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용 뾱뾱이 신발을 신은 것처럼 뾱뾱거리며 다가오는 춘덕이에게 잠시 시선을 빼앗기던 비아는 서빙된 주스를 한 모금 삼켜 목을 달달하게 코팅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 제가 아카데미 처음 왔을 때 일이에요. 그 때, 처음 와보는 길에서 헤매고 있었죠. 근데 같은 청월 교복을 입고 있는 그 사람이 있어서 길을 물어봤더니, 글쎄, 자기도 길을 잃었단 거에요. 나보다 아카데미에 오래 있었으면서. 울먹거리기까지 하고. "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 그래서 결국 그 사람 손을 잡고 더 헤매서 청월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어느 날 시험기간에 공부를 하고 있는데 그 사람한테 전화가 온 거에요. 1학년 때 배운 건데 기억이 안 난다고. 결국 그래서 1학년 과정을 같이 공부하고... 둘 다 사이좋게 저공행진을 하긴 했지만요. " " 객관적으로 보면 뛰어난 사람은 아니었어요. 어딜 가나 헤매고, 노력을 한다 해도 성과는 안 좋았고, 가끔 힘들다면서 그 노력도 놓아버리곤 했어요. 그냥 평범한 사람, 청월에 들어오기엔 어울리지 않았고, 가디언의 자격이란 것이 존재한다면 분명 그 사람에겐 없었을 거에요. 하지만 친구의 자격이란 게 존재한다면, 분명 모두 갖고 있었을 거에요. " " 헤실헤실 웃고 있으면 못미더우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내 손으로 잘못을 덮어 주게 되었고, 건강을 강화하는 걸 까먹을 만큼 어디서 얻었는지 술에 취해서 돌아다니고, 제노시아에서 열린 장터에 가서는 이름도 없는 장인의 물건을 아무도 안 사줘서 슬프단 이유만으로 사들고 돌아왔었죠. 그래도 귀여운 사람이었어요. 자기는 맨날 구르고 다니면서 남 걱정부터 하는 사람이었어요. " " 카페에서 시킨 메뉴보다 훨씬 싼 메뉴가 잘못 나왔는데 안 먹어본 걸 먹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싱글벙글 자랑을 했죠. 뒤늦게 '아, 나 그거 알레르기 있는데!' 하고 놀라기도 하고. 의념 각성 안 했으면 진작에 죽었을지도요. " " ...진짜 죽어버렸지만요. "
그 사람과의 좋은 추억을 회상하는 것은 사비아가 죽음을 버티는 법이었다. 좋은 추억 속의 그 사람은 즐거워하고 있었다. 늘 즐거운 순간만을 새기고자 했다. 하지만 좋은 추억으로만 남아버린 것들이 늘 그렇듯 끝은 소실로 맺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학원섬에서 처음 죽음을 겪어본건 아니에요. 다른 위험한 곳들만큼은 아니어도 여기는 죽음에 가까운 곳이니까. 그리고 그 죽음들 중에 제가 자세하게, 가깝게 알 수 있는 것들은 없었어요. 내가 눈치 못 채는 사이, 다른 일들을 하는 사이 여린 불꽃처럼 픽 터져버리고, 타인의 입으로 그 사람은 죽었다고 전해듣곤 했어요. "
슬프지 않은 건 아니지만 슬픈 티를 내지 않으며, 그 이상의 의문을 풀기 위한 말을 한다.
" 저는 죽음을 많이 겪어오진 않았지만, 그리고 행운으로 그 죽음 중에서 제 탓이라고 할 건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한 가지 의문이 생겼어요. " "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요? " " 죽음이란 걸 극복할 수 있을까요? " " 애초에 죽음은 극복의 대상인 걸까요? "
이제 와서 누군가의 죽음에, 슬픔에 젖어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슬프더라도 나에겐 남은 게 있으니까 딛고 일어설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러면 죽음은 어떻게 대접받아야 한단 말인가?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견뎌낸다는 것은, 그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것과 같이 취급될 수 있는가?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극복한다는 것은, 그 죽음을 잊어버리는 것과 같이 취급될 수 있는가?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그 죽음의 원인인 자가 감히 품을 수 있는가? -내 안에선 그 감정들이 갈무리되었지만 매듭짓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만약 내 탓으로 누군가 죽는다면? 나에게 그 죽음을 극복할 권리는 있는가, 없다면, 그 죽음을 평생 책임져야 할 의무만 있는가? "
풀 수 없는 난제지만 괴롭고 엉망진창 얽힌 생각을 풀어놓듯이 말하는 게 아닌 차분하고 정결하게 의문을 품는다. 말 그대로, 생각하는 주제일 뿐이다. 워리어라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일. 어디까지를 누구의 책임으로 보아야 하는가? 라는 것도 있지만, 섣불리 자학하진 않아도 자신에겐 엄격하게 굴곤 하는 게 사비아란 사람의 천성이기에 그런 의문은 축소됐다.
//자기 말만 늘어놓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에릭이 안 끊었으면 여기까지 줄줄히 말했을 것이다-라는 거고, 에릭이 중간에 끊었으면 어디어디서 끊었다 알려주시고 이어주심 됨다...
각 영웅마다 등장시기가 늦거나 미등장하게 되면 세계관을 갈아엎을 만큼의 영향력이 있어. 실제로 검성의 출현이 늦으면 치안상태의 붕괴, 하사르가 없으면 게이트 내의 질병들까지 상대해야 했겠지. 투왕이 없으면 헌터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예언자가 없으면 영웅간 출현순서가 엉키는 등의 결과가 있어.
😐: 어라…… 대화 주제가 왜 이렇지…… 😑: 에- 안녕하시온지, 더워서 녹은 릴리주입니다
😔: "릴리주는 반응 잘 안 하고 답레 텀도 늦고 말 걸어도 훌쩍훌쩍 사라지기로 유명한 악독한 참치"라는 사실은 모두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 그 원인에 릴리주의 심각한 무기력증과 느린 타자와 수면장애와 나무늘보급 체력과 게으름은 있을지언정…… 🥲: 전혀 악의라거나…… AT필드라거나…… 그런 건 없다는 점을 모쪼록 알아주십사 하고 말씀드리는 바이옵니디……
😟: 애초에 나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여길 이유도 없고…… 성격 둥글고 소심한 랭킹으로는 지역구 1위인 내가 어찌 그러겠소 🤧: 에취! 🤨: 한편 다들 눈치채셨겠으나 답레나 반응이 엄청 늦는 건…… 타자도 느린데 표현도 되게 고심하고 심지어는 습관적으로 퇴고까지 하는, 상판에 안 맞는 체질 때문에 그렇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