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쩔 거냐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에릭을 마주보던 미나즈키의 몸이 반바퀴정도 돌았다. 이정도면 주의는 충분히 끌었겠지. 자신은 워리어가 아니라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에릭의 시선을 돌리는 건 잠깐이면 충분했다. 다시금 에릭을 후려찰 것처럼 움직이던 다리가 바닥을 박차고, 미나즈키는 순식간에 다림의 앞까지 달려가 검을 뽑았다.
그 티아라는, 과거 한 게이트의 연금술사가 만들어낸 것 입니다. 별 볼일 없고, 그저 귀족이 주는 후원금을 먹고 탱자탱자 술이나 마시던 그에게, 어느날 한 악마가 찾아와 속삭였습니다. '자네의 욕망을 구현시켜 줄터이니 나의 소원을 들어주게' 악마의 소원은 간단했습니다. 이 세상 말고 다른 세상을 찾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부탁이었죠. 연금술사는 그것에 혹하여 하나의 티아라를 완성시켰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주인의 혼을 빨아들이면서,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지켜보며 비웃는 괴물이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티아라에게 농락당하며 하나 둘 쓰러져 나갔고, 우연찮게 한 동굴에 방치된 그것의 이번 타겟은 뒤틀린 행운으로 지금까지 혼자만 살아남아왔던 소녀였습니다.
티아라는 다림을 향해 스멀거리는 손을 뻗었고, 계획대로 다림을 지배하고자 하였습니다. 그에 방해되는 이들은 전부 치워버릴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뭔가요 이게? 바보 같은 한 인간이 가로막았고, 머저리같은 너구리와 쓸모없는 깡통이 탈출해서 도와줄 사람들을 불러왔습니다. 티아라는 다림의 기억을 봤기에 알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친구나 도움을 줄 사람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녀의 뒤틀린 행운이 모조리 죽여버릴게 분명하니까요. 그런데도..뭔가요 이 숫자는?
숙청여제가 숙청을 시작합니다. 그녀의 눈에 일렁이는 분노의 화염이 룰렛을 망가트리며, 무작위로 반역자들을 향해 숙청을 선언합니다. 한명 한명 펜듈럼 도끼가 떨어지거나, 기요틴이 내려찍거나, 하는 와중에도 그들은 그저 다림을 구하기 위해서 의지를 가지고 다시 전투합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내려찍힌 펜듈럼 도끼를 성현의 팔이 서서히 밀어냅니다. 가슴에 새겨진 상흔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 보다 몇배나 큰 도끼를 밀어내자, 그의 팔에 힘줄이 터질듯 올라오며 거친 숨을 고릅니다. 그런 괴물같은 모습에 숙청여제가 시선이 팔린 사이, 조커를 지나쳐온 미나즈키가 여제를 향해 검을 휘두릅니다. 이것 참 곤란합니다. 자꾸 이런 일에 휘말리는 카페라면 다른 가게를 알아보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미나즈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내려긋습니다.
한 편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집중하던 정훈은 화살을 잡은 팔에 힘을 주며 티아라를 노립니다. 곧 질풍을 머금은 화살이 다림을 노리며 날아가고, 섬뜩한 소리와 함께 숙청여제의 어깨에 박힙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숙청기사들을 전부 쓰러트린 것도 놀라운데, 어떻게 이런 반역자들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주변을 전부 부숴버리려던 숙청여제를 화염을 휘감은 춘심이 옷깃을 잡아 바닥에 찍어 누릅니다. 쾅 소리와 함께 왕좌에서 끌어내려진 여제를 내려다보던 그녀는 당장 도끼를 높게 들어올립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폭군의 최후는 효수였습니다. 아 그런데 이거 아군 아니었나?
그러나 그 순간 최후를 직감한 티아라는 새로운 몸을 구하기 위해 다림을 버리고 도망칩니다. 아니 도망친다기 보단 새로운 몸을 위해 릴리를 향해 날아듭니다. 기분나쁜 검은색 손을 꺼내 보이며 릴리의 목을 휘감아 자신을 쓰게 만들려던 티아라였지만. 곧..텅 하는 소리와 함께 투명한 유리상자 안에 감금당합니다!
티아라는 상황을 이해못하고 붉은 빛만 반짝일 뿐이지만. 릴리에겐 그것마저 하나의 광대놀음으로 보일 뿐 입니다. 연금술이라니, 상대가 나빠도 너무 나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