 신랄한 축에도 못 낀다. 그냥 재미있게 읽었다.’는 반응이었고, 진석주가 어쩌다가 멘붕까지 치달았는지 최대한 애써서 분석한 건 제대로 받아들였는지도 나는 모르겠어. 캡틴이 하소연을 하는 건 ‘나도 너희 편의 봐 주고 있고 나도 힘들다’라는 억울함의 토로인데, 내가 항상 물어보는 건 ‘과연 그렇게 하는 게 옳은 방식인가?’라는 거잖아. 이렇게 계속 하면 서로 힘들다고. 그런데 거기에 ‘나는 너희 편의 봐 주는데 왜 그러냐?’라는 말로는 대답이 전혀 안 된다고 봐, 나는.
이런 방식이 캡틴도 체력이 갈리고 레스주들도 부담이 되는 양날의 검이라고 전에 이야기했는데, 캡틴은 이미 자기 방식에 확신을 지니고 그걸 바꿀 발상은 하지 않고 있는 걸로 보여. 100만 원이랑 몇 달 기간을 들여서 구축한 게 캡틴도 피해 보고 레스주도 번아웃 당하는 이 방식은 아닐 거 아니야? 체계적인 관리 프로그램이랑 영웅서가의 풍족한 세계관이지. 솔직히 이런 주장을 매번 분위기 망치는 거 무릅쓰고 하는 이유도, 나도 아니고 다른 어느 참치도 아니고 매 진행마다 심각하게 갈려 나가는 캡틴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딱히 들으려는 생각이 없다면 나도 더 이상 말하지는 않을게. 민폐니까……
나는 이제 내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울적한 하소연이 이어지는 분위기가 정말 개같아서 헛소리도 일부러 요란하게 했고. 진지한 고민엔 오지랖이라는걸 알면서도 나름 같이 고민하고 의견도 내줬고. 연인이 불안함을 많이 느끼길래, 적극적이길 바란다길래 어색해도 애정 표현이란걸 해보려고 했고.
그 김에 말하지만 내가 지금 뭐 못 먹고 있는 이유는 간단해. 나는 결제를 대부분 카드로 하는데 카드 든 지갑을 친구가 가방에 넣고 갔다고 해서(엊그제 만나서 밥 먹을 때 들어달라고 해서)강제로 굶다가 친구가 저녁에 가져다줘서 이제야 먹을 거 고민중인거야. 안 먹는 거 아니니까 걱정들 말고.
>>606 (뽀듬뽀듬) >>602 일단 이거에 대해선 길게 더 말 안할게. 그래도 가끔 이렇게 누군가가 말해준다는 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되거든. 오늘도 고마워 릴리주. 하소연 식으로 들어줘서 고맙고 민폐가 아니니까 걱정 않아도 돼. 단지 내가 어떻게 바꿀까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