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런 녀석이었죠... 베온이란 녀석은... 딱 한번 만났는데 내 덕캐가 되어놓고... 태양왕 게이트 때 바보같이 친구들 지킨다고 망념화 해버리고... 지정의뢰... 망념화한 그새끼 잡는 의뢰에... 그 녀석이 내 캐릭을, 자기가 망념화하면 내 손으로 처리해달라고 선택을 했대요. 해둔 것도 없고 할 수도 없는 나한테. 그 녀석한테 무관심했던 나한테. 무관심했고, 무책임했고, 무쓸모였던 나한테. 그래서 그 녀석을 잡으려고. 이런 나같은 자식이랑 파티 맺어준 에릭이랑 지훈이랑 잡으려고 가는 길에. 오너 개인적인 욕심으로, 오세아니아 교환학생 신청을 했어요. 해버린 거죠. 나이젤 담임쌤, 제노시아 야금술 선생님한테. 이전까진 얼굴 한 번 안 본 선생님한테. 실패할 건 예상했어요.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한 번은 도전해보자고요. 그랬더니... 그러더라고요. 실망했다고. 정말 얼토당토않은 말이니까. 그럴 수 있었어요. 근데... 그러더라고요. 죽은 베온의 이름이 적힌 신청서를 내밀면서, 이걸 받을 거면, 그 녀석 이름을 지우고 내 손으로 내 이름을 적으랬어요. 지정의뢰도 포기하랬어요. 자격없는 말을 한 대가로 내 친구를 버리라는 거였어요. 그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뭐... 그전부터 베온 죽은 거 때문에 어장에 정병질 오지게 해댔고... 그랬다보니... 뭐... 캐릭터 따위에 과몰입하는 내가 멍청인 게 당연하겠지만... 내가 어떻게 그 애 이름을 지워요. 내가 어떻게 그 애 이름을 지워요? 나한테 과분한 내 친구. 태양왕 게이트 때 말이죠. 나이젤은 자기한테 연결된 친구-베온도 잃었어요. 자기 동아리의, 아는 사이였던 채집부장도 죽었어요. 채집부에 들어갔을 때 처음 마주쳤던, 나이젤한테 채집용 삽을 의뢰하곤 했던 후배군도 죽었고요. 지훈이랑 동명이인이었는데. 채집부는 걸어잠가졌고, 곧 해제를 앞두고 있었어요. 갈 곳이란 아무것도 없었어요. 실패로부터 뭔갈 얻을 수 있다지만, 이건 그냥 불행이었어요. 섣부르게 교환학생을 신청한 나는, 그 때의 실패는, 정말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실패였고요. 그 후로 아무 말 안 했지만 '오세아니아' '교환학생' '야금술' 이 말 들을 때마다 불안에 떨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냥, 볼 때마다 무서웠어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거절당하는 모습도 보고 싶지가 않아졌어요. 거기까지 도달하는 게 무서워서 피하게 되었어요. 상처를 들쑤시면 나아진다고 몇 번 그래왔지만 이번만큼은 그 레스 다시 못 읽었어요. 진석이가 교환학생 신청할 때 거절당하는 건 아닐까 했어요. 근데 캡틴이 노아랑 같이 교환학생 가라는 말 보고, '아, 이건 나만큼 멍청한 소리 안 하면 거절당할 리가 없다' 생각했어요. 얘는 꼭 가겠구나. 안심했을까요? 질투했을까요? 그냥 씁쓸했을까요? 나이젤은 정말 공을 들였던 캐릭터였어요. 어장의 맨 처음부터 함께했어요. 많은 캐릭터와 추억을 쌓았어요. 지금 내가 회상하고 있는 수많은 추억들도 전부 나이젤로 쌓은 걸 빼면 무너져버리고 말아요. 미련이 안 남을 수가 없었어요. 근데. 근데. 그 레스에 나는 도저히 아무것도 이을 수가 없어서. 나는 도망쳤어요. 도망쳤다고요. 에릭주가 친구가 되고 싶었던 루를 버렸어요. 지훈이랑 놀이동산에 갔던 나이젤을 버렸어요. 비유하자면 인간의 혼을 가진 도구를 뒤집어 도구의 혼을 가진 인간이라 할 수 있을 만한, 그런 도구로 살아왔던 소년, 그람을 버렸다고요. 아무도 잘못은 없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캡틴마저도요... 그냥 이렇게 데이터 쪼가리 하나에 감정이입하고 미쳐버린 나랑, 정신병자인 나랑, 그렇게 슬프고 화나고 썩어들어가면서도 캡틴한테 정말 견디질 못하겠으니 조금이라도 상황을 바꿔볼 수 없을까요 란 한마디를 (거절당할 게 당연하더라도) 던져보지도 못한 겁쟁이였던 나랑, 결국 마음대로 질러버리고 당연한 실패를 맞았는데도 그 실패를 감당하지도 못할 만큼 나약해서 그제서야 되돌릴 순 없는 거냐고, 바보같은 소리를 지껄였던 내 잘못이에요. 알코올 조금만 들어갔는데 이렇게 장문 헛소리가 뚝딱 나오네요. 이제 이 올라간 영성을 이용해서 뭔가 해보려고 시도해보든가 얌전히 자야겠습니다. 씻고 자고 싶은데 더워서 짜증나는데 힘이 없다.
아무튼... 100어장 기념으로 '레스 1회 롤백권'같은 의견을 낸다던가, 선생님한테 말 건다거나 부탁한다거나 오세아니아 교환학생이나 야금술 관련해서 내상 입는다거나, 유우토가 에미리나 진석이 한심하게 보면서 말하는 거 못 보고 넘겼다거나 하는 거엔 이런 사연이 있었을 수도 있고 없었을 수도 있다 이겁니다. 아 생각해보니 이거 듣기 싫은 사람이 대부분일텐데 스포콘솔도 안쓰고 올렸네??? 나는 바보인가? 사람은 알코올이 들어가면 바보가 되는가 아니면 내가 바보인가? 아니 둘다구나
은후주 미안해요. 전에도 맥주 반 모금 정도.. 얻어마셔본 적은 있었지만, 처음으로 술을 퍼마셔 본 것도 B군 때문이었는데. 지금도 소주 반컵이지만 알코올이 힘을 빌려서 그때를 회상하게 되네요. 술주정 엄청 부리고 미쳤지. 소주 반컵에 이렇게 어질어질하면서 그때는 도대체 몇 컵을 마셨었지? 과자 씹어삼키면서 열 컵은 넘었던가? 미쳤어... 미쳤었지
우리 성인분들 각자 술 마시는건 개인의 권한인데, 이제부터 여기서 마시고 온 티 내지 말자. 나도 술 즐기는 타입은 아니지만 몇번 마시곤 기분 좋아져서 와서 떠들곤 했는데 이후론 자중하겠음. 그래 미성년자도 있는 곳인데 술먹고 재밌는 꼴을 너무 많이 보여준 것 같다. 살짝 자괴감 올라 그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