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신을 만집니다. 검신은 낡고, 무뎌 있어 춘심이 맨손으로 잡더라도 베이거나 다치는 것은 없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무딘 검이 무엇을 벨 수 있는지, 무언가를 베어내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춘심은 천천히 검신을 만집니다. 단순히 만지는 것 뿐만이 아니라 검신에 어떤 흔적이 있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떤 형태가 남아 있는지, 어떤 기술을 사용하려 했는지.
말 그대로 검에 담긴 장인의 기억을 읽으려 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생각들로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아파오는 머리를 무시하고, 충혈되는 눈은 무시한 채 계속해서 검신을 살피고 그 부속된 것들을 살핍니다. 이해하려 시도합니다. 어째서 무딘 검신을 가지고 있을지, 어째서 이것이 일벌백계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어째서.. 어째서......
그 수많은 어쨰서들을 지납니다.
춘심은 손을 들어올립니다. 무던히 망치를 들어올립니다. 망치에는 특별한 장치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춘심은 검신을 두드립니다. 처음에는 약하게, 중간에는 일정한 힘으로, 세번째는 부서져라 온 힘을 다하는 것으로. 일벌백계가 부러질 일은 없으므로 춘심은 온 힘을 다해 검신을 두드립니다. 그 소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치면 칠수록,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이지만 춘심은 점점 웃음을 피워나갑니다. 즐겁습니다. 즐겁습니다. 즐겁습니다. 즐겁습니다.
이 과정 전체에서 제작자의 의도가, 제작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하물며 그것을 마구잡이로 두드리며 제작자에게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데, 한참이나 자신을 앞서나간 자의 물건에 경의심이 아니라 호기심으로 대하고 있는데 어찌 즐겁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수없이 두드립니다. 두드리고, 두드려냅니다. 마침내 일벌백계에 작은 흠집이 났을 때. 춘심은 알아냅니다. 그대로 화로 속에 일벌백계를 처박아 버립니다.
쿠르르르르르....
무언가가 녹아 내리는 듯한 소리가 나지만, 춘심은 더더욱 거세게 화로를 불태웁니다. 더욱, 더더욱 불붙여, 화로 바깥으로 불길이 입을 벌리고 춘심을 집어 삼키려 하지만, 춘심은 무시합니다. 더, 더, 더, 더!!!!
더 센 불만이 이제 진실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카르릉!!!
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가 화로에서 울리고, 거센 불길이 수 분만에 잠잠해진 뒤에 엉망이 된 화로 속에 손을 뻗은 춘심은 그 안에서 하나의 검을 꺼내듭니다. 여전히 엉망인 듯 보이는, 그러나 듬성듬성 이가 나가 있던 모습이 아닌. 무엇도 벨 수 없을 검신이라지만, 그래도 바른 형태를 하고 있는 검을 잡고 춘심은 웃어버립니다.
참으로 제작자도 괴짜인 법입니다. 그리고 만만찮은 괴짜인 춘심은 그 방법을 알아본 것이죠. 결국, 검에 중요한 것은 의지였던 것입니다. 단순히 고치겠다. 가 아니라, 내가 너를 박살내는 한이 있더라도 너에 대해 이해해내겠다 하는 그 의지가, 검을 고쳐낸 것입니다.
야금술의 숙련도가 E로 상승합니다! 야금술(E) - 기본적인 대장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제 말을 들으신 유우토 오라버니께선 그만하자는 말을 꺼내셨습니다. 제 역량에 맞지 않는 의뢰를 받았다면서요. 처음에 저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하였습니다만 진석 선배님으로부터의 말씀을 전해 들은 뒤엔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엔 OwO양의 말씀이 옳았습니다.
"아하, 그러니까 이 게이트는 죽으라고 보낸 게이트이다......? "
정말이지 이게 다 무슨 소리인지. 물귀신삼아 누구 하나를 같이 끌어내리는 게이트라니요. 어떻게 이렇게 최악일 수 있는지!
"이거 참 부장님께서 재미있는 게이트를 안내해 주시셨네요...! "
헛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고 참았습니다만은 이번만은 어쩔수가 없었답니다. 무언가를 억누른 목소리에는 굉장히 분노가 어려있었습니다. 이런 게이트에 다른 이들을 끌어들인 제 자신에게 매우 화가 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마를 잠시 짚었다가 조용히 모두에게 말씀드리려 하였습니다.
"저어, 에미리가 받아온 이런 터무니없는 의뢰로 시간을 뺏어 정말 죄송하여요. 선배님께도 오라버니께도 민폐를 끼쳐드린 거 같아 면목이 없답니다. 고개를 들 수가 없네요. "
룰루랄라~~ 킥킥... 정작 시험 당일에 머리가 백지화 되는 일이 생기면 눈물나지만.. 괜찮다!! 난!! 돈이 더 있다면 좀 더... 많은 걸 살 수 있었을텐데... 시험 끝나면 찬후 선배랑 같이 구경가고, 그 뒤부턴 바로 의뢰삼매경... 절.대.의.뢰.해.서.돈.벌.어.