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다는 은후를 잠깐 빤히 바라보지만 고개를 끄덕입니다. 당신은 항상 그랬죠. 무언가 알아차린 것 같아도 그것을 외면해버리고 있어요. 잘 어울린다는 말에 웃으면서 그렇죠? 라며 손을 꼭 잡으려 시도합니다.
"가디언넷은 이용 불가능하고요.. 의념은 최소한만 쓰는 게 권장된답니다?" "그리고 재접수는 하루에 몇 번으로 제한되어 있어요" 라고 접수원이 말하면서 안내합니다. 공개를 1개 통과하면 몇등이며 삼등상 이상부터는 비공개를 통과해야 하는 거네요. 다림은 공개된 거 하나랑 비공개 몇개...로 가리는 모양이네요. 라고 접수원의 안내를 들으면서 공개를 클리어하고 비공개를 하기 거부하고 상품을 받아가는 걸 가리키려 합니다. 1등상을 타려면 공개도 통과해야 하고 비공개도 통과해야 하겠지만요. 대충 봐도 난이도 높아보이는데..?
"약속...인가요?" 최선을 다하지만..이라고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내민 손가락을 걸려 해봅니다. 살짝 눈을 피하는 게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는 퍽이나 수줍어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뭐 그렇게 보이는 게 이득이라면..?
"저게 배점이 은근 높네요.." 첫번째 종목은 가볍게 공개로 할까요? 야구 배팅용 기계에서 무작위로 튀어나오는 공을 쳐내는 게임입니다. 둘 다 해도 되고. 한 명만 해도 되는데요. 둘이면 숫자가 많고 변수가 있는 대신 배점이 높고. 한 명이면 배점이 낮네요.
의념을 최소한으로 쓰는 게 권장된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여러 번 엔트리 할 수 있는 게임에 탈락자가 이렇게 많다니! 비공개 게임…. 장난으로 임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누구라도 들 것이다. 청년은 생각 외로 본격적인 내용에 긴장이 되기 시작했지만, 뭐, 꼭 1등을 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응, 약속이야. 약속하지 않으면 달아나버릴까 봐."
그 달아나버린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림은 눈치를 챘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겠으나-. 아무튼, 두 사람의 손가락이 잠시 결렸다. 무언가 덧붙이려던 청년은, 그저 눈을 피하는 소녀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두 사람이 같이해야지 배점이 높지만."
야구라, 완전 자신이 있다!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스테이더스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다림도 어느 정도 자신은 있으니, 야구를 골랐으리라 생각하며 은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변수가 뭘 진 모르겠지만, 그나마 쉬워 보이고 괜찮아 보여."
두 사람의 영성과 포지션을 생각하면, 변수마저 쉽게 파헤칠 수 있을 것이다. 접수원에게 첫 번째 종목은 저걸로 할게요. 라고 덧붙인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 의외로 두 사람의 순번은 빨리 돌아왔다. //8
"..." 달아나버린다는 말에 살짝 숙인 얼굴에 어떤 표정이 지어졌었을까요? 왜 달아났었지? 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분명 기억하고 있겠지만. 그것을 자세히 말할 순 없는 일이죠. 당연합니다. 친한 이들이나 보호자를 죄다 죽여놓는다고 말하면... 거리를 둘 것 같다는 생각이었던 걸까요? 그렇지만 그 표정의 변화도 숙인 동안만이었고. 다시 고갤 들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은 달아나지 않아요. 라고 중얼거립니다.
"오... 사람들이 생각보다 빨리 빠지네요" 사실 따지고보면 애초에 오늘은 몇 번 하던 사람들이 지쳐서 못 오고 새로운 사람들도 어려운 걸 골라서 이게 게임이냐 하고 던져서 없다는 게 맞을지도 몰라요?
차례가 돌아오면 자리에 섭니다. 다행히도 오늘 다림은 롱스커트나 플레어스커트가 아니라 바지를 입고 왔네요. 하다보면 두두두두 쏘아내거나, 아예 방향이 달라져서 뒤에서 쏘아내거나. 쳐내야 하지만 이건 쳐내지 말고 피해야 하는 폭탄 공이 날아오는 변수를 열심히 해내고 나면 클리어를 성공했을 겁니다. 다림은 신속을 살짝 강화해서 클리어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