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릴리주가 시트 낼 때만 해도 랜스 풍년에 서포터가 가뭄이었는데, 당시 유행이었던 영씨 워리어(비아-진화-밀리) 라인에 편승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워리어로 냈던 적이 있죠. 당신이 욕심만 안 부리고 저를 랜스 캐릭터로 내셨다면 아마 저는 폐기당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그래도 그 당시에는 뭔가 힙스터 욕망(비주류를 따르는 것이 너무 주류라 오히려 주류에 편승한다)에 사로잡혀 있었고. 같은 영씨 워리어지만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는 즐거움을 기대했는데 아쉽게 되었어요. 네~ (분노)
그렇다면 하쿠야의 의념속성인 담(曇)을 어떻게 해석할지를 짚어보지 않고 넘어갈 수 없겠는데요. 담원 기아인가요? 담다디일지도? 네~
그 해석을 살펴보려면 의념기의 차별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훈이와 하쿠야의 의념기는 거의 비슷한데요, 어떤 부분에서 차별화가 된다고 보십니까? 그야 우선 지훈이는 데미지에(공간절단), 하쿠야는 속도에(초고속) 치중한다는 점이겠지만 그것이 문자상으로는 크게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요. 왜냐하면 쾌속의 참격이 곧 강력한 참격이니까요. 둘 다 초고속으로 엄청 세게 벤다는 이미지가 있죠. 맞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차이의 단서를 만드는 것이 의념속성이에요. 지훈이는 '절단', 그러니까 베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린다는 측면이 있는 반면에, 하쿠야는 '농월야', 즉 베기 그 자체가 아니라 베기의 형상이 어스름하다는 점에 초점이 가 있습니다. 이미지로 따지자면 그런 느낌이겠군요. 지훈이의 일섬은 화면이 새하얘진 상태에서 새까만 참격이 팍- 하고 꽂히는 느낌이라면, 하쿠야는 화면이 새까맣게 암전되고 하얀 검격이 깜빡 하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런 느낌이요. 네~
물론 제 뇌피셜입니다만. 네~
요는 농월야는 조금 더 다채로운 상황에서 다채로운 각도로 발동할 수 있다는 느낌이네요. 그렇습니다. 쾌검이니까요. 데미지는 지훈이 쪽이 더 높을지 몰라도, 농월야는 뭔가 점프해서 체공한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일 것 같습니다. 게임중독자다운 비유로군요. 다른 예를 들어 주실 수 있나요? 해산물 전처리의 달인인 춘심주를 보며 든 인상을 빌리자면, '절단'은 전복을 껍질 채로 반 잘라 버리는 쪽이지만 '담'은 스르륵 칼질 한 방에 관자를 자르고 내장을 들어내고 살을 손바닥 모양으로 썰어내는 쪽입니다. 그냥 릴리주가 지금 전복회를 먹고 싶을 뿐인 것 아닌가요? 네~
>>777 그리고 이건 영업 비밀인데. 캡뿌는 레스주의 성장의사나 방향성을 상당히 신경써주는 편이야. 즉 자신이 어떻게 되고 싶다던가. 무엇을 얻고 싶다던가. 어떤 부분을 고려하고 있는다던가. 민폐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얘기하면 나쁜 결과는 아닐거야. 물론 그런거 얘기했다고 무조건 그리 가게 해달라던가 너무 속보이게 노골적으로 압박하듯 말하는건 안좋겠지만.
진화주의 분석이 정확합니다. 에릭 - 지훈 - 하쿠야의 스펙트럼대로 썰기 - 자르기 - 끊기 라는 베기 도식을 대입할 수가 있어요. 릴리주의 뇌피셜이지만요. 칼로 예시를 들자면 에릭은 중식도, 지훈이는 데바보초, 하쿠야는 사시미칼이라는 느낌입니다. 밀리 씨도 그냥 가자미회 먹고 싶은 것 아닙니까? 네~
혹시 냉장고에 횟감 있나요? 먹다 남은 불고기랑 스팸이 있습니다. 스팸을 회 떠서 먹을까요? 그, 아부리로다가 살짝 구워서 초밥 해 먹으면 되겠네요 네~
마지막으로 하쿠야가 받은 '느림의 미학'이라는 과제에 대해서 살펴보고 마무리짓겠습니다. 하쿠야주가 쑥스러워하니까요. 그래도 이 부분은 뇌피셜 로망망상이 아니라 나름의 조언 같은 것이니까요. 네~
쾌속의 캐릭터야말로 오히려 '느림'이라는 속도를 잘 활용해야 하죠? 맞습니다. 칼집에 손 얹고 대기하는 자세가 없었다면 벽력일섬은 벽력일섬일 수 없었고, 차크라를 모으는 자세가 없었다면 뇌절은 뇌절은 커녕 무궁화 삼천리까지도 못 갔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느림의 미학이 달려 있기 때문에 오히려 차징하고 있다가 겁나 빠르게 튀어나가는 묘사가 가능해진다는 거지요? 네~
밀리 씨도 신속 B였지만 만약 그대로 통과되었다면 의념기는 최우선 공격 판정이었을 거예요. 평소에는 중갑을 입고 굼뜬 기사가 마상돌격할 때만큼은 전장에서 제일 빠르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래서 더욱 개돌하는 묘사가 박진감 넘치게 되는 것이고요. 이게 사실 영웅서가에서는 템빨로 전투에 도움을 받기보다는 얼마나 묘사에 뽕맛을 첨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느림의 미학은 쾌속이라는 특성을 조금 더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영웅서가라는 상황극 자체가 묘사로 뽕맛 보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요. 캐릭터 레벨이고 자시고 궁극적인 목표는 뽕맛입니다. (* 아멜리 샤르티에의 개인적 의견으로 릴리주의 의견과는 무관합니다) 다만 느림의 미학으로 인해 아크로바틱하고 신속한 묘사는 조금 퇴색하는 감이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걸 역이용하기를 권해요. 예시를 하나만 들어드리자면 적의 어깨를 밟고 뛰어올라서, 공중에 뜬 상태에서 거합발도로 내려찍으며 번개보다 빠르게 낙하하면서 쓱싹! 우선순위는 낮게 묘사되는데 엄청나게 신속한 검사가 될 수 있습니다. 진격의 거인처럼요? 야스오 궁극기 느낌이죠. 네~
그래서 내가 나름대로 내린 하쿠야의 전투 형태는 이래. 발도술에 정말 특화한 형태가 되길 바란다면 함부로 검을 뽑지 않는거야. 신속을 이용한 초고속 기동으로 계속 포지셔닝을 하면서 상대의 치명적인 약점에 가드의 틈새를 비집는듯한 회심의 치명타를 발도술로 노리는거지. 이미지가 어려우면 흔히들 말하는 저격수라던가. 어쌔신 같은 느낌 하쿠야의 의념기 자체도 이러한 전투법에 어울리고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